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학교 전북학습관 박병건 군과 친구들이다(제공=벤자민학교 전북학습관)

교육은 ‘콩나물 시루에 물주기’로 비유한다. 당장은 물이 새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콩나물이 자라기 때문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전북학습관 박병건 군(17)이 대표적인 경우다. 1년 만에 바뀐 박 군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박 군과 친한 임선묵 군은 “선생님이 말하기 전에 미리 짐을 정리해요. 이전에는 안 그랬죠. 싫은 표정을 짓고 그랬으니깐요”라고 말했다. 임 군은 “지금은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박 군의 예전 모습은 어땠을까?

아버지 박장래 씨의 말이다.
 
“어릴 적에는 활발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키가 커지더라. 체육 시간에 공을 가지고 놀아야 하는데 동작이 느렸다. 그것을 못하니깐 스스로 가둬버린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내와 사별했다. 3학년을 마치니깐 키가 2m가 됐다. 1년을 쉬고 체력 관리해야겠다. 학교가도 따돌림 당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때마침 지인의 소개로 벤자민학교에 박 군이 입학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임선화 담임교사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고. 임 교사는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고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을 몰랐다”라며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사랑을 주면서 기다렸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정중하게 부탁했고 하나씩 알려주면서 병건이가 서서히 마음을 열더라. 지금은 팔굽혀펴기를 30개 이상 할만큼 (체력이) 많이 좋아졌다”라고 밝혔다. 
 
박 군은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주 세도나에서 열린 <지구시민캠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박 군은 봉사활동, 팀댄싱,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멘토와 상담하면서 자신과 소통하고 세상을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 9월 워크숍에서는 이렇게 선언했다.
 
“컴퓨터를 배울 거에요. 아르바이트도 하겠습니다. 카이스트(KAIST)에 가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이후 11월부터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고 전주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버지 박 씨는 “지금은 스스로 뭔가 해보겠다는 모습이 기쁘다”라며 “사회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지 내가 왜 이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인지 눈을 뜨도록 해주는 것 같다. 많은 학생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제 갈 길을 못 찾고 있는데, 한 달 만이라도 벤자민학교에 가서 뭐라도 배웠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