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가 지난 4일 설립식과 함께 첫 입학식을 열었다. 수학이나 과학 영재가 아니라 '인성(人性)'이 뛰어난 '인성영재' 양성을 목표로 한 학교다. 1년 과정으로 운영되는 벤자민학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중력 인내력 창의성 책임감 포용력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자율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다시말해, 1년 동안 학교를 다니지 않고 온전히 학생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한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다.

 이 특별하고도 획기적인 교육 실험에 총 스물여덟 명의 신입생들이 참여했다. 그들 중 신입생 대표로 무대에 올라 입학생 선서를 한 조은별 양(17)을 만났다. 요즘 중학생 학부모의 로망이라는 C국제고등학교 입학을 뒤로 하고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은별 양의 이야기는 이미 입학 전부터 화제였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 신입생대표 조은별 양 [사진=이효선기자]

 "가장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부분이에요. C국제고등학교 대신 벤자민학교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이냐, C국제고등학교에 안 간 것이 후회되지는 않느냐 등등 주변에서 질문들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이 1년이 제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C학교가 제 행복의 전체는 아니에요. 제가 선택했던 것들 중 하나일 뿐이죠. 저는 벤자민에서 1년을 통해서 진짜 저를 찾아가고 싶어요."

 은별 양을 인터뷰하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던 중 C국제고등학교를 검색하고는 깜짝 놀랐다. 학교의 규모, 커리큘럼, 입학성적, 그리고 학비까지 어느 것 하나 최고가 아닌 것이 없었다. 정말 후회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입학허가는 받아서 1년 뒤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의 1년을 앞둔 은별 양은 어떤 심정일까.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꼬박 9년을 매일 같이 학교를 다니다가 갑자기 생긴 1년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했다.

 "한편으로는 기대,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있어요. 1년 동안 정말 온전히 제 인생을 제가 주인이 되어서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이것저것 계획도 많고 그래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는 주도적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는데 막상 주변에서 저를 걱정하시거나 나태하게 보실까봐 그게 좀 걱정되기는 해요."

 은별 양은 아주 적극적인 학생이다. 초등학생일 때 일본 가수의 음악을 듣고 흠뻑 빠져서 일본의 연예인 소속사에 이력서를 보내기도 했고 일본을 찾아가 학교를 알아보기도 했다. 겨우 12살의 일이다. 게다가 국제기구 활동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 직접 다문화 학생들을 만나 공부를 가르쳐주고 멘토링을 해주었다. '좋은학교'라는 인터넷카페에 가입해 또래 친구들을 상담해주며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해 봉사활동도 해왔다.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설립식 및 1회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조은별 양(사진 왼쪽)이 입학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임선환기자]

 이 외에도 수많은 꿈을 꾸고 또 활동을 하며 쉼 없이 움직였던 은별 양이었다. 은별 양의 왕성한 활동 뒤에는 다양한 조언과 함께 약간의 압력(?)을 준 어머니가 있었다.

 "제가 한 숱한 활동들은 제가 주도적으로 온전히 저의 선택으로 한 것도 있고, 엄마가 권유해주셔서 한 것들도 있어요. 그런데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제가 관심을 갖고 제가 선택을 한 것은 뭐가 되든 끝을 봤는데, 어른들이 기대를 갖고 권해주셔서 하면 그렇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어요.
 작년 11월에 C국제고등학교에 합격했을 때 엄마가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너, 그 성적으로는 그 학교에서 힘들다'  물론 저에게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자극을 주신 것인데, 자신감,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중요한 건,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조바심을 내지 않도록 하시는 거에요. 우리는 누구나 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어요. 작년에 떨어졌던 자존감도 벤자민학교 준비하면서 가만히 두시니까 절로 회복이 됐어요.(웃음)"

 교사인 은별 양의 어머니는 은별 양이 리더십과 언어 능력에 탁월하다는 것을 보고 일찍부터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벤자민학교에 입학해 1년의 시간을 보내는 것 역시 은별 양 어머니의 제안이었다. 뇌교육을 통해서 '홍익(弘益)'의 가치를 알고 또 느낄 수 있도록 연결해준 것 역시 어머니였다.

 "사는 것 자체가 홍익이라고 생각해요. 숨쉬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 게 어떻게 보면 서로 이롭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대부분 제 또래들을 보면 자기 가치를 아주 낮게 느껴요. 진짜 홍익은 나를 높일 때 가능하죠. 더 많은 애들이 자기를 자랑스럽게 여기면 좋겠어요."

 아이돌그룹 EXO(엑소)를 좋아한다며 깔깔 웃을 때는 영락 없는 10대 소녀다. 하지만 홍익을 말하고 가치를 말하는 은별 양, EXO의 중국인 멤버들도 많으니 올해 1년 동안 중국어 공부를 확실히 하고 공연기획 분야에서도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은별 양을 보고 있자면 이미 속이 꽉 찬 어른 같다. 

"1년이라는 시간이 선물처럼 저에게 주어져서 정말 감사하고 기대되면서도 온전히 제가 알아서 해야 하는 1년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 부담감도 느끼고 있어요. 이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갈 지 지금 앞일을 내다볼 수는 없지만 정말 행복해요. 저를 보고 또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국제고등학교에서보다 더 가치로운 1년이 될 거라고 믿어요."

 벤자민학교에서 시작한 1년의 첫 날, 은별 양을 만났다. 그 1년이 끝나는 2015년 3월에 다시 은별 양을 만나 '가치로운 1년'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