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적으로 볼 때 인간은 불변하고 실체가 없는, 변화만 하는 허망한 존재인 것처럼 보인다. 생물학적으로 세포는 계속 소멸되고 생성되기를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어제의 ‘나’가 지금의 ‘나’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변화하는 속에서도 일정한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 동일성을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성별, 국적 등으로 표상하고, 그 표상을 마치 나의 실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산다.

표상은 표상일 뿐 실체는 아니다. 태극기가 대한민국을 표상한다고 해서 태극기가 대한민국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항상 변화하고 있는 육체와 표상들은 실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의 실체는 무엇인가? 불교의 주장처럼 나의 실체는 원래 없는 것이기에, 모든 것을 ‘무(無)’ 혹은 ‘공(空)’으로 규정해야 하는가?
 
선도는 말한다. ‘우리에는 영혼이라는 실체가 있다’고.(클릭)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영혼을 알 수 있는가? 고대 그리스인들의 주장처럼 영혼은 ‘관념(Idea)’이 아니다. 기독교처럼 영혼은 하나님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혼은 바로 ‘기’를 통해 알 수 있는 존재라고 선도는 말한다. 그렇기에 선도와 국학은 ‘기를 느끼는 것’을 강조한다. 선도와 국학에서 기에 대한 정의는 ‘우주적 생명력’을 의미한다. 기를 영어로 ‘에너지(Energy)’란 말로 번역하여 많이 사용하고 있기에, 다른 말로 기를 ‘생체 에너지’라고도 한다. 최근에는 기를 현대적이고 과학적 용어로 ‘생명전자(Life particle)’(클릭)란 용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기는 빛(光)과 소리(音)와 파장(波)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기가 뭉쳐서 물질, 형상, 사물, 생명이 된다. 기는 끊임없는 흐름 속에서 뭉치고 흩어지면서, 모든 존재와 생명 현상을 만들어 낸다.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와 현상은 기운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선도와 국학은 인간을 육체와 정신이라는 이원적 구조로 보지 않는다. 육체와 정신 사이에 기가 있고, 이 기를 통해 육체와 정신은 소통하는 것이다. 기 즉 에너지는 물질적인 몸과 정신적인 마음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에 대한 정의와 기능을 일반 동양철학에서 정의하는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기 개념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는 몸과 마음의 연결 고리이기 때문에, 선도 수련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 몸속의 기를 다스릴 줄 알게 되고 몸을 자신의 의도대로 다스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감정 역시 기의 작용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기를 잘 다스리면 감정도 잘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기를 체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문제는 ‘우리는 과연 기를 어떻게 터득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는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기 때문에, 철학에서는 관념적, 사변적, 추상적으로 다루며 인간의 경험적 인식을 벗어난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선도와 국학은 인간이면 누구나 기를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갖고 태어나는 것으로 여긴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냄새 맡는 것도 모두 기의 작용이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도 역시 기의 작용이다. 따라서 기를 통해 몸과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기는 사변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되며, 실제 체험을 통해 터득할 수 있어야 한다.
 
기는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활동과 직결된 에너지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 감각’ 즉 ‘기감(氣感)’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에너지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느낄 수 있다.’ 우리는 기 에너지를 느낌으로 알 수 있으며, 기를 느끼는 대표적인 수련법이 ‘지감(止感)’(클릭)이다. 기를 ‘느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느끼면 기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기를 조절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육체적 정신적 문제는 기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기를 느낄 줄 알면 기의 균형이 깨졌을 때 그것을 알고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 감각이 없거나 둔하면 기의 불균형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문제로 나타나기 전까지, 그 기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따라서 기를 느끼고 조절하는 감각은 누구나 터득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삶의 기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선도와 국학은 기를 느끼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인간은 기를 느낄 수 있는 존재이며, 기를 통해 ‘영혼’이라는 나의 실체가 있음을 알게 된다.
 

▲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