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은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간직해온 문화이다. 지역과 종교 그리고 문화마다 명상에 관련한 저마다의 문화적 전통(클릭) 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명상의 이론이나 수련법에는 서로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한국식 명상은 다른 문화의 명상과 어떻게 다르고 같은가? 인간관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클릭) 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식 명상의 보편성과 특이성에 대해 살펴보자.

마음챙김은 불교의 명상 수련법 중 ‘관법(觀法, 바라보기)’에 해당한다. 흔히 ‘위파사나(Vipassana)’라고 알려진 초기 불교 수련법이다. 불교는 기원전 5세기경 인도에서 발생했지만, 당시 인도에는 지금의 힌두교 전신에 해당하는 브라만교가 성행하고 있었다. 브라만교는 ‘베다(Veda)’나 ‘우파니사드(Upanisad)’를 주요 경전으로 하는 종교이며, 불교는 이러한 경전들의 권위를 부정하면서 시작했다. 따라서 불교는 브라만교에서 주장하는 우주의 근본 원리인 ‘브라만(Brahman, 梵)’이나 인간의 실체인 ‘아트만(Atman, 我)’이나 ‘영혼’과 같은 개념을 부정한다. 그렇기에 불교의 교리는 브라만교의 주요 교지인 ‘우주와 인간이 하나다(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일종의 ‘우아일체(宇我一體) 사상’을 근본적으로 배제하는 논리를 갖게 된다.

불교의 삼법인(三法印)에 따르면, 모든 것은 변하기에 세상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제행무상諸行無常), ‘나’라는 실체는 원래 없는 것이다(제법무아諸法無我). 그러나 마치 나라는 실체가 있는 것처럼 이 나에 집착하기에 이 세상에 사는 인간은 괴로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일체개고一切皆苦)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불교의 삼법인(三法印) 가르침에서는, 결국 신 혹은 하느님이나 인간의 영혼과 같이 영원하고 본질적인 실체로서의 독립 불변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망하게 그것에 집착하기에 인간의 삶 즉 인생은 고통스러워진다고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위에 설명한 불교의 기본 교리를 수련 원리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는 실체는 없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세포나 혈액 등은 계속 생성되고 소멸하기를 반복하고 있고, 심리학적으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은 수시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말에 ‘오만가지 생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하루 동안 끊임없이 생각하는 존재이다. 생물학적 심리학적인 관점과 같게 마음챙김 명상에서도 인간은 항상 변화 속에 존재하기에 인간 안에 불변하는 실체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인간이란 탄생이라는 생성과 죽음이라는 소멸 속에서 변화만 하다가 이 세상을 뜨는 존재가 된다. 그렇기에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우리는 오직 순간만을 산다(You Have Only Moments to Live)'라고 하여 ’바로 지금(Here and Now)'를 강조하고, 현재 자기 자신에게 생겨나는 감각이나 생각 그리고 감정 등을 바라보고 ‘알아차림(awareness)’하여 매 순간 깨어있음, 즉 마음챙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 등에 대한 지향이 인생의 목적이며 삶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며, 물질문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 큰 의미가 있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물질문명에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그 집착이 바로 모든 고통의 원인임을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라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감각이나 감정과 생각 등은 모두 허상으로 이해하고 인간은 무아임을 자각해서 ‘무명(無明)’에서 벗어나야 윤회를 끊고 궁극적으로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최초로 치료에 응용하여 과학적으로 검증한 사람은 미국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료원 행동의학 교수인 존 카밧진(Jon Kabat-Zin) 박사이다.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클릭) 이라는 8주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이 명상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많은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 논문 역시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또한 마음챙김 명상의 이론과 수련법은 심리학의 여러 심리치료 기법과 융합되어, 미국의 경우 심리치료 현장의 약 40% 이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불교적 혹은 마음챙김 기반에서의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육체(색色)를 가지고 감각과 감정(수受)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표상하고 개념화하는 작업(상想)을 통해 마음의 작용(행行)을 하는 인식 주관(식識)을 가진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정말, 우리는 인간을, 즉 나 자신을 이 다섯 가지(오온五蘊; 色․受․想․行․識)가 모이면 인간이 되고 죽으면 흩어지고 마는 현상적인 존재로만 이해해야 하는가? 한국식 명상에서는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한다. (다음 칼럼으로 이어집니다.)    

▲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