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3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산업체 현장실습을 나간다. 자식을 사회에 보내는 심정이다. ‘아이들이 산업현장에 가서 잘 적응해야 할 텐데……. 사랑받아야 할 텐데……. 혹시 미움을 받으면 어떡하지? 인사는 잘 하려나? 눈치 있게 주변 분위기를 잘 파악하려나?’ 이런 저런 걱정을 한다. 

▲ 성운모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10월에 한 학생이 교무실로 찾아왔다. 1학년 때 담임을 하였던 학생이다. “선생님, 제가 현장실습을 나가서 월급을 받았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비싼 것을 못 사서 죄송합니다”라며 예쁘게 포장된 양말을 내밀었다. 그 마음이 오롯이 전달되었다. 고맙고 기특했다. 대견했다. 가르치는 보람이 이런 것이 아닐까? 
 
요즘 학생들은 받는 것에 익숙해있다. 학교에서 정부에서 많은 것을 무료로 제공해준다.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사회에 나가서 학생 때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사회 생활할 때 고마움을 서로 표현하면서 산다면 사회는 조금 더 밝아지고 따뜻해지지 않을까?
 
수업 들어가는 모든 반에 ‘예절인사’를 가르치고 있다. 반장이 ‘차렷’하면 모두 일어서고 ‘공~수’하면 모두 따라서 ‘공~수’하면서 손을 가지런히 아랫배 단전(丹田)에 모은다. ‘배례’하면 ‘사랑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그러면 ‘사랑합니다’라고 받아준다. 수업이 끝나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상대방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감사함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고 있다. 예절은 ‘사랑받는 자세’라고 한다. 아이들 모두가 사회에서 사랑 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11월 12일은 수능 날이었다. 수험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긴장했다. 시험실에 들어가서 반입금지 물품인 핸드폰 등을 제출하라고 하였다. 혹시 모르니 가방을 뒤져서 핸드폰이나 전자기기 등 반입금지 물품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여러 해 전에 수험생의 아버지가 수험생의 가방에 몰래 핸드폰을 넣어 놓았는데 시험 중에 울려서 부정행위자가 된 적이 있다. 특히 점심시간에 담장을 통해 가족이나 친구에게 핸드폰을 받고 보관하면 안 된다고 일러주었다. 
 
시험이 끝났다. 아무 일 없이 끝난 줄 알고 복도 감독에게 여쭤보니 우리 학교에서 한 명의 부정행위자가 있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울타리에서 핸드폰을 받아서 통화하고 주머니에 소지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조사해보니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학생들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장래가 달린 수능보다 핸드폰이 더 중요한 것일까? 어떤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할까? 수업 시작할 때 ‘예절인사’와 더불어 ‘구호 외치기’를 하고 있다. 반장이 ‘공부하는 목적, 구호 시작’ 하면 ‘나와 민족과 인류를 위하여 공부합니다’라고 다 같이 구호를 외친다. 이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 핸드폰을 목숨처럼 여기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작은 나’에서 모두를 생각하는 ‘큰 나’로 성장하지 않을까? 회사의 기밀을 빼돌려 중국에 팔아먹는 사람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무엇일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가야할 우리의 미래다. 그래서 모두가 소중하다. “지금은 공부 못한다고 과제를 조금 못했다고 선생님에게 혼나지만 너희 모두가 우리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에 선생님은 너희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단다. 나중에 각자가 어떤 꽃을 피울까 기대가 된단다”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홍익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펼칠 아이들의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오늘도 행복한 미소를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