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전달하는 선생은 많다. 하지만 지식을 넘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스승은 흔치 않다. '자기를 가르쳐 인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스승'이 너무 무겁다면 여기 '멘토(mentor)'라는 말도 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10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만 허락된 이 시기에 오랜 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베푸는 멘토가 있다면 어떨까. 해본 것보다는 해보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이 많은 10대에게 멘토의 오랜 경험이 청소년들의 삶에 좋은 양분이 되어주지 않을까.

여기 특별한 학교가 있다. 선진국 교육혁신모델로 주목받는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의 한국형 선도모델로 설립된 고등학생 대상 1년 과정의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교장 김나옥, www.benjaminschool.kr)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학교 교실이 아닌 세상을 교실 삼아 자기 주도적 생활과 체험적 인성교육을 한다는 점에서 최근 언론지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학교다. 특히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 학교의 '멘토링 제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 학생에 1~2명의 전문 멘토가 배정되어 학생의 진로와 학업은 물론 꿈과 미래설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스승'이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성영재를 이끄는 멘토들' 두 번째 주인공으로 벤자민학교 성규빈 양의 멘토인 한지수 그림 작가를 만났다. 지난 2006년 첫 동화책을 출간한 뒤 올해 초 어른을 위한 영성 동화 《영혼의 새》를 선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개천절부터 닷새에 걸쳐 서울에서 '인성 회복을 위한 전시회 영혼의 새'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개인전을 마치고 채 얼마 되지 않은 그는 바로 다음 전시를 위한 준비와 동화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의 중요 일정 중 하나가 추가되었다. 바로 한 작가의 멘티(mentee, 제자)인 규빈 양의 프로젝트를 봐주는 것이다. 오로지 100%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멘토링이다. 인터뷰를 한 15일에도 규빈 양이 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림 멘토링을 받고 있었다.

▲ 그림 작가이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로 활동 중인 한지수 작가(좌)와 한 작가의 멘티 성규빈 양


- 개인전으로 무척 바빴을 텐데 바로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감사하다. 무척 즐겁게 하고 있다. 인성회복국민운동본부와 국학원, 서울국학원이 주최한 이번 개인전을 잘 마무리하고 규빈이의 벤자민프로젝트를 봐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벤자민프로젝트는 벤자민학교의 필수 커리큘럼 중 하나인데, 학생이 저마다 주제를 갖고 1년 동안 진행하고 결과를 정리하는 1년짜리 프로젝트다.

그림을 좋아하는 규빈이는 '길거리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홍대 길거리에서 11월 20일부터 사흘동안 진행한다.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한 만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 멘토링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고 있나.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집중적으로(웃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규빈이와 내가 참 공통점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이라는 것이다. 밤에 기운이 모이면 집중이 잘 된달까. (웃음)

그런데 이번 개인전 준비하면서 전시 일정이 한 달정도 앞당겨져서 밤낮 없이 작업을 해야 했었다. 예전에는 오전 시간은 내가 작업이 잘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전시 일정에 맞춰 그림을 그리다보니까 그 틀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규빈이도 전시 일정이 빠듯한 상황이다. 아침 8시 작업실에 만나서 틀을 넘어 자신을 표현해내는 연습을 해보고 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려온 덕분에 규빈이는 기본기가 다져져있어서 잘 해낸다. 나는 규빈이 내면에 있는 것들을 끌어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특히 '나무'를 좋아한다고 하여 나무를 소재로 다양한 그리기 방법으로 규빈이를 그려보고 있다.


- 멘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멘토는 모든 걸 다 가르쳐준다기 보다는 멘티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여러 가지 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엄청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 가능성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규빈이와 그림 수업을 하면서도 "이렇게 해라"가 아니라 "이렇게 할 수도 있다"고 다양한 방향을 제시한다. 나는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다양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제안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명상을 하고 또 뇌교육을 하다 보니까 사람을 대할 때, 멘티를 대할 때도 마음을 전하게 된다. 단순한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아니라 '사랑'을 전한다고 할까. 멘토의 사랑이 충만하면 멘티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 한 작가와 규빈 양처럼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다.

내가 누군가의 멘토가 되면서 내가 나의 멘토로부터 받은 사랑이 얼마나 무한한, 얼마나 위대한 사랑이었는지 알게 되는 것 같다. 규빈이에게 그림을 알려주고 또 다양한 기술을 전하면서 나의 멘토가 떠올랐다. 큰 사랑을 받았기에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 벤자민학교 1기 멘토로서 규빈 양과 1대 1 멘토 외에도 다양한 멘토링을 하고 있다. 앞으로 멘토로서의 계획이 있다면.

1기 학생들의 변화가 무척 크다 보니 2기로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 학부모가 많은 것 같다. 지원학생들, 학부모들로부터 개별 멘토링 요청이 들어올 때가 있어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서울에 있는 입학예정자, 지원자 등을 대상으로 그룹 멘토링을 해보고자 한다.


- 한 작가에게도 멘토가 있는지 궁금하다.

물론이다. 내 인생의 큰 깨달음을 주신 멘토가 계신다. 바로 《영혼의 새》의 글을 쓰신 이승헌 총장님(글로벌사이버대)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그림 작가가 될 수 있도록, 그림의 멘토도 계시다. 그림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영혼을 담아서 그리는 것이라 알려주신 분이다. 처음 그림을 시작할 때 주신 말씀이라 지금도 그림을 그리며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


- 벤자민학교는 수학이나 과학이 아닌 인성(人性)이 뛰어난 '인성영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인성영재의 멘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지식이나 정보는 이미 포화 상태다. 교육도 정보와 지식에 대한 교육은 넘쳐나는데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인성'이나 '가치'에 대한 교육은 찾기 힘들다.

인성영재의 멘토는 얼마나 아이가 귀한 존재인지, 위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도 중요하고 미래의 직업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찾고 또 그 가치를 발현해내는 것 말이다.

벤자민학교의 인성영재 멘토링은 일반적인 멘토링과는 이런 점에서 다르다.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홍익 철학을 바탕에 두고 아이의 가치를 발견하게 해준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세계 식량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꿈을 꾸는 인성영재의 멘토라는 것이 나 스스로 자랑스럽다.

나를 넘어 이 지구를 담는 큰 그릇의 아이를 길러내는 것이 바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멘토링이다.


글/사진.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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