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글·그림 황유나, 리드리드출판, 2023)은 10대와 20대, 30대 인생의 단계마다 거듭되는 실패와 아픔을 경험한 저자가 전하는 19가지 공감과 위로이다.

저자는 폭력, 이혼, 자살, 실직 등 다소 과격하고 극단적인 사건을 겪으며 살아왔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런데 그중 어떤 것도 전혀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런 경험이 저자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렇게 된 것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며 좀더 나은 선택을 했기때문일 것이다.

황유나 글·그림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사진 정유철 기자]
황유나 글·그림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사진 정유철 기자]

같은 아파트에서 일어난 자살을 목격한 저자는 자신에게 못난 존재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하며 나아가기로 했다. 저자가 사건 이후 진짜 두려워진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생각, 기쁨도 의미도 없는 삶을 살았다는 후회가 밀려올까 봐 두려웠다. 원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진 못할지언정 최소한 원하는 ‘방식’대로 삶을 꾸려가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못난 존재가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하며 나아가기로 했다.”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살아오면서 저자는 남에게 나를 판단할 힘과 권리를 주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눈으로 나를 보고 타인의 인정을 구해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인생이 답답해진다.”

계약직으로 일하다 2년 계약이 만료된 후 회사에서 잘린 내용, 팀장으로 고군분투한 이야기 등 직장인으로 겪은 애환이 독자의 눈에도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 사회는 왜 이런 직장문화를 만들고 그것을 개인이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지. 왜 서로 지옥을 만들었는지, 안타깝게 한다.

황유나 글·그림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사진 정유철 기자]
황유나 글·그림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사진 정유철 기자]

과격하고 극단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저자는 상처를 많이 입었다. 그런 상처와 아픔을 저자는 어떻게 이겨냈을까?

“살다 보면 슬프고 괴로운 일들이 예기치 않게 벌어진다. 이를 다 잊게 되는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시간이 약이라고 하지만 시간의 흐름에 관계없이 점점 더 아파오는 오는 상처가 있다. 물론 세월에 침식되어 희미해지는 상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어떤 상처건 받아들이는 법을 천천히 배워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 몫의 아픔을 품고 살아갈 힘이 생기게 된다. 고통을 감내하면서 아픔에 무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학창시절 대치동 키즈로 10년간 미술, 피아노, 수학, 영어, 컴퓨터 학원을 다니고, 회사원이 되어서는 ‘자기 계발 콘텐츠’를 여럿 구독하며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렇게 한 이유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정보나 기회를 다 놓칠 것 같은 두려움”에서 “결국, 뒤처지다가 끝내는 도태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자신에게 ‘구독’은 세상과 맞서는 강력한 ‘무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는 저자를 비싼 몸으로 만들어줄 달콤한 ‘연금술’이었다. ‘명상 콘텐츠’는 ‘만병의 원인’인 스트레스를 치유해줄 ‘힐링 포션’이다.”

이런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사람은 지난 세월 축적된 수만 권의 장서들이 우연히 흩어져 있거나 또는 고유 질서에 따라 배치된 하나의 커다란 도서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데 남의 것만 베끼려고만 할 뿐 정작 내 장서들을 들여다본 일은 없다. 무엇이 어떻게 흩어져 있는지 몰라 길을 잃은지 오래다. 성공한 누군가의 노하우를 그대로 답습하고자 했지만, 그의 연금술이 나에게도 똑같이 발휘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일부러 시간을 내 일일이 들여다보며 수고스럽게 정리해 나가는 일은 마땅히 감내해야 할 나의 몫이다.”

아픔과 상처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길을 가기로 한다. 바로 ‘작가의 길’이다. 이 책,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는 첫 결실이다. 저자가 계속 작가의 길을 가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