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해서 1년의 시간이 주어졌어요. 기분이 어때요?"
 "저에게 이 1년은...바다로 나가기 전 그물 손질하는 시간이죠."

 이렇게나 노련하게 인터뷰 질문에 답을 해내다니, 인터뷰 시작과 함께 이 친구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졌다.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이유가 있다면요?"
 "인격수양의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바다로 나가기 전 그물 손질을 하며 인격수양을 하고 싶다는 벤자민학교 1기 신입생 김도원 군(17)을 만났다. 전주에서 올라와 아침 일찍부터 입학식 예행연습하고 입학식 치르고 여기저기 몰려든 방송국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도 했다. 하루종일 정신 없이 바빴을텐데 도원군에게는 여느 열일곱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침착함이 있었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1기 신입생 김도원 군

 도원 군은 벤자민학교 입학 하루 전인 3일 전주 D고등학교에서 입학식을 하고서 바로 휴학한 뒤 벤자민학교 입학식에 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침착함'은 자신감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벤자민학교를 권해주실 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라는 말씀을 주셔서 그 바람에 신청서를 냈었어요. 그런데 1박 2일동안 진행된 벤자민학교 캠프에 참가하고 또 면접을 보고 오늘 입학식을 하면서 느낀 건 달랐어요. 저는 저 자신을 가꾸기 위해서 이 자리에 왔다는 느낌이에요. 모난 부분을 다듬고, 자존심을 내려놓는 시간, 제 인생을 바꾸는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렇다보니 1년 동안 친구들과 떨어져서 학교를 휴학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없었다. 물론 처음 결정했을 때에 걱정은 많았다고 했다. 지금 휴학을 해도 되는 것인지, 자신이 내린 결정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진짜 주인으로 시간을 보내본 다른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 확신을 토대로 도원 군은 아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1년의 시간을 계획하고 있었다.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다지기 위해 영상 촬영을 실컷 하는 한편, 1년동안 고1, 고2 교육과정을 예습할 계획이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벤자민학교의 캠프 참가 비용을 마련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건강 관리도 하기로 했다. 이 외에 영어공부, 독서도 꾸준히 하고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을 잘 정리하여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도 만들 예정이다.

 "엄청 설레어요. 제 앞에 주어진 1년이 아주 기대되요. '전쟁영화 클랜'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온라인에서 게임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 있어요. 제가 스토리 구성력은 아주 좋은데 아직 촬영기법이 많이 부족해요. 1년 동안은 이 부분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러시아어를 공부할 계획이에요. 제가 정치, 군사, 전쟁, 세계사같은 부분에 관심이 많아요.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한 축이었던 나라고 그만큼 무기나 전쟁 분야에서는 뛰어나죠. 개인적으로 러시아라는 나라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러시아어는 제가 만드는 영화에 필요한 언어이기도 해요."

 도원 군은 특히 국제관계에 관심이 많다. 그러다보니 도원 군이 만든 영화 내용은 대부분 국제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머시네마(머신+애니메이션+시네마)'인 도원 군의 영화는 유튜브에서 'ELBUT1'을 검색하면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올해는 2004년 일어난 팔루자사건을 모티브로 1시간짜리 장편 머시네마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 김도원 군의 가족(사진 왼쪽 아버지 김홍기 씨, 어머니 김분영 씨). 아버지를 가장 존경한다는 도원 군은 "아버지는 Friendy(Friend+Daddy)'세요. 친구같이 저를 동등한 인격체로,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해주세요. 어머니도 개방적이시고요. 그래서인지, 저희 집에서는 부모님과 마주 앉았다고 해서 조용하지 않아요. 서로 계속해서 대화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거든요." 도원군의 자신감과 침착함에는 집안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보였다.

 여기에 하나 더, 도원 군은 올 한 해를 통해 진짜 '인성영재'가 되고 싶어했다. 바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도원 군의 큰 목표 중 하나이다.

 "인간관계가 좋고 사교성이 있고 심지가 굳고 열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중학교 때 오해가 쌓여서 노는 애들에게 왕따를 당했던 적이 있어요. 학교에 가도 말 한 마디를 안 하고 집에 오는 날들이었죠. 다행히 중3이 되면서 모두 회복되어 지금은 아주 잘 지내지만, 저한테 모난 부분이 있다고 봐요.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한 것도 모난 부분 중 하나죠. 쓸데없는 감정에 잘 휘둘리기도 하고요.
 벤자민학교에서 그런 1년을 보내고 싶어요. 제가 저 자신에게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정말 건강한 사람,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제 1년의 목표에요."

 무턱대고 하기 보다는 자기자신을 잘 바라보고 움직이고 싶다는 도원 군.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에 대한 부담보다는 정말 자신이 만족할 만큼 잘 지내보고 싶다는 말에서 도원 군의 진심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도원 군의 꿈을 물어보았다.

 "제 비전은 우리나라가 문화적, 정신적으로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진짜 선진국, 진짜 강대국이 되는 거에요. 우리 역사와 전통, 문화를 소홀히 해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진자 우리 것을 알지도 못하고 다른 나라에 빼앗기고 있죠.
 영화를 연출하고 글을 쓰고 싶어요. 그래서 문화콘텐츠로 진정한 대한민국의 선진국화를 이뤄내고 싶어요."

 벤자민학교에서의 1년을 통해 자신을 갈고 다듬을 도원 군의 10년 뒤가 더욱 궁금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의 주목을 받는 진짜 정신 문화 강대국의 대표 영화감독이 되어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