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Jejudo-2, 대섭이굴, C print, 120x150cm, 2014  [사진 일우스페이스]
박형근, Jejudo-2, 대섭이굴, C print, 120x150cm, 2014 [사진 일우스페이스]

일우사진상 수상작가 박형근 작가의 개인전 〈surface, surface, surface〉가 11월 9일(수)부터 2023년 1월 4일(수)까지 서울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제12회 일우사진상 출판부문 수상전으로 열리는 박형근 개인전이다.

이 〈surface, surface, surface〉전은 근대화 이후에 작동하기 시작한 이데올로기, 자본, 욕망의 기제들을 가시적인 형태로 노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허상의 실재화를 기획, 실현해 나가는 유토피아적 이상의 실행 공간인 제주 전역에 관한 사진 기록이며 탐사작업이다. 또한 랜드스케이프의 구축과 변형 그리고 오작동이 남긴 상처와 흔적을 목도하는 동시에 현실 속 가상성의 적용이 가속화하는 지대를 탐색해 나가는 프로젝트이다. 박형근 개인전 〈surface, surface, surface〉는 사진을 매개로 역사의 전진과 퇴행, 그 유보된 판단에 대한 성찰과 반성의 메시지를 전한다.

박형근 작가는 2000년대 초반 시작한 <텐슬리스> 연작에서 주관적 지각방식과 내러티브의 구성을 통해 재현 매체로서의 사진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특별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 <제주도. 2005~2022> 연작을 통해 2005년부터 최근까지 18여 년 동안 제주도에서 진행한 관찰과 기록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제주도 천혜의 자연경관과 원시성에 가려진 역사의 그늘로 진입한다.

박형근, Jejudo-8, 알뜨르, C print, 120x154.5cm, 2014  [사진 일우스페이스]
박형근, Jejudo-8, 알뜨르, C print, 120x154.5cm, 2014 [사진 일우스페이스]

  <제주도, 2005~2022>연작에 등장하는 제주는 시간의 연대기적 질서에 따라 정렬된 연속적인 시대의 결과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층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복합적인 시간성을 띤다. 박형근의 제주풍경은 표면의 변화를 촉발한 시대적, 역사적 인과율을 무화해 나가는 비균질적이고 모순적인 층위들의 결합체이다.

그에게 제주는 표면과 이면, 이미지와 잠재성과 같은 이항 대립구조에 기대어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중간들, 그 중간의 중간을 가진다. 특히 표면의 위아래에 층층이 달라붙어 있는 것들은 이데올로기, 자본, 욕망에 의해 가속화된 지점이며, 더불어서 역사에서 배제되었던 존재들과의 불가분의 관계를 암시한다. 이를 통해 단일하고 종합적인 역사의 풍경에서 비껴간, 거론되지 못했던 역사의 또 다른 주체들을 소환하여 되살린다. 즉, 제주의 표면과 그 이면뿐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사이에 존재했을 무수한 다른 시간을 바라보게 한다. 동굴, 벙커, 숲은 다른 시간성의 고찰을 매개하는 대상들이며 마치 낯선 꿈을 일깨우는 몽타주처럼 이질적인 이행을 가능케 한다.

박형근, Jejudo-41, 새별오름, C print, 120x150cm, 2012  [사진 일우스페이스]
박형근, Jejudo-41, 새별오름, C print, 120x150cm, 2012 [사진 일우스페이스]

제주에서 태어난 박형근은 유년기에 친구들과 뛰어놀던 오름, 바다, 계곡, 동굴을 다시 찾아 카메라로 기록하며 깨닫게 된 진실 앞에, 낭만적인 제주풍경은 허구라고 단언한다. 사진적 사실성이 강화된 이미지들에는 오래된 사건의 흔적과 상처 그리고 기이한 형태의 구조물들이 비현실적 긴장감을 유지한 채 혼재한다.

박형근, Jejudo-81, 일출봉, C print, 120x154.5cm, 2019  [사진 일우스페이스]
박형근, Jejudo-81, 일출봉, C print, 120x154.5cm, 2019 [사진 일우스페이스]

 영국유학시기를 제외한 창작기의 대부분을 제주와 더불어서 그리고 제주에 대해 말하고 있는 그의 사진들에는 그 간 제주도와 주고 받았던 유무형의 대화, 갈등,이해의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제주도의 관광산업,일제강점기와 4.3사건, 개발과 자연환경에 대한 관심은 작가 특유의 비언어적이고 감성적인 어법으로 작품에 스며들어 있다.

박형근, Jejudo-87, 사계, C print, 120x150cm, 2021 [사진 일우스페이스]
박형근, Jejudo-87, 사계, C print, 120x150cm, 2021 [사진 일우스페이스]

 1973년 제주에서 태어난 박형근은 영국 런던대학 골드스미스컬리지대학원에서 시각미술이후 이미지앤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졸업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1999년 첫 개인전 이후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고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2006년 금호영아티스트, 제9회 다음작가상(2010), 2014년 프랑스국립케브랑리박물관의 포토케이레지던시, 2022년 일우사진상(출판부문)을 수상했다.

박형근 개인전 <surface, surface, surface>는 일우스페이스 제1, 2 전시장(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117 대한항공 빌딩1층)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