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칼럼에서 자기 조절과 감정 조절에 도움되는 한국식 명상의 심리치료의 기제를 간단하게 살펴봤다. 이러한 원리와 더불어 아주 중요한 심리치료의 원리가 한국식 명상에 있다. 이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념적, 학문적 방식이 아니라, 치료자가 수련을 통해 체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식 명상에서는 인간을 정신과 육체로, 다시 말해 인간을 심신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보지 않는다. 마음과 육체와 더불어 기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이를 철학적으로는 ‘삼원론’이라고 하는데, 기 에너지는 마음과 육체 사이에 있어 이 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인간 이해는 에너지를 통해 마음과 육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관점을 내포한다. 
 
한국식 명상에서는 정신분석학과 유사하게 감정을 에너지의 작용으로 이해한다. 이렇게 보면 한국식 명상과 정신분석학은 일면 비슷해 보인다. 마음챙김명상에서는 없는 논리다. 신경과학적으로 감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며 생리작용으로 이해된다. 감정을 만드는 것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것이다. 뇌에서 어떤 물질이 나오는지에 따라 만족감을 느끼기도 하고, 분노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느끼는 행복감의 정체도 결국 뇌 속의 화학작용에 불과할지 모른다. 
 
감정을 기 에너지 범주로 이해한다면, 감정 조절은 기 에너지 조절을 통해 가능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국식 명상은 궁극적으로 감정 조절보다는 감정을 정화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일반 명상을 통해 감정을 객관화함으로써 감정을 조절할 수 있지만, 개인의 습관이나 환경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은 계속 일어난다. 
 
동양 전통에서는 기 에너지는 순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탁한 기운은 맑은 기운으로 정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과거의 부정적인 감정에너지를 정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에너지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감정 조절만으로는 그 감정상태를 극복하기가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고 긍정적인 새로운 감정을 창조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러한 논리를 프로이드의 정신분석과 비교해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에너지로 보는 두 견해는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는 에너지는 제한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닫힌 에너지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국식 명상에서는 인간은 ‘열린 에너지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는 전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받을 수도 있으며, 심지어 우주의 큰 에너지와도 교류도 가능하기에 개인의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떻게 에너지를 잘 활용할 것인가는 한국식 명상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드(id)와 같이 본래 타고난 에너지를 무의식적 욕망으로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한국식 명상에서는 생명현상을 주관하는 뇌간에서의 생명력은 단순히 부정적인 에너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로 파악한다. 인간은 본래 양심(陽心)과 같은 ‘밝은 마음’이 내재해 있다. 뇌간의 원초적인 에너지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뇌간의 활성화는 한국식 명상의 중요한 목적으로 등장한다. 
 
감정 조절은 현재 일어나는 감정을 알아차려야 하기에 의식적 과정에 속한다. 그러나 감정 정화는 무의식에도 일어난다. 기감 회복을 통해 기 에너지를 느끼고, 에너지를 잘 흐르게 하고 순환시키면 감정 정화도 함께 일어나게 된다. 이러한 원리에서 한국식 명상수련을 하고 나면, 특별한 정신분석이나 인지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정신이 맑아지고 기존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정화되는 현상이 무의식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은 논리적인 이해보다는 직접 수련을 통해 몸으로 체험해야만 하기 때문에 치료자는 자기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어떤 부정적인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한국식 명상수련을 통해 무의식 속에서 감추어진 감정의 정화가 일어나기에 무의식 정화는 가능하게 되고, 무의식 혹은 암묵적 기억에 채색되어 있는 감정도 정화되면서 심리치료가 이루어진다. 결론적으로 뇌간에 있는 밝은 생명의 에너지를 활용할 때 비로소 변연계의 감정이 정화되고 대뇌피질의 창조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