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인들이 도성과 그 주변의 빼어난 경치에 감탄하며 읊었던 ‘한시’는 구전으로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져 그곳을 명소로 만들었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블로그나 유튜브, 혹은 SNS를 보고 나들이 명소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를 발간했다.  이미지 서울시
서울역사편찬원은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를 발간했다.  이미지 서울시

특히 눈에 띄는 명소는 한강이다. 지금의 한강은 개발로 모습이 변했지만 그 시절에는 백사장과 함께 햇살을 마주할 수 있는 자연풍광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옛 문인들은 물새들의 유유자적한 모습, 물고기를 잡는 어부들, 아름다운 강과 들녘 등 아름답고 서정적인 풍경을 시 속에 담았다.

조선시대에는 도성 밖에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된 강남의 봉은사와 서대문에 있는 봉원사에도 문인들이 자주 찾았다. 이들의 시에는 사찰 풍경의 아름다움과 불공을 드리는 스님들의 모습이 담겼다. 또는 젊은 시절 이곳에서 함께 글을 읽었던 지인과 스님 들을 회상하기도 했다.

서울 근교의 아름다운 산세와 경치를 보면서, 깊은 산속 오솔길을 걸으며, 산과 시에 취한 문인들은 어느덧 신선이 되었다. 산세를 따라 풍경을 바라보면서 읊은 시들은 산의 경치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시는 봄비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는 공간이 되었고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 주었다. 가을의 단풍을 담아내었고 겨울에는 고요한 회상을 가져다주었다.  정조는 매년 3월 세심대에 올라 신하들과 함께 꽃구경, 시 짓기, 활쏘기 등을 하였다. 세심대가 사도세자의 사당인 경모궁을 처음 세울 때 터를 잡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세심대는 지금의 국립서울맹학교 뒤편이다.

인왕산에 있었던 세심대에서 정조가 쓴 시문 . 이미지 서울시
인왕산에 있었던 세심대에서 정조가 쓴 시문 . 이미지 서울시

궁궐의 풍경과 일상도 시의 주제가 되었다. 임진왜란으로 불타 잡초만 무성했던 경복궁은 한때 사람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었다. 조선 후기 문인들은 옛 경복궁의 사라진 위엄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봄을 맞아 그곳을 찾는 활기찬 이들의 모습도 시로 읊었다. 이후 고종대 다시금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그들의 시 속에는 기쁨이 담겼다.

세검정(洗劍亭)은 인조반정 거사 후 이곳에서 칼을 씻었다고 해서 유래한 누정이다. 옛 사연을 간직한 곳에 찾아간 문인들은 비 오는 날 계곡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시를 지었다. 압구정(鴨鷗亭)은 세조 때 권신 한명회가 지었다. 사극이나 영화에서 보듯 당대에 그는 권력을 누렸다. 하지만 후대 사람들의 시 속에서 압구정은 권력의 무상함과 부끄러운 삶의 대명사였다.

이외에도 대과 급제를 위해 공부하던 성균관 유생들의 일상, 도성 안 최고의 명소라고 불리었던 삼청동, 준천(물이 잘 흐르도록 하는 공사) 공사로 분주했던 청계천, 관왕묘를 찾아가 관우 장군의 영험한 기운으로 과거시험 급제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조선시대 서울의 문인들은 다양한 모습을 시로 남겼다. 오늘날에도 시로 읊었던 공간 중 일부는 여전히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남긴 시와 함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겸재 정선이 그린 '압구정도' 이미지 서울시
겸재 정선이 그린 '압구정도' 이미지 서울시

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은 조선시대 문인들이 쓰고 읊은 ‘한시(漢詩)’에 담긴 서울의 섬, 절, 나루, 산, 궁궐, 정자 등 도성 안팎의 명소들을 문학적 감상과 역사적 내용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를 발간했다. 

서울문화마당 제22권 《서울의 한시》는 시민청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서울의 한시》를 비롯한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는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과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으로도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