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협·김미진 씨 가족. 성우 군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얼싸안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아빠랑 나는 원래 하나였어. 그치?"

아빠 눈에서 눈물이 왈칵 터졌다. 장난꾸러기 같은 어린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내 모습으로 왔기에 한없이 사랑스럽고 고맙던, 그러면서도 나의 기대와 바람 때문에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했던 내 아이의 입에서 보석 같은 말 한마디가 나왔다. 아빠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올라왔다.

사랑으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사랑으로 낳은 아이들과 함께 가족을 꾸렸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아이의 첫 옹알이, 아이의 첫 생일, 아이가 학교에 처음 들어가던 날까지. 모든 순간이 내 삶의 귀한 추억으로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모든 것이 사랑에서 비롯된 귀한 결실이거늘, 언젠가부터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 오창준·박미경 씨 가족. 딸 소민 양과 아들 현도 군과 함께 신나게 가족게임을 하고 있다.

행복가정캠프가 지난 5월 3일 충남 천안 국학원 본원에서 열렸다. 행복가정인성교육원이 주최한 이번 캠프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캠프에서는 19가정이 ‘부부 소통’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자녀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여 ‘하나 되는 가족’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번 행복가정캠프에서는 특별한 식사가 이뤄졌다. 바로 '천국의 식사'다. 7분간 자녀가 부모에게 음식을 먹여준다. 이 시간 동안 부모는 직접 수저를 들어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쉽지 않은 식사다. 아직 젓가락질이 서툰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 얼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함이 가득하다. 엄마 아빠에게 무슨 반찬을 줄 것인지 생각하는 얼굴에서는 사랑이 가득 배어난다.

▲ '천국의 식사'. 장민수 씨의 딸 희은 양이 엄마 강미숙 씨에게 밥을 한술 크게 떠서 먹여주고 있다. 엄마를 바라보는 희은 양의 얼굴에 사랑이 가득하다.

"나 그거 말고, 이거 줘."
"엄마, 나한테는 편식하지 말라며. 골고루 먹어야 튼튼해지지!"

엄마와 딸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아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침마다 유치원에 제때 보내기 위해 애태웠던 엄마의 모습은 없다. 엄마가 내미는 숟가락을 요리조리 피하며 밥투정을 부리던 딸의 모습도 없다. 국이 뜨거울까 후후 불어가며 아빠 입에 넣어주는 아들의 모습에 아빠는 넋을 잃었다.

천국의 식사로 배보다 마음이 더 부른 점심을 먹은 가족들에게 소통의 시간이 주어졌다. 말로 하는 소통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하는 소통, 바로 포옹이다.

캠프를 이끈 행복가정인성교육원 인암 권영주 원장은 "인간의 본래 마음은 사랑이다. 그동안 서로에게 주었던 상처와 서로에게 받은 원망과 미움을 다 털어내고 가슴과 가슴으로 서로 깊이 사랑하자"고 말했다.

▲ 이춘호·강애자 씨 가족. 아들 훈이를 가운데 두고 세 사람이 꼭 안고 있다.

먼저 서로 눈과 눈을 바라보며 눈으로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다. '너는 세상에서 제일 귀한 존재란다. 나는 네가 정말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도 엄마가, 아빠가 제일 소중해요. 정말 사랑해요.' 그저 눈을 바라볼 뿐인데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이제는 서로 깊이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안는다. 나는 내 아이를 가슴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나는 내 부모님을 가슴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 서로 한 마음이면서도 엇나가기만 했던 사랑을 이제서야 서로 주고 받는다.

그리고 서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전한다. "아빠, 우리는 원래 하나였어. 그치?" 아들의 말에 아빠의 눈에서는 왈칵 눈물이 터졌다. 그저 아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아이는 아빠만큼이나 큰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아빠는 아들에게 "너를 만나 정말 감사하단다. 고맙다 내 아들"하고 마음을 전했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들과 딸. 서로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느 순간 낯설어진 가족들은 서로 돌아가며 안고, 또 다 같이 안기를 반복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서로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캠프장의 공기가 달라졌다.

▲ 장지화 씨가 두 딸에게 쓴 편지를 읽으려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장 씨는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두 딸에게 미안한 순간이 너무 많았다"며 편지를 읽었다.

서로에게 미안했던 것, 고마웠던 것을 편지로 썼다. 10살 딸과 8살 아들, 부인과 함께 캠프를 찾은 장민수 씨는 "희연아,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 너에게 아빠의 기준으로 혼내고 가르치려해서 미안하다. 남을 배려하는 너의 마음이 아빠는 참 고맙단다. 그리고 아들 준혁아. 캠프 오기 전날 너에게 매를 들었지. 정말 미안하다. 아빠와 준혁이는 우리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게 여행을 다녀오자"며 마음을 전했다.

5남매의 둘째인 안환경 군(14)은 "아빠가 안아주시는데 겉으로는 화를 내도 속으로는 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엄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나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우리 가족 한 명 한 명이 정말 소중해요"라고 편지를 읽었다.

▲ 조춘제·황보태숙 씨의 큰 딸 세빈 양의 편지. '부모님, 지금까지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지 첫 문장이 뭉클하다.

권 원장은 행복가정의 공식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는 사랑할 때 행복하다 ▶마음이 열려야 사랑할 수 있다 ▶따뜻해야 열린다 ▶웃고 칭찬하고 사랑하면, 따뜻해지고 마음이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권 원장은 "사랑이라는 본래 마음을 회복할 때 모두가 행복해진다"며 "그 본래 마음은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 정신으로, 행복가정의 목표는 본래 마음, 순수한 사랑, 홍익인간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행복가정 두 번째 캠프에 참가한 가족들은 앞으로 한 달동안 진행할 '행복가족문화만들기 미션'을 선택했다. 공통미션은 집을 나서고 들어올 때 "사랑합니다"고 말하며 포옹으로 인사하기다. 이 외에도 일주일에 한 번 TV나 휴대폰 없는 날 만들기,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한 방에서 잠자기 등 다양한 미션을 정했다.

▲ 최범규·전수아 씨 가족. 민성 군, 민지 양과 함께 다음 3차 캠프까지 진행할 행복가정만들기 미션을 발표하고 다른 가족들 앞에서 선서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출신인 조은별 양(18)은 "엄마 아빠가 1차 캠프를 다녀오신 뒤 왜 바뀌었는지 알게 되었다"며 "나로부터 시작해 우리 가족, 사회, 나라, 그리고 지구가 바뀐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 오신 모든 가정이 밝게 변해서 온 세상이 바뀌면 좋겠다"고 전했다.

오창준 씨는 "1차 캠프 때 미션으로 집사람과 '손잡고 걷기'를 하자고 했는데, 막상 나가서는 큰 딸하고만 이야기하는 나를 봤다. '아직 우리 부부가 많이 서먹서먹하구나' 싶었다. 그래도 오늘 온 식구가 같이 놀고 같이 울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행복가정캠프는 부부 인성교육을 전문으로 한다. 국민인성교육기관인 사단법인 국학원 산하 행복가정인성교육원에서 주최한다. 행복가정 3차 캠프는 오는 6월 20~21일 충북 영동 송호수련원에서 진행된다. 부부만 참석하는 3차 캠프는 '우리 아이 인성영재로 키우기'를 주제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