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고향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계신지요? 두 손 가득 선물꾸러미를 들고 가족을 만나는 이들의 미소가 아름답습니다. 장시간의 교통체증에도 참을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부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복을 곱게 입은 손자와 손녀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안기는 모습은 언제 봐도 한편의 CF입니다.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순도순 명절을 보낼 사람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지요. 요즘에는 다문화가족도 많다고 하니, 한민족의 명절은 세계인이 나누는 풍경이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돌아갈 고향이 있고 함께 밥을 먹을 식구(食口)들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주위에는 반겨줄 가족도 없이 홀로 명절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들을 위해 매년 기부하고 봉사하는 이웃이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할 것입니다.
 
2013년 추석을 앞두고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라고 불리는 백사마을을 취재했습니다. 서울노원국학원과 서울노원사랑봉사단이 지구시민운동연합 서울지부의 후원을 받고 10kg 쌀 60포대를 기부하는 자리였습니다.
 
백사마을은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를 말합니다. 1967년부터 정부는 도심 개발을 이유로 강제이주를 추진합니다. 용산, 청계천, 안암동의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들은 8평 정도의 천막생활로 시작했으니, 그 힘듦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은 이곳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맞는가? 라는 물음이 들 정도입니다. 그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주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겨울이면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을 매스컴으로 종종 접했을 것입니다. 대부분 백사마을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이들이 손에 손으로 연탄을 배달하는 모습은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온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는 연탄마저도 줄어든다고 하니,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광모 중계본동장, 권대한 노원국학원장과 함께 찾아간 집은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이었습니다. 어르신에게 쌀을 전달했습니다. 이대로 인사하고 돌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노원사랑봉사단원이 방으로 들어가서 어르신의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단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손으로 사랑을 전하는 러브핸즈(Love Hands)라고 하더군요. 봉사단원과 어르신이 가족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쌀이나 연탄으로는 일시적인 배고픔과 추위를 견딜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홀몸 어르신에게 가장 큰 힘듦은 외로움이 아닐까요? 어느 어르신은 집에 TV가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시더군요. 아무도 찾아주는 이가 없으니, TV가 친구라는 말이 가슴 아프게 전해졌습니다. 최근에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케어(老老Care)가 지자체를 중심으로 호응을 얻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가 않습니다. 
 
존 카치오포 박사는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 가’(민음사)에서 외로운 사람은 고혈압 발병률이 37%나 더 높고 스트레스 수치는 50%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스스로 사회와 고립될수록 면역력이 약화되고 노화과정은 가속화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홀몸 어르신은 외로움이라는 병으로 가슴앓이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러브핸즈는 어렵지가 않습니다. 마사지와 비슷하지만, 전문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두 손을 따뜻하게 비벼서 상대방의 어깨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따뜻한 기운이 전해지면서 몸과 마음이 풀린다고 하네요. 올해 추석은 가족, 이웃과 함께하는 러브핸즈로 보내면 어떨까요? 건강하고 행복한 명절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