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은 판본에 따라 국보 또는 보물로 지정되었으나 지금까지 고려시대 역사서는 국가지정문화재가 되지 못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3일 고려시대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가장 핵심자료인 《고려사高麗史》를 보물지정 예고를 했다. 고려 역사서로는 첫 사례이다.

동아대 석당박물관에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 [사진=문화재청]
동아대 석당박물관에 소장한 《고려사》 목판본. [사진=문화재청]

《고려사》는 고려시대 당대에 정식 편찬되지 못했다. 고려 말 문신 이제헌, 안축 등이 편찬을 시도했다가 완성되지 못했다. 조선건국 후 이성계의 명으로 정도전, 정총 등이 《고려국사》를 편찬했으나 전하지 않는다. 태종14년(1441) 태종이 변계량, 이숙번 등에게 명해 《고려국사》를 수정 편찬하고자 했으나 완성되지 못했다.

결국 조선 세종31년(1449)편찬하기 시작해 문종1년(1451)에 완성되어 단종2년(1454)반포되었다. 총139권으로 편찬된 《고려사》는 세가世家 46권, 열전列傳,지志 39권, 연표年表 2권, 목록 2권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때 간행된 판본은 알려지지 않았다.

세조1년(1455) 을해자로 간행된 금속활자 판본과 그 뒤 중종 연간(1506~1544)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을 목판에 새겼다고 한다. 현재 ▲성종13년(1482)에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 ▲광해군 5년(1613)에 을해자본은 뒤집어 다시 새기는 번각을 해 새긴 목판본의 초간본 ▲같은 해 을해자본을 번각한 목판본을 번각한 17~18세기 추정시기 후쇄본이 전한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예고된 대상은 현존 《고려사》판본 중 가장 오래된 을해자 금속활자본과 목판 완질본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을해자 2건과 목판본 2건, 연세대 도서관 소장 목판본 1건, 동아대 석당박물관 소장 목판본1건(부산광역시 유형문화재 제104호) 등 3곳 소장 6건이다.

그중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을해자본 2종은 완질이 아니지만 현존 《고려사》 중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또한, 목판본 2종은 각각 태백산사고와 오대산사고에 보관되었던 것으로 모두 을해자 번각 목판 초간본이자 완질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고려사》을해자 본. [사진=문화재청]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고려사》을해자 본. [사진=문화재청]

동아대 소장본과 연세대 소장본은 번각 목판본의 후쇄본이지만 완질이고 조선 후기 민간에 《고려사》가 유통되어 열람‧활용된 양상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문화재청은 해당 6건이 ①고려의 정사正史로서 고려의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천 사료인 점 ②비록 조선 초에 편찬되었으나 고려시대 원사료를 그대로 수록해 사실관계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뛰어나다는 점 ③고려의 문물과 제도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수록되었다는 점에서 역사‧문화사‧문헌학적 가치가 탁월하다는 점이 인정되었다. 특히 판본들은 지금까지 전해진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자 목판 번각본이라는 점에서 서지적 가치 또한 높게 평가된다.

보물 지정예고된 6건의 《고려사》는 30일간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처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