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셋째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백두산 정상에서 맞잡은 두손을 들어 올리며 남북한 평화를 기원했다.

두 정상 부부는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에 도착했다. 두 정상 부부는 천지 주변을 산책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이 함께했다. 이번 백두산 동반 방문은 문 대통령이 평양에 도착한 뒤 김 위원장이 제안한 것으로, 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이날 오전 6시 39분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평양 순안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우리측 수행원들도 북측 인사들과 악수를 하며 환송행사를 했다.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이른 시간인데도 첫날과 같이 북한 주민들의 환송 행렬이 이어졌다. 오토바이 호위대의 인도를 받으며 이동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 양 옆으로 평양 시민들이 도열해 꽃다발을 흔들며 환송했다.

남북정상회담 셋째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백두산 정상에서 맞잡은 두손을 들어 올리며 남북한 평화를 기원했다.[사진출처=청와대]
남북정상회담 셋째날인 20일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백두산 정상에서 맞잡은 두손을 들어 올리며 남북한 평화를 기원했다.[사진출처=청와대]

문 대통령은 차창을 열어 손을 흔들며 아침 일찍 나와 환송해 준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대통령은 오전 7시 27분에 평양 순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 측 수행단과 악수한 후 비행기에 올랐다. 특별수행원들은 오전 7시에 먼저 고려항공으로 출발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오전 7시27분 공군 2호기를 타고 출발, 오전 8시20분 삼지연 공항에 도착했다. 군악대와 의장대, 삼지연 일대 시민들이 공항에서 환영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 부부가 공항에 미리 도착해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영접했다. 문 대통령 부부와 김 위원장 부부는 차량과 궤도열차로 백두산 중턱을 거쳐 장군봉에 도착했다.

◇“남쪽 국민들도 백두산에 올 수 있는 시대 곧 올거라 믿어”

장군봉 정상에는 의자와 티테이블 배치되어 있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향해 담소를 시작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에서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라며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을 소개했다.

리설주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라고 말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집 마당에도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만병초 대화를 듣고 있던 김정은 위원장은 “꽃보다는 해돋이가 장관”이라며 백두산 자랑을 덧붙였다.

리설주 여사는 백두산에 얽힌 전설도 소개했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땅을 통해 백두산을 오르겠다’는 소원을 오늘 이룬 것에 대해 고마움을 전했다.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는데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습니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오게 되면 오늘 받은 환대를 답하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 부부는 천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양측 수행원들과 번갈아가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기념사진을 찍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수행원들에게 “대통령님 모시고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해 모두가 웃음 짓기도 했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부부는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향도역으로 이동했다. 김정숙 여사는 500ml 제주도 물이 담긴 생수병을 손에 들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한라산 물을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천지에 도착해 생수병에 담긴 제주의 물 일부를 천지에 뿌리고, 천지 물을 담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백두산이 분단 이후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되어버렸다며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지요”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기대했다.

◇김 위원장, 송이버섯 2톤(2,000kg) 선물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서 송이버섯 2톤(2,000kg)을 선물했다. 송이버섯은 문 대통령 내외가 북에 머무는 사이에 먼저 도착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20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선물한 송이버섯 2톤(2,000kg)이 오늘(20) 새벽 5시36분 성남 서울공항에 화물수송기편으로 도착했다”며 “송이버섯 2톤(2,000kg)은 아직까지도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한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모두 나누어 보낼 예정이다”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특히 고령자를 우선하여 4천여명을 선정하였고, 각각 송이버섯 약 500g 분량을 추석 전에 받아보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서 마음을 담아 송이버섯을 보내왔습니다. 북녘 산천의 향기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부모형제를 그리는 이산가족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고픈 가족의 얼굴을 보듬으며 얼싸안을 날이 꼭 올 것입니다. 그날까지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인사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00년,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선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송이버섯을 선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