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이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하다.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주변 국가들과의 마찰, 그리고 서민을 괴롭게 하는 물가 상승에 더해 정부와 의료계와의 갈등은 이미 불안한 국민의 마음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어려운 시기마다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축구와 같은 스포츠에서조차 기대 이하의 성적과 그에 대한 원인이라고 지적되는 내부적 갈등으로 실망과 아쉬움만 안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답답한 상황에서 신기하게도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공통적으로 보게 되는 현상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원흉이 누구인지를 지적하고 그를 단죄하거나 축출하는 것이 마치 유일한 해법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물론 고대부터 권선징악, 착한 것을 권하고 악한 것을 징벌하는 행위는 가장 쉽게 많은 이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사회의 결속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해법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가 과거에 비해 조금이라도 인류문명을 진보시켰다면 그것은 실제로는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알아차릴 정도의 정보화 사회를 이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의료사태가 단순하게 의사들의 탐욕으로 만들어진 결과일까? 아니면 장기간 동안의 정부 무능으로 만들어진 결과일까? 시야를 넓혀보면 의료시스템은 선진국을 포함해 수많은 나라들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분야다.

심지어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뛰어난 의료정책을 자랑했던 국가들까지도 의료시스템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감조차 안 잡히는 문제투성이로 전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우리 사회의 문제는 이러한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에 궁극적인 원흉, 소위 ‘빌런‘을 찾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마치 마피아게임처럼 악당 한 명만 찾아내서 없애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고 그에 응당한 처분을 내리는 것 역시 필요하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혹은 준 선진국의 위치에 올 수 있게 된 것도 내부적인 비판의식과 과거의 단죄에 대한 국민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는 범인을 찾으려다 서로에게 낙인을 찍고 갈등을 증폭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중재하고 진정한 해법을 찾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정치권은 현 상황을 자신들에게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지만 고민하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모든 사회문제의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그것이 어떠한 이유로 발생했든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이든 국민이 개인의 권력을 위정자들에게 위임하고 세금의 일부를 그들의 활동자금으로 지원하는 까닭은 일반 서민에서부터 경제인까지 모두를 아울러 그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겪게 되는 여러 갈등과 고충을 해결해 주는 스페셜 리스트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이 단순히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의 고통에 공감해 주고 말이나 들어주는 상담사나 되라고 정치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최근 사회 이슈를 다루는 소셜 미디어나 언론을 접하게 되면 느끼는 것이 정치가 지탄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세밀히 들여다보면 보수와 진보 어느 쪽도 정치 시스템 그 자체를 지탄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오히려 국민이 편을 갈라 싸우고 그 안에서 위정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편을 골라 응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정치가 책임을 지지 않고 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앙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 알려지고 있는 르완다라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의 4분의 1정도의 국토 면적에 인구 약 1350만 명 정도의 이 나라는 과거 식민지 시대 때 벨기에가 자신들에게 향하는 불만을 다른 데 돌리기 위해 농업 위주의 후투족과 목축업 위주의 투치족을 이간질하면서 독립 이후에도 엄청난 갈등을 겪었다.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 주체는 벨기에지만 이때 투치족이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독립 이후 모든 문제의 원흉이 투치족이 되었다. 이 갈등이 서로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를 안겨준 대학살로 끝나고 나서야 이들은 자신들의 평화와 발전이 결코 특정 세력의 축출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힘을 합쳐 국가를 재건하고 있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해도 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마피아 게임은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정치계가 자신들의 역할을 바로 인식하고 편 가르기의 악행을 끝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