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4시간의 지옥 훈련. 선수들이 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하는지에 대해 영화가 세세하게 보여주거나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선수들의 표정과 태도에서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파울볼 (foul ball)
[야구] 타자가 친 공 가운데 파울 그라운드에 떨어진 공. 또는 1, 3루를 연결한 가상선 안에 떨어졌다가 파울 라인 밖으로 나간 공. 파울볼이 되면 타자에게 한 번 더 공을 칠 기회가 주어진다.
 

영화 '파울볼'은 루저들에 관해 말한다. 모두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다시 마지막 기회를 잡은 이들이 모여 어쨌든 지금 이 순간 미련 없이 인생을 살아나가는 이야기다.

'파울볼'은 지난 2011년 9월 15일부터 2014년 11월 25일까지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의 시작부터 끝까지 1,093일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택배기사, 헬스트레이너, 청각장애우 여기에 마흔을 넘긴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은퇴한 선수까지. 결국은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한 이들이 다시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이 외인구단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함께한다.

영화는 처음부터 짠내가 가득하다. 전국 유소년 야구선수 5,000명 중 우리가 '프로야구 선수'라 말할 수 있는 선수(1군)는 각 팀당 27명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선수까지 온갖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이 모인 고양 원더스의 훈련은 '지옥'의 연속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물음표가 없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서서, 벼랑 뒤를 돌아서면 바로 다 죽는데, 다 끝인데 자신에게 '왜?'라고 제대로 묻지 않는다"고 말이다.

열정은 있으나 기본이 부족한 선수들은 일흔을 넘긴 김 감독의 지휘 아래 하루 14시간씩 지옥 훈련을 거치면서 2부리그 최강팀이 된다. 오합지졸이라 여긴 이들이 모여 해체되기까지 3년 동안 '90승 25무 6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리고 31명이 꿈에 그리던 프로구단에 진출하는 영광도 안았다.

▲ 고양 원더스 소속 선수 중 31명이 꿈에 그리던 프로구단에 진출했다.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할 수 없는 한국 사회에서 고양 원더스가 갖는 상징성은 실로 대단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2012년)에 고양 원더스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단골 방문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유명한 대선 후보가 다녀간다 한들, 결국 고양 원더스는 해체한다. 그 이유가 야구계의 무관심인지, 구단주의 좌절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렇게 기적처럼 열정에게 주어진 기회는 다시 사라져 버린 것이다.

▲ 영화에 두 번 등장하는 고양 원더스의 어린이 팬. "선수 모두 스토리가 있어서 멋지다"고 말했던 어린이 팬은 구단 해체 소식을 듣고 심통한 표정을 짓더니 곧 펑펑 울며 슬퍼했다.

그렇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영화도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014년 9월 11일 구단은 공식적으로 구단 해체를 선언했지만 11월 25일까지 선수들의 거취문제 해결 등을 위해 야구 연습을 하도록 한다. 9월 12일 야구장에 나타난 선수는 절반으로 줄고, 또 시간이 갈수록 더 줄어갔지만 그래도 끝까지 야구공을,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는 선수들도 있었다.

창단 멤버이자 3년을 꼬박 고양 원더스에서 지내며 프로진출을 꿈꿨던 외야수 설재훈 선수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 같았다면 바로 집에 갔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는 버틴다.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설 선수는 지금 SK와이번스에 입단했다.

죽을 힘을 다해본 사람에게는 후회도 미련도 없다. '파울볼' 속 많은 선수들이 그렇게 말한다. 그런 이들에게 그 누구도 '루저'라 할 수는 없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강만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