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형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학생으로서 홍익인간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새롭게 태어나게 하고 싶습니다." - 이태수 군

 "우리 마음속에 양심의 거룩한 분노를 일깨워준 재욱 오빠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비록 몸이 함께 있지는 못하지만 대한민국을 밝히는 인성영재로 함께 성장하길 바랍니다." - 조민영 양

▲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故이재욱 군의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명예 편입학식에서 벤자민학교 1기생들이 재욱 군의 어머니인 홍영미 씨와 포옹하고 있다. 함께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나누고, 함께 꿈을 이야기하며 더 나은 세상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사진=강만금 기자]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1기생들은 참 많이 미안해하고 또 슬퍼했다. 그렇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안하고 슬프지만 자신이 진짜 인성영재가 되어 이 세상을 밝혀나가겠다고, 세월호로 사라져간 친구들의 몫까지 잘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벤자민학교의 5월 학생 워크숍이 28일 국학원 본원(충남 천안)에서 열렸다. 지난 3월 4일 입학한 이후 매달 워크숍이 진행됐지만 이날은 좀 더 특별했다. 바로 새로운 입학생을 맞은 날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유명을 달리한 안산 단원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故이재욱 군의 명예 편입학식이 열렸다. 재욱 군을 대신해 어머니 홍영미 씨가 편입학식에 참석해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벤자민학교 김나옥 교장은 “비록 재욱 군과 우리가 함께 입학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우리는 세상을 밝히는 인성영재로서 함께 나아가게 될 것”이라며 “더 좋은 세상,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한 세상, 홍익인간이 사는 세상을 그렸던 재욱 군의 꿈은 우리의 꿈과 맞닿아있다. 그 꿈, 그 마음을 우리에게 맡겨준 것이니 절대 잊지 말고 우리가 그 꿈을 잘 펼쳐나가 보자”고 전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생을 대표해 이태수 군(좌)과 조민영 양(우)이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재욱 군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시청한 뒤 벤자민학교 학생을 대표해 이태수 군과 조민영 양이 재욱 군에게 전하는 편지를 읽었다. “정말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가 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세상을 밝혀내겠다”고 전하자 재욱 군의 어머니인 홍 씨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들었다.

 아이들의 편지 낭독에 이어 단상에 오른 홍 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발 양심을 회복해달라고, 인간성을 되찾아달라고 우리 재욱이가 여러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며 “여러분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곧 우리 재욱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분의 꿈과 희망이 우리 재욱이, 그리고 세월호에 있던 친구들의 꿈과 희망”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여러분이 희망이라 믿는다. 반드시 대한민국의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며 “여러분이 밝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재욱이의 꿈을 함께 이뤄주리라 믿는다. 여러분을 정말 마음 깊이 사랑한다”고 했다. 홍 씨의 이야기에 많은 아이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재욱 군의 벤자민학교 편입학을 축하했다.

▲ 故이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가 아들을 대신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명예 편입학식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편지를 읽으며 웃고 있다.

 홍 씨는 “영원히 재욱이를 기억해달라”며 아들의 이름으로 벤자민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는 지난 15일 회원인 홍 씨에게 브레인명상기업 단월드와 회원이었던 재욱 군을 위해 뇌교육기업 BR뇌교육에서 임직원과 회원들의 위로 성금을 모아 전달한 성금이었다. 홍 씨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길 바란다”며 “정말 가치 있게 쓰이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장학금을 기부했다.

 장학금 전달에 이어 벤자민학교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재욱 군의 어머니 홍 씨를 포옹하며 함께 눈물도 흘리고 또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재욱 군을 환영했다. 홍 씨는 “오늘 하루 27명의 아들딸들이 생겨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재욱 군의 어머니 홍영미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슬퍼하고 눈물 짓기도 했다.

 벤자민학교 김상훈 군은 “처음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는 ‘안 됐다, 불쌍하다’하며 슬퍼했는데, 오늘 재욱이의 어머니를 이렇게 뵙고 나니까 정말 고맙고 또 미안했다. 그만큼 더 성장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서성은 양은 “어머니의 말씀이 꼭 가족과 같이 느껴져서 많이 슬펐다. 세월호 아이들의 꿈을 내가 이뤄야겠다. 꼭 세상에 빛과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벤자민학교의 5월 학생 워크숍은 29일까지 이어진다. 29일에는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과 선풍 신현욱 풍류도 대표이사가 멘토 강연을 한다. 또 학생들이 1년간 진행할 자신의 홍익을 실천하는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발표하고 조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대안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지난 3월 4일 설립식과 입학식을 한 뒤 1년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27명의 신입생에 이날 명예 편입학식으로 28명의 학생이 재학하게 된 벤자민학교는 기존 교육시스템 속 학생들에게 행해진 주입식 교육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인성영재’를 목표로 자기 주도적으로 목표를 세우고 실천해나가는 학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