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펑펑펑, 2023, 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 200×140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이재훈, 펑펑펑, 2023, 벽화기법(장지, 석회, 먹, 목탄, 목탄가루, 아교, 수간채색), 200×140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2021년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이재훈, 이해민선, 정직성 작가의 초대전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전이 9월 21일부터 10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1관에서 열린다.  

이재훈 작가는 오랫동안 사회가 개인에게 강제하며 훈육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표현해왔다. 근래에는 동양 회화의 방법론을 적용한 회화 연작을 통해 동양화의 세계관과 조형원리를 현재화하고 작가 개인의 조형언어로 번안하는 새로운 회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 작가는 동양화의 추상성과 형상성, 표현의 방법을 본인만의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해민선, 덜 굳은 사물, 2023, 종이 위에 아크릴, 152.5×149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이해민선, 덜 굳은 사물, 2023, 종이 위에 아크릴, 152.5×149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이해민선 작가의 작업을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작가는 경계들 사이에서 사람도 아니고 사물이 아닌, 유기물과 무기물 사이, 애매한 경계에 있는 풍경들, 주변화된 사물들을 수집하고 물질성과 비물질성의 관계들을 사유한다. 작가는 회화에 표현과 재현의 도구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우연한 사고사가 넘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기 자신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지 주변부의 다양한 경계의 사물과 이미지로 사유한다. 작가는 자신을 동양 여성, 주변부 존재, 약자의 처지에 있는 힘의 관계 속에 위치시킨다. 시각현상과 인식의 문제와 함께 존재성의 문제를 결합한다.
 이번 전시도 작가 특유의 예민하면서도 무료한 이미지들, 깊이 침잠하는 감정과 정서가 느껴지는 새, 거울, 언 강물의 이미지들로 채워졌다. 얼굴 없는 새 그림은 상징적이다. 새는 마치 신의 대리자 또는 신 그 자신처럼 우리에게 얼굴을 감춘다. 신과 세계와 새는 상호 은유적이다. 얼굴이 없거나 눈동자가 없어서 도저히 표정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인상의 얼굴처럼, 그렇게 변형되고 탈각되고 사라지는 것들이 세계의 망각된 얼굴이다.”

정직성, 용Dragon 202301,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193.9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정직성, 용Dragon 202301, 2023, acrylic and oil on canvas, 130.3×193.9cm. 사진 아트스페이스 휴

정직성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회화와 공예에서 다뤄져왔던 구름과 용과 꽃 등 상징성이 깊은 도상을 가져와 개인의 삶과 현실을 연결하는 회화를 시도한다. 화면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확산되고 응축되는 추상표현주의적 방식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한 이미지를 보여주지만, 동양 전통의 다양한 화론을 살펴보고 그 사유 방식을 회화에 적용하면서 서구 미술사의 기하추상적 미술의 정신적 맥락에서 이탈한다.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전시서문’에서 정직성 작가의 작업을 “이러한 작업이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다. 이미 14년 이상 전통 옻칠과 자개장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전통가구에는 오래된 그러나 보편적인 한국 문화의 정서와 상징이 깊이 각인되어 있다. 사군자에서 가져온 대나무 이미지, 활짝 핀 목련, 매화를 장소특정적 상황에서 집중할 때의 달라지는 필법과 이미지, 동양의 신령스런 존재인 용의 이미지를 가져왔다. 동양에서 용은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이 고약한 현실의 문제를 간단히 해결하는 강력한 초월적 힘을 지닌 정령으로 특히 가뭄과 같은 농업사회의 천재지변을 해결하는 존재이다. 불이 난 후 새롭게 싹이 핀 숲의 이미지도 인상적이다.”라면서 “작가는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조형적 상징에 멈추지 않고 작가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로지르는 개인사를 회고하고 미술사적 맥락을 교차시키고 그 과정에 작가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회화를 모색한다. 작가는 삶의 경험에 관련해 표현하는데 한국 전통 상징의 맥락을 가져오고 현대미술사조의 내용과 연결해서 장소특정적 관심 속에서 표현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명리학적 관심과 연결해보려는 생각도 피력한다.”고 말했다.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전 포스터.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휴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전 포스터. 이미지 아트스페이스 휴

 

 한편 9월 23일(토) 오후 2시 미술관 1관 오픈 갤러리에서 “회화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이은주 미술평론가, 이성휘 하이트문화재단 큐레이터, 조은정 미술평론가가 함께하는 콜로키움을 진행한다. 

 또한,  ‘VR(가상현실) 온라인 전시’를 함께 선보여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 시공간 제약 없이 실제 전시장과 같이 작품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다.  VR온라인 전시는 22일부터 종근당예술지상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종근당 예술지상은 (사)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종근당과 대안공간 아트스페이스 휴가 매칭한 프로젝트로, 국내의 주요 미술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는 신진작가들에게 창작과 전시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도약의 기회를 마련하는 취지에서 2012년 시작되었다. 제10회 종근당 예술지상은 한국메세나협회와 세종문화회관이 공동 주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