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 작업을 통해 내 지식이 점차 확장된다는 성취감을 느꼈고, 읽고 곱씹으면서 평소에 내가 모자란 부분이 많다는 것을 반성하게 됐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채워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약 9개월 동안 동서양의 인문고전 20권을 읽고 이를 해설한 책을 펴낸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재학 중인 신명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신명 지음 '대학생이 해설하는 인문고전 필독서20'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신명 지음 '대학생이 해설하는 인문고전 필독서20'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신명 군은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인문고전 읽기와 사색에 도전했다. 아버지가 추천한 책에서 인문고전은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고 그 뜻을 깊게 사색해야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자극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1학년 겨울방학 내내 읽기와 사색과 독후감 쓰기로 이어졌다. 학기 중에도 계속하여 주말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2학년 여름방학이 되자 집중적으로 몰입해 인문고전 20권에 관한 해설을 완성했다.

이렇게 신명 학생은 읽고 사색하고 독후감을 쓴 인문고전 20권을 해설을 모아 《대학생이 해설하는 인문고전 필독서20》(북랩, 2023)을 펴냈다.

저자는 인문고전 가운데 20권을 선정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면서 서양과 동양은 물론, 한민족의 인문고전 중 되도록 다양한 주제의 책을 고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하여 서양고전으로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플라톤의 《국가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홉스의 《리바이어던》, 루소의 《사회계약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8권을 선정하였다. 동양의 고전으로는 노자의 《도덕경》, 《대학 》, 《논어》, 《맹자》, 《중용》, 《한비자》, 사마천의 《사기 본기》, 《간디 자서전》 8권을 골랐다. 한민족으로 인문고전으로는 이익의 《성호사설》, 정약용의 《목민심서》, 최한기의 《기학(氣學)》, 박은식의 《한국통사》 4권을 선정했다. 이 책들은 대부분이 권장도서나 필독도서 목록에 항상 들어가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한 번 읽고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이 아니다.

저자 또한 그랬다고 털어놓았다. 한 권의 책을 잡으면 적어도 2~3번, 이해가 안 되는 경우에는 4~5번까지 읽으며 내용을 머릿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용에 대해 사색하면서 쓸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그렸다. 한 편의 독후감을 쓰는 데 평균적으로 1~2일이 걸렸지만 내용이 어렵거나 게으름이 찾아올 경우 더 오래 걸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1,000쪽이 넘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세 번이나 읽었지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다음으로 미루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계속한 저자는 많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게다가 《성호사설》이나 《목민심서》 같은 책은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으로 되어 있어 읽어야 할 분량이 만만치 않다. 다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이런 노력으로 저자는 약 9개월 간의 읽기를 통해 인문고전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고 겸허하게 전한다. 구체적으로 첫째, 인문고전이 쓰인 시대상황과 저자의 삶을 살펴보며 역사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둘째, 인문고전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본질과 삶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셋째, 이상주의적 정치관과 현실주의적 정치관의 갈등과 타협을 보면서 정치적 의미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아울러 저자에게 울림이 컸던 책이 여럿 있었다. 루소의 《사회계약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이 아주 인상 깊었고, 노자의 《도덕경》, 《논어》가 아주 감동적이었으며, 《한국통사》, 《성호사설》이 큰 울림을 주었다고 한다.

《대학생이 해설하는 인문고전 필독서20》은 인문고전 20권의 내용을 요약하고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자가 인문고전을 읽고 느낀 감동을 비롯하여 사색하고 터득한 지혜를 담았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다루면서 김부식과 그가 편찬한 《삼국사기》를 비교하고, 헤로도토스를 비판한 플루타르코스를 언급하며 김부식을 비판한 신채호를 불러내는 등 매우 다각적으로 서술하여 저자의 공력을 가볍게 볼 수 없게 한다.

플라톤의 사상을 다루면서 이에 반대하는 현대의 철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동향도 소개하여 매우 흥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였다. 이익의 《성호사설》에서는 연좌제를 비판한 내용과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연좌제를 긍정한 내용을 대조하여 연좌제에 관해 저자만의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에서 연좌제를 긍정했던 생각하면 홉스의 냉혹한 현실주의와 유교의 인본주의의 차이가 느껴진다. 흡스는 수단이 잔혹할지언정 대의를 위해서는 써야 한다고 했지만 반대로 이익은 목적이 옳아도 과감한 수단은 되도록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홉스가 말한 수단이 잔혹해도 대의가 정당하다면 쓸 수 있다는 쪽이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초래한 걸 생각하면, 현대에서는 아무래도 이익의 주장이 더 맞는 것 같다.”

이렇게 하여 저자는 읽고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서 ‘사색하는 독서’로 나아간다. 저자가 곳곳에서 펼치는 견해를 눈여겨보며 《대학생이 해설하는 인문고전 필독서20》을 읽어가면 어느새 동서의 인문고전 20권이 내 지식이 되고 내 앎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특히 저자와 같은 나이대인 20~30대 독자들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와 같은 젊은이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아홉 달에 걸쳐 인문고전 20권을 독파하여 해설서를 펴낸 저자에 의지하여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2024년 새해를 맞아 각자 인문고전 20권을 독파하고 해설서를 쓰는 독서운동에 들어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