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우루과이 전 대통령 호세 무이카, 매출의 1%를 환경보호활동에 기부하는 파타고니아 CEO 이본 쉬나드, 슈퍼스타K6 우승자 곽진언……. 이들의 공통점은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무슨 뜻일까?

최근 <학력파괴자들(프롬북스)>을 펴낸 정선주 씨를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IT 업계 회사를 그만두고 인지코칭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책 뒷장엔 80여 명이 넘는 학교 중퇴생들의 화려한 이력이 가득하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등 학교 밖 세상에서 꿈을 찾는 청소년을 기획하고 취재한 기자로서 저자와의 만남이 기대됐다. 정 씨 또한 신문사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 학력파괴자들의 저자 정선주 씨는 학교의 정규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성공한 리더가 많다고 강조했다(사진=윤한주 기자)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 학교를 중퇴하고 성공한 사람 중에는 10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 비결이 있습니까?
 
“학력파괴자들이나 성공한 사람들은 3단계를 거쳤어요. 배우기, 사고하기, 실행하기. 우리나라 교육은 1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것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만 평가하죠. (16세 네덜란드 소년) 보얀 슬렛은 바다 쓰레기를 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독학하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았던 거죠. 태평양 쓰레기 섬의 절반을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합니다.”
 
- 우리나라 교육으로 가능할까 싶네요.
 
“대학교 교육조차 겨우 1단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가능성이 많습니다. 13살에 시각장애인 점자 프린터를 발명한 아이(슈브함 바네지)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궁금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책을 읽지? 시각장애인을 돕고 싶은 마음으로 연구했고 저렴한 레고를 이용한 점자 프린터를 만듭니다. 그걸로 창업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보급했다고 해요. 10대이기 때문에 너는 배워야만 해. 그것이 아니라 3단계를 어릴 때부터 시켜줘라. 그것이 몸으로 익힌 아이는 사회에 나가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국·영·수 시험에서 한 개만 틀려도 서울대학교에 못 가니깐 실패로 알고 아이들이 위축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시행착오하면서 성취감을 가지면 문제해결능력이 생깁니다. 또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어른이 되어서도 실패하지 않는 경험을 얼마든지 쌓을 수가 있고요.”
 
- 학력파괴자들을 보면 부모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ADHD학생이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토드 로즈가 대표적입니다.
 
“‘너는 낙오자야’ 라고 말했다면 그는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너는 좋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부모가) 믿음을 주었죠. 우리나라는 (남과) 비교하는 것이 심합니다. 남들이 하니깐 다 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유명한 대학교에 가지 않고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해도 아이마다 할 일이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빨리 발견하고 어떤 아이는 늦게 발견합니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서 10대에 발견을 못하면 천천히 찾아보라고 지켜봐 주는 (부모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마라
 
- IT 전문가로 활동했다고 책에 소개했습니다.
 
“서울의 한 IT업계 회사에서 10년 이상 일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연설을 들은 것이 (회사를 그만 둔) 계기가 됐죠.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하겠느냐?’ 라는 대목입니다.”
 
- 후회해본 적은 없습니까?
 
“아주 가끔은 회사를 계속 다녔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이 든 적은 있어요. 그런데 언젠가는 그만두었을 것 같아요. 그 길이 나에게 맞는 ‘소명’이 아니지 않았을까? 사람마다 지향하는 것이 다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돈, 어떤 사람은 명예, 저는 조금 더 가치를 찾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어요. 책을 쓰면서 그것을 느꼈죠. 이 책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겠구나. 그것 때문에 행복했습니다.(웃음)”
 
▲ 정선주 씨가 자신의 첫 작품인 <학력파괴자들>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 책을 쓴 계기는 무엇입니까?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2년 전에 학원에서 강의했는데,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다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교육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스티브 잡스처럼 학교를 중퇴하고 성공한 사람을 찾아보니깐 정말 많더라고요. 자기계발서처럼 쓰려고 했는데 교육 전체를 다루게 됐습니다.”
 
- 학교를 중퇴하는 것도 어렵지만, 직장을 그만두기도 쉽지 않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퇴직한 선배가 오상식 차장에게 "회사는 전쟁이지만 밖은 지옥이라고 어떻게든 버텨라"라고 한 것처럼
 
“그 멘트에는 찬성하지 않아요.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말이죠. 그 사람이 뭔가 해보기 전에 자신이 겪어온 경험으로만 누군가에게 한계를 지어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니라고 봐요.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전에 한 번도 책을 써 본 적이 없었어요. 한계를 몰랐기 때문에 이 책을 쓴 것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런 말을 했어요. ‘스스로에게 한계를 두지 마세요. 당신 아니어도 한계를 강요할 사람이 많으니 스스로 속단하지 마세요.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저는 그 말에 너무 동감합니다.”
 
- 학력파괴자들 중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아웃도어 의류기업 ‘파나고니아’를 창업한 이본 쉬나드입니다. 어릴 적부터 산을 너무 좋아해서 16살에 학교를 자퇴했다고 해요.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의류계의 스티브잡스라고 소개받았을 때, 그는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본인은 옷을 만들더라도 몇 번이고 고쳐서 다시 입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거죠. 왜냐하면 제품은 쓰고 버리면 쓰레기가 되니깐. 아이폰은 한번 사면 또 새 제품이 나와서 사게 한다는 거 예요. 그것이 다 쓰레기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이본 쉬나드에 대해 열성적으로 소개했다. 그러나 책에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미국 금융위기와 관련한 10개 기업의 CEO의 최종학력을 비교한 대목에서 짧게 소개된다. 그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골드만 삭스 등 금융위기를 일으킨 10개 기업의 CEO는 명문대 출신이에요. 이들은 사임하고 엄청난 퇴직금을 받았어요. 청문회에도 비행기 타고 옵니다. 파타고니아처럼 가장 책임 있는 기업의 CEO는 학교중퇴자가 많아요.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떠한 성공이어야 하는가? 솔직히 말해서 이본 쉬나드의 글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원래는 더 많이 소개했는데, 출판사에서 전체적인 글의 흐름상 빠지게 됐습니다.”
 
-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프리카 부족이 살고 있었는데, 선진국 사람들이 강 상류에 댐을 만들고 있었죠. 부족민들은 그것도 모르고 아이들에게 고기 잡는 법, 강물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댐이 완성되자 마을이 해체됩니다. 앞으로 세상은 인공지능으로 많은 기업과 일자리가 사라집니다. 곧 댐이 완성되는 세상이 온다는 거죠. 완벽하게 프레임이 바뀌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어떤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댐이 완공되는 시기를 보면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