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7,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80.3 x 116.8cm. 사진 아트노이드178
마시멜로7,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80.3 x 116.8cm. 사진 아트노이드178

김형주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땅 위에 마시멜로》 展이 10월 13부터 11월 2일까지 아트노이드178에서 열린다.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되묻는 작업을 지속해온 김형주 작가는 이번 전시 《땅 위에 마시멜로》에서도 그 질문을 이어간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과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한 김형주 작가의 탐구는 계속된다.

마시멜로4,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162.2 x 130.3cm. 사진 아트노이드178
마시멜로4,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162.2 x 130.3cm. 사진 아트노이드178

김형주 작가의 시선은 매일 오르던 작은 구릉 같은 이름 모를 산,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어버린 잡초들,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검정비닐로부터 농촌의 늦가을 풍경에 항상 등장하는 흰 비닐 덩어리로 향한다. 작가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낯선 흰 비닐 덩어리는 어느 논에서나 쉽게 발견된다. 이 사물에겐 ‘마시멜로’라는 귀여운 별칭이 붙어있다. 하지만 그 정체를 알면 씁쓸해진다. 그것은 소농가에 판매할 소사료다. 추수 후에 남은 볏짚들을 모두 긁어모아 발효시키기 위해 비닐로 싸 놓은 것이다. 초겨울에 이 논에 돌아올 철새를 위해 먹이를 남겨놓는 따스한 배려는 이제 없다.

마시멜로21,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21.7 x 26.7cm. 사진 아트노이드178
마시멜로21,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21.7 x 26.7cm. 사진 아트노이드178

작가에게 흰 비닐 덩어리일 뿐인 ‘땅 위에 마시멜로’들은 “그칠 줄 모르는 인간의 욕심을 상징”한다. 작가는 넓은 논 위에 드문드문 놓인 마시멜로들이 가진 조형성에 주목한다. 장지 위에 검은 먹을 입히고 한올 한올 잘려 나간 볏짚을 수없이 그려 넣으면서 화폭을 채워나간다. 그리고 또다시 그 주변에 색을 입혀 땅으로 만들어 간다. 그러나 그 땅 위에 전혀 다른 이질적인 흰 면들이 자리한다. 무중력 상태처럼 느껴지는 흰 면들이 부피를 얻고, 무게를 얻고 팽창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전시에서 김형주 작가는 의도적으로 묘한 이질감을 줄 수 있는 어긋남의 순간들을 화면 속에 기입한다. 자칫 낭만적이라고 느끼고 마는 벌판의 목가적인 풍경에는 더 이상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다정함은 없다. 오로지 인간에게 어떠한 ‘쓸모와 효용성’을 주는가의 문제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이기심을 작가는 화폭에 옮겨 넣는다. 장식적인 화면의 조형미가 주는 즐거움에 시선을 빼앗긴 관객은 이제 ‘장식미’를 깨고 드러나는 형식과 내용에 의도된 불일치를 경험할 수 있다. 이제 작가가 의도한 ‘우리의 현실’과 마주하기가 시작된다. 가벼운 물체처럼 보이던 흰 비닐 덩어리가 화면을 잠식하는 듯한 기시감이 엄습한다.

마시멜로8,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72.7 x 90.9cm. 사진 아트노이드178
마시멜로8, 2023, 캔버스 한지에 아크릴릭 먹, 72.7 x 90.9cm. 사진 아트노이드178

미학자 노영덕은 작가의 마시멜로 시리즈에서 “생태와 생명 존중, 자연 사랑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 등 김형주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히 드러난다”고 본다. 그는 “작가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각은 흔히 접하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인 수확 끝난 논의 모습에서 자연과 문명 그리고 존재 같은 범우주적인 문제”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형주 작가의 개인전 《땅 위에 마시멜로》는 아트노이드178(서울시 성북구 삼선교로6길 8-5, B1)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