▲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교수
신라의 시조인 박혁거세 탄생지로 유명한 경주 나정(蘿井)은 우물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경희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사진)는 “경주시가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우물시설물과 관계없는 나무기둥이 새롭게 밝혀졌다”라며 “이 기둥은 솟대와 같은 천주(天柱) 시설물로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국내 저명 학술지인 <진단학보>(119호)에 '신라 나얼 제천 유적 연구'란 논문으로 게재됐다.

우물신앙에서 하늘신앙으로

현재 백과사전에는 나정에 대해 ‘경상북도 경주시 탑동에 있는 우물’로 설명하고 있다. 사적 제245호이며 박혁거세의 탄강전설이 깃든 우물이다.

논문을 보면, 많은 연구자들은 ‘나정(蘿井)’에 우물 정(井)이 있다는 이유로 우물지로 인식했다. 또한 우물에 있는 물의 신성함으로 보고 신성우물신앙에서 그 유래를 찾았다.

반면 정 교수는 우물신앙이 아니라 한국선도의 하늘신앙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신라를 건국한 박혁거세에 대해 ‘밝음으로써 세상을 다스린다’라는 뜻으로 혁거세왕, 불구내왕이라고 기록한 삼국유사에서 알 수 있다.

다음은 건국이야기 전문이다.

3월 초하루에 6부의 조상들이 자제들을 거느리고 알천 언덕위에 모여 의논하기를 위로 임금이 없어 백성들을 다스리지 못하여 백성들이 모두 방자하니 어찌 덕있는 사람을 찾아 왕으로 세우고 나라를 세우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 남쪽을 바라보니 양산 아래 나정 근방에 번개빛처럼 이상한 기운이 땅에 닿도록 비치고 있고 흰 말 한 마리가 땅에 꿇어앉아 절하는 형상을 하고 있기에 그곳에 가보니 자주색 알이 있었다. 알을 깨고서 어린 사내아이를 얻으니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동천에서 목욕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나고 조수가 따라서 춤을 추었으며 천지가 진동하고 일월이 청명해졌다. 이에 이 아이를 혁거세왕이라 하였다. 향언으로는 혹 불구내왕이라 하니 ‘밝음으로써 세상을 다스린다(光明理世)’는 의미이다.<삼국유사>

정 교수는 “번개 빛과 같은 이상한 기운, 몸에서 나는 빛, 청명해진 일월, ‘밝’을 성으로 삼아 ‘朴박’으로 표기한 점, 혁거세나 불구내이 ‘밝음로 세상을 다스림(光明理世)’의 의미였다는 점 등 ‘빛(밝음)’ 일색의 수식을 통해 선도 ‘밝사상’으로 신라 건국을 주도한 ‘밝왕’ 박혁거세의 선가(仙家)적 면모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발굴전 나정의 비각건물(제공=정경희 교수)

나무기둥은 솟대로 봐야

지난 2002년 경주시는 문화재 정비사업으로 나정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2005년까지 진행했다. 발굴이 시작되자 초기철기시대에 해당하는 구덩이 유구隧穴가 발견됐다. 이때만 하더라도 폐정 시설로 생각했다. 그러나 검토 결과 이곳은 우물시설물과 전혀 상관없는 나무기둥이 있는 시설로 밝혀졌다.

정 교수는 나정은 소도로 보고, 이곳에 설치된 나무 기둥은 솟대와 같은 천주(天柱)라고 주장했다.

“삼한의 소도에는 ‘큰 나무(大木)’가 있고 여기에 북과 방울이 매달려 있었다는 기록을 통해서도 삼한시기나 삼국초 무렵의 소도 지역에는 대체로 신수神樹(신단수神壇樹)나 솟대 등 목주木柱 형태의 ‘천주’ 시설물이 중심 시설로서 자리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제1차 시설의 중심시설인 구덩이 유구는 기원전 2세기 처음 건립될 때부터 천주용 시설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5세기 제2차 원형 건물이 건립되면서 재차 심주용 심초시설로 계승되었다. 이는 이 지역이 신라의 소도로서 제천 공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천주류 시설을 둘러싸고 기둥구멍, 원형 도랑, 목책시설이 겹겹이 시설되어 있었다”라며 “이 시설이 매우 소중하게 다루어졌고 지속적으로 보호·관리되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9일 코리안스피릿과의 전화통화에서 “나정을 우물이 아니고 천주라고 밝힌 것은 학계에서 최초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특히 선도문화적인 관점으로 상고 유물을 접근해서 실증사학으로 대표되는 학술지에서 게재된 데 의미가 있다. 발굴보고서를 실증적으로 분석했기 때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