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지난 4월 11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악수하고

59년 만에 미국과 쿠바 양국 정상이 손을 맞잡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냉전은 오래전에 끝났다. 구시대의 한 장을 넘겨야 한다”며 지난 4월 11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59년 만의 역사적 회동을 했다.

외교 문제에서 유독 결단력을 보이지 못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졌다. 쿠바와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고, 한 때 ‘악의 축’으로 분류했던 이란과는 핵 협상 타결을 끌어냈다. 최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방미에 맞춰 ‘신(新)미∙일동맹’을 맺음으로써 미국의 대(對) 아시아 외교에 큰 축을 마련했다.

우리와 함께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촉구해온 중국도 최근 외교 전략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외교부 당국자가 나서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양국 정상은 지난달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밝은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이후 시진핑 주석은 “중일 관계 발전 방안에 의견을 나눴다”고 했고 아베 총리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해 지역과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라 전했다.

일본 정부와 언론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은 자연스레 따라오게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남미 순방 후 피로누적으로 위경련과 인두염 증세가 있었던 박 대통령은 이날 업무를 재개하면서 모게리니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접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일행 접견 등 외교 관련 인사와 주로 만났다. [사진=청와대]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일관적으로 평행선을 걷고 있는 양국 관계에 관해 “과거사와 경제∙안보를 연결시키지 않는 ‘투 트랙 대일 외교’를 펼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할 외교적 제스쳐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강화, 중국과 일본의 관계 발전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외교 전략 없이 눈치만 보다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일 외교에 있어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다른 나라들과의 외교 흐름을 거스를 수만은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과거는 과거사대로, 한∙미동맹, 한∙일, 한∙중관계는 또 다른 차원에서 분명한 목표를 갖고 소신 있게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실제 외교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