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바람도 불었다, oil on canvas, 130.3×162.2cm, 2023.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이은미, 바람도 불었다, oil on canvas, 130.3×162.2cm, 2023.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이은미 작가는 구석진 공간이나 모서리,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수평선처럼 경계를 맞대고 있는 공간의 미묘한 빛과 공기의 흐름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사물과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제 작가는 이같은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작가는 대상과 그것의 현상학적 순간을 향한 이분법적 구조로부터 탈피한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바람이 외부에서만 머물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람은 결코 되돌아 올 수 없는 시간처럼,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또다시 바람이 다가온다. 작가는 이렇게 피부에 와닿는 바람을 인지하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일련의 과정에 집중한다. 바람이 어떻게 감각을 통해 드러나는지, 그것이 화폭에 어떻게 펼쳐지는지 계속해서 추적해왔다.

이은미, 여름은 지나갔다1,  oil on canvas, 117×91cm, 2022.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이은미, 여름은 지나갔다1, oil on canvas, 117×91cm, 2022.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문득 작가는 자신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 그 숨이 닿았던 곳에서 바람의 흔적을 발견한다. 바람이 일으킨 미세한 진동들은 우리 피부에 닿고 작고 깊게 들이마신 그것은 우리의 몸 속, 더 깊은 곳 폐포 점막에까지 이른다.

이은미 작가는 깊고 내밀한 곳에 닿는 감촉, 접촉의 순간을 형상화했다. 그런 작업을 4월 12일부터 아트노이드178에서 여는 개인전 《도착할 시간》에서 선보인다.

“보이지 않는 대상이자 바깥 세상에 존재하는 바람이 어느새 우리 안에 들어와, 하나가 되어가는 그 경이로운 순간”들이 이은미 작가의 작품 속에 펼쳐진다.

이은미, 짧은 시간, oil on canvas, 45.5×38cm, 2022.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이은미, 짧은 시간, oil on canvas, 45.5×38cm, 2022.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박겸숙 아트노이드178 대표는 이은미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것은 빛으로 드러나는 순간처럼, 매 순간 생성되는 더없이 새로운 세계 그 자체이다. 이은미 작가가 기다리고 있는 세계, 그리고 마주할 수 있었던 세계는 ‘그렇게 있음(自然)’ 그 자체로 작가의 작품 속에, 그리고 지금, 여기에 동시에 존재한다. 숨을 들이 쉬고 내쉬는 공기의 흐름, 바람의 움직임 그대로 존재하는 그것들의 세계, 그것은 그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세계이다. 그리고 그 모든 호흡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다.”

그리고 “작품 앞에 선 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바람을 기억한다면, 그 모든 순간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길 바란다. 그 찬란한 삶의 생생한 순간들을 사랑했고, 매 순간의 소중한 기억을 소중히 품어왔다면, 언젠가 모든 순간을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면 놓아주자고 권한다. 그렇게 놓음으로 우리는 또 새로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될 테니 말이다"며 "2023년 4월, 화창한 봄으로 기억될 어느 날, 또 다른 바람이 불어와 다시 우리의 삶 속에 찬란한 순간으로 ‘도착할 시간’을 아트노이드178에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미, 돌아갈 수 없다, oil on canvas, 162.2×130.3cm, 2021.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이은미, 돌아갈 수 없다, oil on canvas, 162.2×130.3cm, 2021. 이미지 아트노이드178

4월 12일 개막한 이은미 작가의 개인전 《도착할 시간》은 5월 3일까지 아트노이드178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6길 8-5 B1)에서 열린다. 전시 기간 중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