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김성규·조혜원·한충희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 입체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김민정·김성규·조혜원·한충희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 입체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오랫동안 고대하던 미술 전시회에 다녀온 김민정 교사는 아이들에게도 작품들이 주는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혼을 담듯 정성껏 수업자료를 만들고 감상 수업을 했다. 아이들 반응은? 실망스런 얼굴이었다. 보고 듣기만 하는 미술 수업이라니, 아이들이 기대하던 수업이 아니었다. 그럼 미술 수업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동시에 선사할까? 김민정 교사와 김성규·조혜원· 한충희 저자가 함께 쓴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이 그 답을 제시한다.

미술 작품이 그려진 시대 배경과 작가의 의도 등 배경지식을 토대로 작품을 직접 감상하고, 자기만의 작품으로 재해석하여 표현 활동을 하는 수업이 아이들에게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선사한다. 이렇게 미술 수업을 계속하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꼬마 예술가’로 성장한다.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을 펴낸 목적이 이것이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을 ‘꼬마 예술가’로 만드는 미술 수업을 제안한다.

미술 작품이 탄생한 시대 배경과 작가의 의도 등 배경지식은 미술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선사 시대 미술부터 현대미술까지 속속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열 개 정도로도 충분하다. 이 책은 서양 미술사를 발전한 차례대로 선사 시대, 고대 시대, 르네상스, 사실주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야수파와 입체파, 추상주의, 초현실주의, 팝아트, 10개의 미술 사조로 나누어 소개한다. 각 챕터는 미술 사조를 소개하고 해당하는 화가와 작품을 설명하며 시작한다.

이어 그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담아 각 미술 사조의 이해를 돕는 수업 활동 30가지를 소개한다. 수업 활동은 명화의 특징을 찾는 쉬운 활동부터, 아이들이 직접 표현 기법을 모방하고 창작하는 활동까지 다양하다. 이 수업에서 아이들은 먼저 작품 감상을 한다. 작품 감상은 창작 표현 활동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며 실생활에서 미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생활에 스며들어, 아이들이 일상에서 느낀 예술을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는 미적 행위에 주저하지 않게 되는 것, 바로 이 책의 최종 목표이다.

이 수업 활동을 ‘선사 시대’를 예를 들어 살펴보면 1 동굴벽화 감상하기 2 소원 생각해 보기 3 소원벽화 그리기로 이어진다. 동굴벽화 감상하기 단계에서는 먼저 스페인 알타미라 벽화, 프랑스 라스코 벽화 등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이들에게 벽화에 무엇이 보이는지 찾아보게 한다. 두 번째로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를 추측하게 한다. 아이들이 제시한 이유를 유형화하여 몇 가지로 정리하고 그 가운데 어떤 것이 정답일지 아이들과 토론한다. 토론 후에는 동굴에 동물을 그린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선사 시대 사람들은 사냥에 성공하기를 바라는 주술적 염원에서 동굴 벽에 큰 동물을 그렸던 것이다.

2 소원 생각해 보기 단계에서는 동굴에 그림을 그렸던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리며 지금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자신이 무엇을 소망하는지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각자의 소망을 시각화하게 하고 이어 그 소망을 담아 동굴 깊숙한 곳에 남길 이미지를 만들게 한다. 그림을 다 그리면 친구들에게 변화로 남길 그림이 무엇인지 발표해보고 함께 공유한다.

김민정·김성규·조혜원·한충희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김민정·김성규·조혜원·한충희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미술사 수업을 시작하면서 김성규 저자와 아이들 모두 미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미술사 수업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수많은 화가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였습니다. 당대를 주름잡은 화가들의 인생을 옛날이야기처럼 따라가다 보면 화가의 화풍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거든요. 그저 눈으로 보는 단순한 감상 수업이 아닌, 한 인간의 삶과 사상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진짜 감상을 통해 아이들은 미술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씩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현 수업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더 특별하게, 더 개성 있게, 더 의미 있게 말이지요. 무조건 잘 그리고, 예쁘게 칠해야 한다는 기존의 수업 공식에서 벗어나, 내 마음을 담아내는 과정을 중시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것 하나에도 남다른 의미를 두었던 화가들처럼, 아이들 역시 자신의 작품을 허투루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미술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활동’임을 깊이 깨달았기 때문일 테지요.”

《처음 만나는 미술사 수업》은 미술사 수업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마다 새로운 표현 도구(미술 도구)를 활용하도록 안내한다. 색연필부터 붓, 다양한 종류의 물감, 사진, 스펀지, 그림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 심지어는 크림치즈 같은 새로운 도구를 활용해 창의적인 활동을 구성하는 법을 자세히 소개한다. 미술 수업을 준비하기 어렵거나, 창의적인 활동이 필요한 교사, 학부모에게 이 책은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또한 미술 수업의 진정한 재미를 찾아줄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