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대의 문인과 작품, 그리고 어린이 잡지 등을 되돌아보고 재조명해보는 소중한 기회가 다채롭게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3·1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이자 우리 서화 연구에 힘쓴 위창 오세창吳世昌(1864-1953)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근대 문예인’으로서 위창 오세창을 집중 조명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12월 1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를 개최한다. 국립한글박물관과 하동문화예술회관은 한글 잡지 『어린이』의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특별전 <어린이 나라>를 공동 개최한다.

“근대 문예인, 위창 오세창葦滄 吳世昌”특별 조명

국립중앙박물관은 3·1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이자 우리 서화 연구에 힘쓴 위창 오세창吳世昌(1864-1953) 서거 70주년을 기념해 ‘근대 문예인’으로서 위창 오세창을 집중 조명한다. 

근역석묵 '고구려 성벽 각자'.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근역석묵 '고구려 성벽 각자'.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근대 격동기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오세창의 생애, 예술 활동, 감식안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조명하는 기회로, 서화실 정기 전시품 교체의 일환으로 이 전시를 마련, 오는 12월 25일까지 상설전시관 2층 서화Ⅱ실 202-4·5에서 선보인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을 살아온 오세창은 16세인 1879년(고종 16) 한어(중국어) 역관을 시작으로 언론인, 독립운동가, 서예가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그의 다양한 이력은 통ㆍ번역 업무를 담당한 관원 명단을 적은 <통문관 관안>과 1906년 그가 신문사 사장으로 있을 때 발행한 <만세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1919년 3·1운동 때 인쇄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오래된 금속이나 돌에 새긴 글씨 금석문金石文을 수집하고 연구한 오경석에 이어 서예, 회화, 금석문 등 여러 분야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근역석묵槿域石墨』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금석문 탑본 78건이 수록돼 있다. 특히 이 첩에는 469년 고구려가 평양 성벽을 축조하면서 새긴 <고구려 평양성 석편>(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소장) 탑본이 수록돼 있다. 이 석편은 1855년 오경석이 수집해 오세창에게 전해진 것으로 이후 일부 결실됐으나 『근역석묵』의 탑본은 결실 전 모습으로 가치가 높다.  

오세창은 금석문을 따라 쓰고(임모臨摸) 문구와 설명을 적어 작품으로 제작한 ‘종정와전임모도鐘鼎瓦塼銘臨摸圖’ 전형을 확립했다. 또한 옛 글씨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형고문象形古文과 전서篆書 작품을 제작했다. 상형고문을 쓴 <어魚·거車·주舟>는 문자를 보는 순간 그림이 연상되는 작품으로 옛 글씨의 문자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고대 문자의 그림문자적 특성을 살렸다.  

책가도.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책가도. 이미지 국립중앙박물관

이번에 처음 공개하는 <전서로 쓴 우리나라 문인의 시>에는 ‘영동관란도인(바다 동쪽에서 물결이 일렁이는 모습을 보는 사람)’호가 적혀 있다. 의미상 오세창이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일본에 망명했던 때(1902-1906년)에 사용한 호로 추정되며, 이 작품에서 중년 시절 필치를 살펴볼 수 있다. 

오세창은 옛 것을 연구하고 감식안을 길러 서화를 품평했다. 그는 서체가 매우 독특해 진위 논란이 있었던 김정희(1786-1856)가 쓴 『손자』에 관해 의견을 남겼다. 그는 『손자』에 찍힌 인장이 김정희 제자 신헌(1810-1884)의 것임을 밝히고, 김정희가 당나라 서체를 참고했다는 점을 들어 『손자』를 김정희의 진품으로 결론내렸다. 또한 13세기 고려불화 <수대장존자>(보물)의 기원과 내력을 '고려사'·'해주부지' 등의 기록을 참고해 작성했는데, 그림 뒷면에 이 글이 부착돼 있다.

한편, 서화Ⅱ실 202-2·3호실은 서화 전시품 16건을 새롭게 전시했다. 그 중 <책가도 8폭병풍>은 책가도로 이름난 화원화가 이형록(1808-1883년 이후)이 그린 것으로, 구도가 짜임새 있고 채색이 진중해 19세기 책가도의 진수를 보여준다.

국립광주박물관 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포스터[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 포스터[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은 오는 12월 1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故 허민수 기증 특별전 ‘애중愛重,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를 개최한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3월 미국에서 소중한 조선 후기 미공개 서화 4건 12점을 기증받았다. 이 작품들은 미국인 게일 허Gail Ellis Huh 여사(85세)의 소장품으로, 시아버지 故 허민수(1897-1972) 선생이 아들 내외에게 준 선물이었다.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許鍊(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며느리 게일 허 여사는 시아버지 허민수 선생의 고향인 진도와 가까운 박물관에 존경하는 시아버지 이름으로 작품을 기증했다. 이번 특별전은 게일 허 여사의 뜻깊은 기증을 기리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고 허민수 기증 서화와 관련 작품 총 46건 83점을 모아 함께 선보인다.

김진규 ‘묵매도’[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김진규 ‘묵매도’[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기증 서화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17세기 문인 서화가 죽천 김진규(1658-1716)의 <묵매도墨梅圖>이다. 조선 중기 문기 넘치는 수묵 화조도의 양식을 따른 이 작품은 기증과정에서 조선 후기 최고 서화 수장가 석농 김광국이 수집한 《석농화원》의 수록 작품임이 밝혀졌다. 기록으로만 전하던 《석농화원》권 1의 수록 작품이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허련 송도 대련[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허련 송도 대련[이미지 국립광주박물관]

이번 특별전에서는 김진규의 <묵매도> 기증을 계기로 현재 흩어져 전하는 《석농화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2013년 세상에 알려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석농화원》 필사본을 최초로 대중에 공개하고, 현재 50여 점이 전하는 《석농화원》 수록 작품 중 총 15점의 서화를 한자리에 모아 전시했다. 특히 조선 중기 서화가 창강 조속趙涑(1595-1668)의 <묵매도>를 비롯한 미공개 개인 소장 작품 4점 등이 포함돼 관심을 끈다.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 기념 〈어린이 나라〉 지역 순회전

'어린이나라' 지역순회전 포스터[이미지 국립한글박물관]
'어린이나라' 지역순회전 포스터[이미지 국립한글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과 하동문화예술회관은 한글 잡지 『어린이』의 창간 1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특별전 <어린이 나라>를 공동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923년에 창간된 한글 잡지 『어린이』를 조명한 국립한글박물관 특별전 <어린이 나라>의 지역 순회 전시로, 하동문화예술회관 아트갤러리에서 오는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쉬운 한글로 쓴 잡지 『어린이』는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설렘, 그리고 희망을 주었다. 우리나라의 명소, 유명 인물 등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등 해외의 소식을 사진 자료와 함께 실어 어린이들이 국내외의 정보를 두루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린이』잡지뿐만 아니라 『소년』, 『학생』, 『아이들보이』등 다양한 당대 잡지 자료를 통해 ‘어린이’라는 개념의 정착, 어린이 문화의 형성 과정, 그리고 미래 시대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서의 어린이를 보여준다. 『어린이』는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10만여 명의 국내외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잡지로, 당시 어린이들은 잡지 『어린이』의 다양한 읽을거리를 보면서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1부: 어린이 잡지의 탄생>에서는 1920-30년대 잡지 『어린이』의 편집실 공간을 재현해 『어린이』의 창간 배경, 제작 과정, 참여자 등을 소개한다. 

2부와 3부는 『어린이』 잡지 속 ‘어린이 나라’로 공간을 꾸몄다. <2부: 놀고 웃으며 평화로운 세상>에서는 어린이들이 푸른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놀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인터랙티브 체험 영상 등을 통해 보여준다. <3부 읽고 쓰고 말하는 세상>에서는 잡지에 실린 문학 작품, 한글의 역사 등 다양한 읽을거리를 소개하고, 독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어린이들의 문화를 만들어갔던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았던 미공개본을 만나볼 수 있어, 일반 관람객의 흥미를 끌 뿐만 아니라 근대 잡지와 어린이 문화에 대한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어린이』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인 신문 형태의 『어린이』 제1권 제5호, 6호, 7호와 세계 명작 동화인 「백설공주」를 우리나라에 최초로 번안해 소개한 방정환의 작품 등이 전시된다.

아울러 이번 전시에서는 디지털화, 관람객의 참여, 관람객과 상호 작용, 지속 가능성, 접근 가능성이라는 5가지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다. 직접 전시장에 오지 못하는 분들도 박물관 누리집이나 누리소통망(SNS)의 정보 무늬(QR코드)를 휴대폰으로 촬영해 전시 유물의 원문과 다국어 번역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이밖에 3D 영상의 ‘별이 된 어린이들의 여정’과 디지털 정보 검색 영상 ‘『어린이』연표’, ‘편집실 사람들’, ‘다양한 문학 작품’, ‘독자 대현상 문제’도 만나볼 수 있다. 

방정환 선생이 개발한 보드 게임인 ‘금강껨’을 관람객이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체험물로 구현했다. 또 지속 가능한 친환경 전시 구현을 위해 지난 전시에 사용한 전시 연출물을 재활용했다. 이번 전시 연출물은 앞으로의 지역 순회전에서도 다시 활용할 계획이다. 어린이, 어른, 외국인 등 관람객 누구나 전시를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주요 전시물 7점은 정보 무늬를 통해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스페인어 등 총 7개의 다국어로 고화질 이미지와 해설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