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은 몇 년 전 화가인 신선미 작가의 《개미 요정의 선물》을 읽었다. 그림이 예뻐서 동화책을 구입해 읽었다. 거기에는 ‘신선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동화책 마지막 장에서 시인은 울음을 터뜨렸다. 감동의 울음이었다. 그리고 신선미 작가의 그림 하나를 구입해 집필실 한 구석, 잘 보이는 곳에 놓았다. 《개미 요정의 선물》을 여섯 권이나 사서 아는 젊은 여성들에게 선물했다. 시인은 그 뒤 신선미 작가의 다른 동화책 《한밤중의 개미 요정》을 사서 읽기도 했고 출판사로부터 전화번호를 알아서 원주에 거주하는 신선미 작가와 통화도 했다. 전화를 받은 신선미 작가의 반응은 어땠을까? 

“신선미 작가님? 저 나태주입니다.”

나태주? 설마 내가 아는 시인 나태주? 나태주 시인?

신선미 작가는 잠시 멍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첫 통화임에도 시인과 화가는 어색함 없이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그 후 서로의 책에 사인해 우편으로 주고받아 간직했다.

나태주ㆍ신선미 "오늘은 네가 꽃"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나태주ㆍ신선미 "오늘은 네가 꽃"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그 뒤 한 출판사가 신선미 작가의 그림와 나태주 시인의 시를 함께 구성하여 색다른 시화집을 내자는 제안을 했다. 그때 시인은 이렇게 느꼈다. “아, 내가 동화책을 읽다가 울었는데 그 느낌을 멀리 누군가가 알아주었구나! 그런 감회가 있었습니다.”

시인 나태주와 화가 신선미가 함께 만든 시와 그림이 담긴 아름다운 시화집이 《오늘은 네가 꽃》(머메이드, 2023)이다. 이 책은 시와 그림이 서로 어우러져 더욱 풍부한 감성을 전달하는 시같은 그림, 그림같은 시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1장 그리움, 2장 사랑, 3장 일상 속 작은 발견, 보석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모으고 각각에 그림을 배치하였다. 신선미 화가의 기존 작품들을 나태주 시인의 시와 어울리게 짝지은 것이다. 각기 따로 지어졌던 시와 그림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사랑을 주제로 한 시와 그림이 가득하다. 단순한 로맨스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 자연과 인간, 인간과 사회, 그리고 인간과 신과의 관계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생각을 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독자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신선미 화가의 그림은 색채와 묘사 기법이 탁월하여 독자들에게 매우 강한 감성적인 여운을 남긴다. 이렇게 시인의 서정적인 언어와 화가의 감성적인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독자들에게 매우 인상 깊은 경험을 선사한다.

나태주ㆍ신선미 "오늘은 네가 꽃"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나태주ㆍ신선미 "오늘은 네가 꽃" 표지. 이미지 정유철 기자

이 책은 모든 연령층이 읽을 수 있다. 또한 사랑을 주제로 한 시와 그림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 연인이나 가족끼리 함께 읽기에도 좋다. 특히나 시와 그림이 조화를 이루면서 감성적인 여운을 선사하는 이 책은 문학, 미술, 예술 등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책을 낼 기회가 찾아 온 것에 신선미 화가는 신기했다고 했다.

“그동안 각자의 작품 활동에서 서로 연관된 주제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고요. 나태주 작가님의 시와 나의 그림에 비슷한 감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그리움과 사랑에 관한 시와 그림은 꽤 잘 어울렸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나태주 작가님의 글처럼 나의 그림도 그렇게 자세히, 오래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 《오늘은 네가 꽃》 뒷부분에 넣은 신선미 화가의 목소리로 들어보는 원화에 담긴 사연에서 화가를 엄마로 둔 아들이 털어놓는 불편함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신선미 화가의 원화를 볼 전시가 5월 13일까지 더 트리니티 갤러리(서울시 용산구 장문로 36)에서 열린다. 전시제목은 《사랑가 : Story for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