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River, 2023, egg tempera on linen, 140 x 180cm. 사진 갤러리조은
At The River, 2023, egg tempera on linen, 140 x 180cm. 사진 갤러리조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970년에 태어난 모제 아세프자(Mojé Assefjah)는 1986년 가족이 모두 독일로 이민 가서 그곳에서 자라 동서양의 문화적 유산을 동시에 누리게 되었다. 모제 아세프자의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갤러리조은은 모제 아세프자 개인전 《Tales from the Waves》를 11월 9일 개막한다. 갤러리조은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최신작 28점을 통해 추상과 구상, 과거와 현재, 동서양을 넘나드는 독창적 시각언어를 선보인다.

“광활한 파도의 무한함”을 주제로 작가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브러시 스트로크와 풍성하게 굽이치는 선들 그리고 섬세하고 강렬한 색채가 꿈꾸듯 감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Along the Blue, 2022, Egg tempera on wood, ø 60 cm. 사진 갤러리 조은
Along the Blue, 2022, Egg tempera on wood, ø 60 cm. 사진 갤러리 조은

어린 시절 작가에게 바다는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물의 소리’와 함께 다가왔다. 바다의 물소리와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어린 작가를 명상의 상태로 이끌었고 이내 무한함과 꿈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작가에게 바다는 항상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색채와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가득 찬 곳이다. 바다가 만들어 내는 파도는 언뜻 보았을 때는 같아 보이지만 매번 다르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과 해와 빛이 함께 만들어 낸 파도는 용솟음치는 에너지 덩어리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이내 끝을 알 수 없는 고요함으로 돌아와 새로운 형태를 만들 준비를 한다.

아세프자의 작품에서 아름다운 곡선이 수직 수평의 조형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리드미컬하게 펼쳐진다. 파도의 여울을 닮은 굽이치는 움직임이 공간에 리듬을 만들어 내며 이는 관객을 무한함의 세계로 이끈다.

El Patio, 2023, egg tempera on canvas, 120 x 100cm. 사진 갤러리 조은
El Patio, 2023, egg tempera on canvas, 120 x 100cm. 사진 갤러리 조은

미술 평론가 안 마리 보네(Anne-Marie Bonnet)는 “아세프자의 작품이 마치 ‘바다와 대양이 달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라며 “인류세(Anthropocene,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의 시대) 시대 우리에게 자연의 연약함과 소중함을 상기한다”고 평하였다.

반 추상, 반 구상 풍경 속 풍부한 색채가 만개한 꽃, 무성한 초원과 숲, 또는 끊임없이 흐르는 물의 수려함을 떠올리게 한다. 특유의 굽이치는 선은 작가의 뿌리인 페르시아 캘리그래피 예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서예 예술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한 서양 회화의 로브(robe, 길게 흐르는 의복)에 대한 작가의 심도 있는 연구와 시각적 경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안 마리 보네는 아세프자의 작품이 “회화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문화교류 공용어(lingua franca 링구아 프랑카)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Coral Dance, 2023, egg tempera on canvas, 60 x 40cm. 사진 갤러리조은
Coral Dance, 2023, egg tempera on canvas, 60 x 40cm. 사진 갤러리조은

작가가 서양 미술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여 얻은 에그 템페라 기법(Egg tempera, 달걀, 물, 안료, 린시드 오일을 섞어 만든 물감)은 작품에 온도와 촉감의 느낌을 선사한다. 에그 템페라로 완성한 표면은 살아 움직이는 듯 유기체적인 텍스처를 지닌다. 물질적이면서 동시에 비물질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촉각적인 아세프자의 회화에서 관객은 투명함의 미묘한 뉘앙스를 경험할 것이다.

Blues for Green, 2023, egg tempera on canvas, 60 x 40cm. 사진 갤러리 조은
Blues for Green, 2023, egg tempera on canvas, 60 x 40cm. 사진 갤러리 조은

자신의 작업을 아세프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에게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비전이자 풍경이고 뷰다. 마치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그리운 장소를 보는 것과 같다.

나는 전통적 에그 템페라 기법을 고수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에 대한 나의 기술적, 이론적 관심이 고대 페르시아 예술의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함께 표출된다.

자유로운 붓의 움직임이 스스로 거대한 리본 형태를 만들어 낸다. 그 리본들은 때로는 어둡고 때로는 밝게 그 빛깔을 자아낸다. 춤을 추는 듯한 붓의 스트로크는 페르시아 전통 캘리그라피를 연상하게 한다. 관객들은 내 작품을 통해 식물 혹은 꽃을 연상하는데, 이는 초기 카펫 장식이나 바로크 시대 직물에서 보는 패턴들과 닮았다.

여러 겹으로 겹쳐진 풍경들이 깊이감을 더하며, 투명하면서 동시에 불투명하게, 가까우면서도 멀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내 작품을 통해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풍경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작가노트)

모제 아제프자는 독일 뮌헨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등 유럽과 아시아에서 활발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22년 블루 라이더 Blue Rider(청기사파) 작품의 세계 최대 소장처인 독일 뮌헨 렌바흐 하우스Lenbachhaus 뮤지엄에 작품이 전시 및 소장되면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제 아세프자 개인전 《Tales from the Waves》는 갤러리조은(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55가길 3)에서 12월 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