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은 누군가의 간섭없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갖고 자신의 속도를 조절할 계기를 만나고 있을까? 열여덟 살 이종찬 학생은 오랜 시간의 방황 속에서 헤매던 자신에게 올해 첫 꿈과 목표를 주었다.

지난 어느 때보다 더 눈부신 한 해를 보내고 지난 12월 24일 제3회 경상남도수영연맹회장배 생활체육 수영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받았다. “전 고등학교, 대학교 진학하고 취업하는 평범한 인생이 아니라 조금 다른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라는 이종찬 학생.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 12월 24일 열린 제3회 경상남도수령연맹회장배 생활체육 수영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한 이종찬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진 본인 제공.
지난 12월 24일 열린 제3회 경상남도수령연맹회장배 생활체육 수영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한 이종찬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진 본인 제공.

어려서부터 공부라고는 해보지 않았고, 학교 다니는 것이 무의미하게 생각되어 종일 침대와 한 몸으로 지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공부를 하지 못하면 매를 맞던 기억으로 공부를 일찍 포기했고, 중학교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과 담배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부모님이 권유해서 갭이어형 대안 고등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초기에는 별 의미 없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보냈다. 하지만 누군가 정한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고 나 자신을 알아갈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문득 집에 가던 길에 허탈감이 들면서 “내가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나를 위해 목표를 정하자”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보내고 싶지 않고 멋지게 살고 싶어서 남자들이 가는 군대 중에서도 힘든 곳 중의 하나인 UDT(해군특수전전단, Underwater Demolition Team) 입대라는 큰 목표를 잡았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1년까지 친구들과 수영을 배우긴 하였지만, UDT에 입대하려면 좀 더 강한 훈련이 필요하여 수영강습을 받았다. 강습 3개월쯤 받던 중 SSU(해군 해난구조전문 특수부대, Sea Salvage & Rescue Unit) 출신 강사님이 “종찬아! 너는 수영을 잘한다. 근데 UDT보단 SSU가 더 잘 어울린다”라고 했다. 아마 체격이 UDT에 지원하기에는 조금 왜소해 보였던 것 같다.

3주 정도 진지하게 나 자신에게 ‘진로를 어디로 할지’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폭파나 살상보다는 사람들이 위험에 처하면 구해주는 것이 나와 더 맞는다고 생각되어 SSU로 목표를 바꿨다.

먼저, 사회에서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는 자격증인 대한적십자의 인명구조요원에 도전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은 6일 과정으로 하루 8시간을 수영장에서 보내야 했는데 훈련 과정이 정말 죽지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왼쪽) 인명구조요원 교육과정 중 중량물캐리 훈련. (오른쪽) 인명구조요원 교육과정 뒤에서 끌어주는 이종찬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진 본인 제공.
(왼쪽) 인명구조요원 교육과정 중 중량물캐리 훈련. (오른쪽) 인명구조요원 교육과정 뒤에서 끌어주는 이종찬 학생(벤자민인성영재학교). 사진 본인 제공.

교육 첫날에 사람을 구조하는 방법을 알려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워밍업으로 심박동 수가 170까지 올라갈 정도로 수영장 25미터를 계속 빠르게 1시간 동안 왔다 갔다 하고 나니 정말 힘들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훈련은 ‘중량물 캐리’라는 과정으로 5kg 아령을 한 손에 들고 물에 닿지 않게 수영하면서 25미터를 이동하는 것이었다.

여러 과정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포기할까도 생각도 했지만, 강사님의 말이 들렸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 그 후로 심장이 진짜 터질 것 같아도 항상 선두에서 모든 과정을 버텼다. 나와 함께 30명이 지원해서 13명이 중도 포기했다.

그리고 공부에 관심 없던 제가 필기시험을 위한 공부도 하루에 4~5시간씩 했다. 하루 연습이 끝나면 파스 6개가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기도 했지만, 마지막 합격했을 때를 상상하며 자부심과 뿌듯함에 잠이 들곤 했다. 인명구조요원이라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나에게 묻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체력과 정신이 단단해졌다.

벤자민학교에 다니면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뭘 하고 싶은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는 연습과 팔굽혀펴기부터 물구나무서서 걷기까지의 체력단련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이나 목표가 생기면 미리 걱정하고 주저하던 내가 지금은 ‘첫째, 몸으로 행동하고 둘째, 먼저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인명구조요원에서 더 나아가 생존수영강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 진주 초전수영장에서 인명구조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인명구조요원 자격증과 생존수령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종찬 학생은 현재 인명구조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인명구조요원 자격증과 생존수령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종찬 학생은 현재 인명구조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사진 본인 제공.

그리고 월요일마다 수영할 줄 모르는 벤자민학교 경남학습관 동기들에게 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나는 가르치는 경험을 쌓고 동기들은 배우면서 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지난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날 제3회 경상남도수영연맹회장배 생활체육 수영대회에서 배영 50m 종목에서 금메달을, 자유형 50m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대회 출전한달 동안 해외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고 바로 수영장 가서 따라 해보는 등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2024년도에는 전국 마스터즈 수영대회에 도전할 것이다.

앞으로 수상인명구조요원을 양성하는 수상안전강사 자격증과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들을 취득하고 SSU에 입대할 것이다. 더 힘들 것이고 더 많은 지식도 필요할 것이니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다.

나는 또래 친구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 목표를 이루고 싶을 때 미리 걱정부터 해서 막상 무언가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것이 너무나 아깝더라. 걱정은 버리고 그냥 한번 도전해 봐! 성공하지 못해도 좋은 경험이 되니까. 그냥 해봐!”

그리고 한마디 덧붙여 “놀던 공부를 하던 어중간하게 하지 말고 열심히 하자!” 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