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이금휘 작가는 3월 6일 개막한 갤러리 인사아트 기획전 《봄날의 인연》에서 국화와 나비가 함께 있는 작품을 다수 선보였다. 작품들이 대체로 밝은 색채를 띠고 꽃과 나비의 그림이라서 전시장에는 훈훈한 기운이 넘쳤다. 전시장에는 '2020년 작가노트'도 게시하여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볼 수 있었다. 

이금휘 작가의 작품은 한국화, 채색화이다. 이를 작업하는 과정을 작가는 인생과도 같다고 한다. 작가는 장지가 아닌 순지에 작업을 한다. 순지는 오로지 닥으로만 만든 한지이다. 닥 섬유 고유의 질감이 느껴지며 색 역시 자연에서 얻어진 담황색을 띤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먹의 번짐이 적어 예로부터 서화용으로 쓰였다.

3월 10일 전시장에서 이금휘 작가는 “얇은 순지 한 장에 분채를 입히고, 다시 구긴 뒤, 다시 채색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배접하여 화판에 붙여 삶의 무늬를 표현한다. 이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작업이지만, 번짐과 구김의 표현은 세밀하게 계산할 수 없어 매번 나오는 결과에 설레게 된다. 그래서 인생 같다. 행복한 삶, 평안한 삶을 살기 위해 실천하지만 수많은 변수로 그 결과가 반드시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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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표현된 배경 작업 위에 금분, 은분, 호분, 석채, 분채 등을 사용하여 꽃을 형상화한다. '죽음'이라는 감정을 '국화'라는 매개체로 '위로'를 표현한다. '삶'이라는 감정을 '해바라기'로 '희망'을 표현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했다.

“여전히 나는 국화에서 삶과 죽음을 찾고, 그곳에서 나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나의 살아온 환경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게 하였고, 나의 인성은 세상이 나를 바라보게 하고, 나의 작업은 세상과 내가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주고 있다.

어릴 적 기억의 단편적인 의미에서 시작한 나의 국화는 이제 단순한 그림의 소재만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고찰하는 장소이자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소통의 장치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면서 조금씩 깨닫는다. 모든 것의 시작은 언제나 내 마음으로부터 존재하며, 내려놓고 홀로서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된다는 것을."(2020년 작업노트)

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그간의 작업은 2015년 첫 개인전 《국화에 취하다》전, 2016년 두 번째 개인전 《국화에 물들다》전, 세 번째 개인전 《국화에 취하다》전에서 선보였다.

이번 갤러리 인사아트 기획전 이금휘전은 삶의 또 다른 면 ‘인연’을 이야기한다. 꽃과 나비는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어 있다. 이 만남에서 작가는 ‘인연’을 떠올렸다.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아픔과 슬픔마저 꽁꽁 숨겨 작품에 담아왔던 나의 국화도 이제는 다른 이름으로 세상과 마주하려 한다”라면서 ‘좋은 인연’을 맺어보자고 전했다. 그에게 소중한 인연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연’이라는 두 글자에 사랑을 담아 봅니다.
살면서 찾아오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인연으로 이어진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나의 미래에도 소중한 인연이 생겼습니다.
사랑으로 품었던 소중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와 나의 두 팔에 안겼으니까요.
이렇게 저는 엄마’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처음 소통의 시작이어서였을까요?
기쁨과 행복 그리고 아픔과 슬픔마저 꽁꽁 숨겨 작품에 담아왔던 나의 국화도 이제는 다른 이름으로 세상과 마주하려 합니다.

새로운 시작 시점에서 나의 작품을 사랑하고 기대해주는 고마운 ‘인연’을 만나 전시를 열게 되었습니다.

‘열정, 행복, 도약, 감사’라는 의미를 담아 새로이 바라보는 또 다른 너의 이름, 달리아..

형태적 시각에서 내적 마음의 시선으로 다시금 작품과 소통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전시, 꽃피는 봄날, 우리 함께 좋은 인연을 맺어 볼까요..^^”

이금휘 작. 이미지 갤러리 인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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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업에서 ‘꽃’은 우리가 자주 보는 꽃과는 조금 다르다. 꽃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만 화면 전체는 추상적이며 명상적인 공간을 내포한다.

이금휘 작가는 “이는 인간의 양면성인 이성과 감성, 더 나아가 이분법적인 모든 요소를 의미한다. 그리고 나비의 존재는 만남과 헤어짐 혹은 자유를 빗대어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씨는 “‘봄날의 인연’ 전시를 준비하며”라는 글에서 이금휘 작가의 작업을 “그의 작업이 국화꽃이라는 대상에 사실적인 표현을 하고 있지만 화면 전체는 추상적이며 명상적인 공간을 함유하고 있는 것은 그가 그려내고자 한 것이 단순히 꽃의 외형이 아니라 꽃을 만나고 난 후 떠오르게 된 많은 생각과 감각하게 된 많은 느낌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로 소개했다.

이어 “작가는 국화를 그려내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국화뿐만 아니라 작가가 국화를 통해 느끼게 된 세상과 우주, 혹은 인간의 삶과 같은 영역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구체적 형태를 띤 것이 아닌 우주의 섭리나 인간의 욕망처럼 비형상적인 것일 수 있는데 작가는 이를 꽃과 나비의 관계에서, 그리고 마음의 무늬를 그려낸 것 같은 추상적 공간에서 이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갤러리 인사아트 기획전 이금휘전 《봄날의 인연》은 갤러리 인사아트(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6)에서 3월 11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