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말이산고분군, 대가야 지산동 고분군, 다라가야 옥전고분군, 금관가야 대성동 고분군 등에서는 가야가 활발한 국제교역국이었음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이 출토된다. 주변국인 신라, 고구려, 백제, 그리고 왜와 중국 유물은 물론 신라보다 앞서 유럽과의 교역을 보여주는 로만글라스까지 나왔다. 국제교역국 가야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었다.

문화재청과 함안군은 아라가야의 옛수도 함안의 말이산고분군 75호분 발굴조사에서 가야문화권에서는 처음으로 5세기 중국 남조에서 제작된 연꽃무늬 청자그릇(中國製 靑磁 蓮瓣文 碗, 중국제 청자 연판문 완)이 발굴되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과 12일에는 출토현장에서 자세한 발굴성과와 출토유물을 공개했다.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 75호분에서 5세기 중국 남조시대 최상품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발견되었다. (위) 매장주체부의 세부 모습. (아래 왼쪽) 무덤주인의 서쪽 유물 부장공간. (아래 오른쪽) 발굴된 중국 남조 연꽃문늬 청자의 출토상태. [사진=문화재청)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 75호분에서 5세기 중국 남조시대 최상급 연꽃무늬 청자그릇이 발견되었다. (위) 매장주체부의 세부 모습. (아래 왼쪽) 무덤주인의 서쪽 유물 부장공간. (아래 오른쪽) 발굴된 중국 남조 연꽃문늬 청자의 출토상태. [사진=문화재청)

가야문화권에서 중국 청자가 발굴된 것은 백제문화권과 인접한 남원 월산리 고분군에서 닭머리 모양을 본뜬 주둥이가 달린 동진시대 ‘계수호鷄首壺’가 나온 예가 있다. 그러나 가야 중심문화권에서 나온 사례는 최초이다.

경남연구원 역사문화센터가 진행한 이번 발굴은 말이산 고분군의 체계적 정비와 보존관리방안 마련을 위해 올해 7월부터 능선 끝자락에 있는 75호분을 대상으로 시작된 발굴조사 과정에서 유물이 출토되었다.

(위) 경남 함안 말이산 75호분의 위치. (아래) 말이산 75호분 발굴조사 현장. [사진=문화채청]
(위) 경남 함안 말이산 75호분의 위치. (아래) 말이산 75호분 발굴조사 현장. [사진=문화채청]

지름 20.8m, 높이 3.5m의 봉분을 걷고 11매의 덮개돌을 들어내자 길이 8.24m, 너비 1.55m, 높이 1.91m의 대형돌덧널무덤이 확인되었다. 동서로 긴 사각형 형태의 돌덧널무덤은 가운데 무덤 주인의 공간을 기준으로 서쪽에 유물 부장공간, 동쪽에는 순장자를 배치하는 말이산고분군의 전형적인 특징이 잘 나타났다.

서쪽 유물 부장공간에서 무너진 돌덧널 무덤의 얇은 널빤지로 다듬은 장식용 돌인 벽석을 들어내자 구경 16.3cm, 높이 8.9cm, 그릇 밑바닥 지름 7.9cm의 거의 완형에 가까운 형태로 ‘연꽃무늬 청자’가 드러났다.

청자는 안쪽 8개, 바깥쪽 8개의 연꽃잎이 겹쳐 청자를 감사는 형태로 오목새김, 독을새김 모두를 사용해 입체감이 있다. 이러한 형태는 5세기 중국 유송대 청자그릇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중국 강서성 홍주요洪州窯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여타 중국 출토품과 비교해도 최상급으로 확인된다.

(시계방향으로) 말이산고분군 75호에서 발굴된 5세기 중국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그릇, 풍납토성 197번지 다-38호 수혈 발굴 그릇, 남조 송宋 원미2년(474) 출토 유물, 남조 송 영초원년(420)출토 유물. [사진=문화재청]
(시계방향으로) 말이산고분군 75호에서 발굴된 5세기 중국 남조시대 연꽃무늬 청자그릇, 풍납토성 197번지 다-38호 수혈 발굴 그릇, 남조 송宋 원미2년(474) 출토 유물, 남조 송 영초원년(420)출토 유물. [사진=문화재청]

정확한 제작 시기는 중국에서 출토된 남조의 송宋대 402년(영초 원년) 출토품, 474년(원미 2년) 출토품과 비교 분석한 결과 474년을 전후한 5세기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아라가야 최고지배층 묘역인 말이산고분군에서 중국 남조 최고급 청자 출토는 5세기 후반 아라가야와 중국 남조의 교류 관계를 나타낸다. 《남제서(南齊書)》의 「동남이열전(東南夷列傳)」 기록에는 ‘가락국왕 하지가 남제(479~502)에 사신을 파견해 조공하고 보국장군輔國將軍 본국왕本國王의 작위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어 기존에는 대가야의 왕을 지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출토로 가락국왕 하지를 아라가야의 왕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발굴조사에서 돌덧널무덤 북쪽 장벽에서는 말이산고분군의 또 다른 특징인 목가구시설의 흔적도 확인되었다. 또한 큰 칼 2점, 쇠창, 쇠도끼, 금동장식 화살통, 화살 등의 무기류와 말갑옷, 등자(鐙子, 발걸이), 안교(안장), 기꽂이 등의 말갖춤새 일괄, 금동제 허리띠장식, 큰항아리, 그릇받침, 굽다리접시 등 50여 점의 토기류도 함께 출토되었다. 출토유물과 유구를 살펴볼 때 무덤은 5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