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성격을 가장 잘 아는 방법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사설'을 꼽지 않을까. 그런데 사설보다 더 쉽게 알아차리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언론사에 칼럼을 게재하는 칼럼니스트들의 면면을 살펴보는 것이다. 칼럼니스트의 소속만 보아도 이 언론사가 어떤 철학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코리안스피릿에도 다양한 칼럼니스트들이 활동하고 있다. 역사 속에 잠들어있던 국학을 되살려 숨결을 불어넣고 국학원을 설립한 이승헌 총장(글로벌사이버대)이 있고, 바른 역사관으로 민족의 과거에서 현재의 해법을 찾아보는 박성수 명예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도 있다. 국학과 명상을 주제로 칼럼을 쓰는 교수도, 홍익 철학을 기업교육으로 펼치는 CEO의 칼럼도 있다.

그리고 여기 국학원장으로서 국학칼럼을 게재해온 칼럼니스트가 있다. 지난 2010년 4월 29일 1회를 시작하여 최근 100회 칼럼을 돌파했다. 바로 원암 장영주 국학원장(대행)이 그 주인공이다. 코리안스피릿에서 국학칼럼과 한민족의 얼을 깨우는 경전을 소개하는 '한얼교실'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그를 지난 9월 24일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에서 만났다.

▲ 원암 장영주 국학원장(대행)이 코리안스피릿에서 지난 2010년 4월부터 연재한 '국학칼럼'이 100회 돌파했다.


- 국학칼럼이 100회를 돌파했다. 햇수로 5년의 세월이다. 100회 돌파 소감과 함께, 100회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칼럼을 계속 연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국학(國學)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빌려 국학원의 설립자이시자, 오늘날 국학을 부활시켜 우리에게 한민족의 위대한 정신을 만나게 해준 일지 이승헌 총장님(글로벌사이버대)께 감사드린다.

100회 연재는 '국학원장'이라는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학원은 여기(충남 천안이 본원) 한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에 있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국학원으로부터 국학에 대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들이 모인다. 전국 각지의 국학원 활동가와 국학회원들께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도록 문화를 이 땅에 뿌리내리고 또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게 해준 선조들께 감사드린다."


- 국학칼럼은 오랜 시간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인기 코너이다. 칼럼니스트 입장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국학칼럼이 있나.

"참 많은 칼럼을 썼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지역 국학원이 지역관공서, 주민들과 함께 국학의 정신을 복원해낸 일들이 기억에 남는다. 2012년 7월에 쓴 '한민족의 보물산 삼등산(三登山)'[클릭] 칼럼은 이 칼럼이 계기가 되어 충주 천등산에 천지인정신을 기리는 천제단이 올해 조성되었다. 안동에서도 국학칼럼을 통해 전국에서 19번째 천부경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칼럼을 통해 계속해서 국학을 바르게 알리고 또, 전국에 숨어있는 보물같은 국학명소를 찾아내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커진다."


원암 장영주 국학원장(대행)이 꼽은 기억에 남는 국학칼럼 다섯 편
(바로보기 칼럼 제목 클릭)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2010. 7. 2)

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 말 "스승님!" (2011. 5. 14)

8월의 국경일(國慶日)과 국치일(國恥日) (2012. 8 25)

복은 만들고 덕은 나누자 (2013. 2. 1)

미래를 보고 싶으면 한국에 오라 (2013. 11. 30)

- '국학'을 중심으로 100가지 이야기를 칼럼으로 풀어냈다. 그리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소재를 어떻게 찾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자면 안동에는 '국학진흥원'이 있다. 그런데 이 국학은 유교(儒敎)를 뜻한다. 하지만 진짜 국학은 유(儒)·불(佛)·도(道)가 들어오기 이전 한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철학을 뜻한다. 국학원장이니까 안동국학원을 통해 다양한 자료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국학과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이 말하는 국학의 차이를 말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국학 활동가들의 제보가 큰 힘이다. 서울 은평구에는 200여 년 된 비석이 4개 있다. 비석에는 '천부지모(天父地母)'라고 쓰여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모든 한민족은 하늘을 아버지로, 땅을 어머니로 섬기며 살아야 한다는 큰 가르침이다. 이를 나라에서 세운 것도 아니고 두 가문이 마음을 모아 세운 것이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 지역에 사는 국학 활동가들이 아니고서는 얻을 수 없는 귀한 소재 아니겠는가.

전국 각지에서 오는 제보를 통해 산천을 쏘다니며 칼럼의 소재를 얻는 한편, 국학원 산하에 있는 광복의병연구소, 충무공연구소, 천부경연구소 등 연구소를 통해서도 글감을 찾는다.

▲ 장 원장은 기자에게 '공책들'을 공개했다. 공책에는 화려한 지도와 손글씨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무엇보다 100회가 넘어가니까 칼럼 소재가 중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다보니 계속해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 공부하지 않고 발로 뛰지 않으면 새로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민족에 내려온 특별한 '열쇠'에 대해 연구 중이다. 한민족은 우주를 여는 다섯 가지 열쇠를 갖고 있다. 하늘을 열고(개천 開天), 땅을 열고(개지 開地), 사람을 열고(개인 開人), 만물을 연다(개물 開物).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를 연다(開腦). 다섯 가지 열쇠 중 마스터 키(Master Key)는 바로 '개뇌'다. 뇌를 열면 모든 것을 열 수 있다는 말이다.

서양에서 찾다면 이 열쇠는 'Humanity'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로 치면 '사람을 여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여는 것을 넘어 만물을 열고 뇌를 여는 것까지 나아간다.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 하늘과 땅과 만물, 나아가 뇌를 열고 살아가는 사람이 바로 '홍익인간(弘益人間)이고,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이화세계(理化世界)'이다. 이에 대한 모든 철학적, 문화적 바탕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삶 속에 고스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완벽하다.

그런데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는 어째서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으로 이치로 다스려지는 세상을 살지 못하는가? 수행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배워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스스로를 갈고 닦음으로써 수행을 통해 깨달아야 한다."


- 칼럼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특히 인상적이다. 세계 100대 화가인 국학원장의 이미지를 통해 글이 살아나니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 칼럼과 함께 이미지를 넣을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이 있나.

"다른 칼럼니스트와 나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진도 그 부족함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림을 통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 국학칼럼을 보는 또 다른 재미, 바로 장 원장이 글과 함께 올리는 이미지다. 세계 100대 화가에 선정된 그의 새로운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국학칼럼을 통해 칼럼과 함께 게재된 장 원장의 그림들. 제공=국학원]

그림만이 아니라 그림과 사진, 그림과 글자(손글씨) 등 다양한 변주를 한다. 다양한 변주를 통해 다양한 상징을 조합함으로써 칼럼을 글로 이해하는 것도 있겠지만, 이미지로 느끼게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나 할까. 과거 화가였던 시절 생계를 위해 신문의 삽화 작업을 하면서 '상징'에 대한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된다."


- 지금 코리안스피릿에서는 ‘국학칼럼’과 ‘한얼교실’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언론에서 국학원장님의 글을 접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국학칼럼과 한얼교실 외에도 스무 곳이 넘는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도 시작했다. 덕분에 국학의 주옥과 같은 내용을 140자 짧은 글로 정리하는 새로운 훈련을 하는데, 칼럼만 쓰다가 SNS에 올리기 위해 짧게 쓰기가 쉽지가 않다. (웃음)

앞으로는 코리안스피릿을 통해 계속해서 국학칼럼을 연재해나가고자 한다. 그리고 전시회도 개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좋지만, 우리가 한국인으로서 정말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한 전시회 말이다. 이를테면 사람의 '피'도 무척 아름다운 것이다.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우리 선조들이 흘린 피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것들을 그림으로, 글로 전시하고 또 전하고 싶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