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은 지음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손지은 지음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교권이 추락하고 교사와 학부모 서로의 신뢰가 무너지는 힘든 현실에서도 교실에는 여전히 웃음이 피어나고 아이들은 자라고 있습니다. 매일은 느끼지 못하지만 1년이 흐르고 아이들과 헤어질 즈음이 되어 지난 3월의 모습을 떠올리면, 생각과 마음이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한 해 한 해 지나다 보면 저도 어느새 성장해 있었습니다.”

손지은 교사는 최근 펴낸 책《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학교도서관저널, 2023)에서 이렇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15년차 초등교사의 교단일지로 교단에서 배우고 느낀 것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의 고민 해결에 도움될 내용을 곳곳에 담았다. 초등학교 교사를위한  ‘교사상담서’ 같은 책이다. 저자 손지음 교사는 “초임 때는 15년 정도가 지나면 베테랑 교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는 여전히 헤매고, 여전히 서툰 교사”라고 하였는데, 책을 살펴보면 저자의 겸사임을 곧 알게 된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초임 교사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손지은 교사는 몇 해 전 함께 근무했던 신규 선생님이 ‘학교와 아이들이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걸 우연히 듣고도 여러 이유로 충분한 조언을 하지 못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는 그때의 미안한 마음에서 출발해, 이제 막 선생님이 된 후배 선생님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배우고자 하는 모든 어른을 위해 썼다.

이 책 1부에서는 아이들에게서 배운 것들을 적었다. 아이들에게 배우면 얼마나 배우겠어, 라고 한다면 책을 읽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글 한편 한편이 아름답고 귀한 내용이다.  아이들은 선물 주는 일을 큰 기쁨으로 여긴다. 왜 자기가 준 만큼 되돌려 주지 않느냐고 묻지도 않는다. 상대에게 준 것을 기억하고 그대로 돌려받기를 바라는 건 오히려 어른들이다. 우리는 그걸 예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예의 없는’ 아이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런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손지은 교사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예의로 선물을 주고받는 일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럴 때마다 대가 없이 나누는 아이들에게 배운다. 그러면 그 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손지은 지음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손지은 지음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표지. 이미지 학교도서관저널

 

2부에서는 교직 생활에서 실수한 것, 교직에 대한 소회, 그 과정에서 배운 노하우를 담았다. 교사가 잘못했더라도 사과하기 힘들 텐데, 실수를 한 저자는 한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였다. 그렇게 하니 그 아이는 그 후 저자를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과 달리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수업 시간에도 쓸데없는 말장난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언제든지 틀릴 수 있고, 실수했을 때는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는 걸 교실에서 배우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바르게 자랄 수 없을 것입니다. 사과는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자주 얘기합니다. 먼저 사과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일테지요. 그러니 아이들 앞에서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사과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마세요. 선생님이 진심으로 다가갈 때 아이들도 선생님의 마음을 느낄 테니까요.”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이른바  ‘문제아’ 경험도 있다. 그 경험에서 선생님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문제가 있다고 못 받아 버리기보다, 어려움이 있어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생각을 먼저 해보라고 말한다. 그 어려움 때문에 선생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기다리는 아이라고.

3부에는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경험한 특별한 순간들을 모았다. 다문화 가정 아이, 소심한 아이들, 공부나 과제를 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아이들, 학급 임원 선거, 학부모와의 만남, 아토피로 피자를 못 먹어 우는 아이, 늘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하나같이 쉽지 않은 특별한 순간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이런 내용을 통해 요즘 학교 교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진행되는지 조금 알 수 있다. 또한 이런 생활 속에서도 하나하나 아이들이 뭔가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학교 교육에 희망이 있음을 본다.

저자는 또한 시간을 쪼개어 아이들과 따로 만나는 일을 고집한다. 어떤 대화보다 은밀하고 위대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때, 쪽지를 주고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소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따로 만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마음이 활짝 열린 걸 볼 수 있다. 한 명의 아이를 온전히 만나기에 충분한 시간은 없다. 다만, 아이의 마음을 엿보고 가까이 다가가려는 선생님의 노력이 아이들의 마음을 연다는 건 확신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런 선생님의 노력으로 마음을 연 아이들은 커서 선생님처럼 하지 않을까? 어른이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이다.

책 중간 중간에 ‘오늘의 교실 상담소-선생님의 고민과 아이들의 솔루션!’을 두었다. 제목 그대로 선생님의 고민에 아이들이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들의 의견이 적지 않게 도움될 것이다. 저자도 그렇게 믿는다고 했다.

“15년 전 제가 초임 교사였을 때 만났던 제자가 자라서 다시 선생님이 되었다고 하니 아이들이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아직 학교와 학생들이 낯설고 어려울 초보 선생님이 교실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궁금해한다고 하니, 자기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들뜨고 기뻐했습니다. ‘오늘의 교실 상담소’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전하는 사소한 조언이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믿습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교실에서 선생님도 행복할 수 있고, 선생님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요즘 교권이 추락하고 학교가 ‘정글’같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우리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걱정한다면 이제는 여전히 교실에서 희망을 찾는 교사들에게 각자 할 수 있는 힘을 보태는 일을 해야 한다. 먼저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를 읽고 주위에도 권장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