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한식에는 성묘를 하는 풍습이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명절 한식에는 성묘를 하는 풍습이 있다. 사진 Pixabay 이미지.

동지로부터 105일이 되는 양력 4월 6일(올해)에 맞는 한식寒食은 설,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이다.  

불 사용을 금하는 기간 찬 음식을 먹고 성묘하는 풍습이 내려온 한식의 유래에 관해서는 고대 개화改火의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모든 사물은 생명을 가지며 생명이 오래되면 소멸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갱생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오래된 불씨는 생명력이 없을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래 사용한 불을 끄고 새로 불을 만들어 사용하는 개화 의례를 주기적으로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태종실록 11권, 태종 6년 3월 24일 ‘찬수개화鑽燧改火’에 대한 글이 있다. 예조에서 “불씨를 오래 두고 변하게 하지 않으면 불꽃이 거세게 이글거려 양기陽氣가 정도에 지나쳐서 역병이 생기는 까닭으로, 때에 따라 바꾸어 변하게 한다”며 계절에 맞는 나무를 취해 불씨를 바꾸는 영令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태종도 기꺼이 동의하며 “불씨를 바꾸는 옛 제도를 따르지 않아 화재가 일어난다”며 잊지 않았다 말하고 의정부에서 시행하게 했다.

이때 나무를 비벼 새 불씨른 만드는 것을 찬수鑽燧라 했고, 창덕궁 내병조에서 만든 새 불씨를 한성부와 각 고을에 내렸으며 집집마다 나누어주게 했다.

한식은 헌 불의 소멸과 새 불의 점화까지 과도기인 셈이다. 동지로부터 105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동양 천문학에서 전통적인 28수宿의 하나로 불을 관장하는 심성心星이 출현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심성은 네 방위를 관장하는 신령한 동물 중 청룡의 일곱 별자리 가운데 다섯째 별자리로, 서양에서는 전갈자리의 으뜸별인 심장 안타레스(Antares)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한식을 명절로 지낸 것은 언제인지 확실치 않다. 다만 고려 문종 24년(1070년)에 한식과 연등 날짜가 겹치므로 연등을 다른 날로 바꾸었다는 기록이 있어 최소한 고려 전기에는 한식이 중요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 전기에는 지금보다 7일 빠른 양력 3월 30일경이었으나 고려 후기에는 현재와 같이 바뀌었다.

한식의 주요 풍습으로는 성묘였다. 왕실에서는 종묘 제향을 하고 종묘에서 제외되거나 후손이 없는 왕, 비빈에 대해 성묘하고, 능묘를 보수했으며, 민간에서도 조상 제사를 하고 성묘를 지냈다. 서울지역에서는 제사에 앞서 산신제를 지내기도 했다.

종묘대제. 사진 한국관광공사 누리집 대한민국 구석구석 갈무리.
종묘대제. 사진 한국관광공사 누리집 대한민국 구석구석 갈무리.

특히, 한식은 손 없는 날로 산소에 손을 대도 탈이 없다고 하여 산소에 새 잔디를 입히거나 비석, 상석을 세우기도 했으며, 묘를 옮기는 이장移葬도 한식에 행했다. 이외에 투란鬪卵이라고 계란 위에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렸는지 겨루는 유희가 있었다고 한다.

농가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시기로, 소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소를 부려보기도 하고 볍씨를 담근다. 하지만 이때 씨를 뿌리면 말라죽거나 새가 파먹는다고 하여 씨를 뿌리지는 않았다.

지금은 한식이라고 찬 음식을 먹거나 투란이라는 놀이를 크게 하지 않지만, 성묘를 하거나 조상제사를 지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