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제1회 워크숍이 27일 충남 국학원에서 열렸다.(사진=전은애 기자)

무엇이든 처음에는 기대와 설렘 그리고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한다. 더구나 뚜렷한 형태도 없으며, 규칙도 의무도 없는 환경이라면 두려움을 넘어 부담감이 생길 수도 있다. 대학입시를 향해 오로지 공부만 하던 생활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자 27명의 청소년이 새로운 선택을 했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동안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 있는 시간에는 기타를 배우거나 운동을 한다. 하루 24시간을 오로지 스스로 계획하고 생활하는 이들은 올해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학생들이다. 

글로벌 인성영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벤자민학교의 첫 번째 워크샵이 지난 27일 국학원(충남 천안시)에서 열렸다. 벤자민 학교는 3월 4일, 1년 과정으로 27명의 청소년이 1기로 입학했다.

벤자민학교의 교육과정은 이색적이다. 인성을 기본 바탕으로 하여 학생 개개인의 재능을 일깨워주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한다. 즉, 자기만의 시간표를 만들고 아르바이트, 학원, 봉사활동 등을 하는 것이다.

생활기록부도 스스로 작성한다. 온라인 카페에 자기만의 생활기록부를 매일 기록하고, 친구와 부모님들과도 공유한다.

27명의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아르바이트, 학원, 봉사활동 등을 자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생활했다.

▲ 첫 번째 멘토강사로 나온 이동진 씨와 벤자민학교 1기 학생들(사진=전은애 기자)

27일 벤자민학교 첫 번째 워크샵에서 학생들은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은 청년 멘토 이동진 씨(경희대 건축공학 4학년·27)의 '행동하면 반드시 현실이 된다'는 주제의 멘토 특강과 부모님께 효도하고 감사함을 전하는 러브핸즈 등의 시간을 가졌다. 또한, 1년간 진행할 자신의 홍익활동을 펼치는 ‘벤자민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특히 철인 3종 경기 완주, 히말라야 K2 곤도고로라 등정, 아마존 브라질 정글 222km 마라톤 완주, 미국 6,000km 자전거 횡단 완주, 그리고 3개 대륙 15개국 세계 일주 등을 하며 끊임없이 목표를 설정하고 도전한 이동진 멘토의 특강에 학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이 씨는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여러분의 판을 만들어라. 남과 다른 자기의 기준을 세우고 믿고 나아가라. 지금 흔들린다면 예전의, 다른 사람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많이 실패하고 무수히 실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구민 BR뇌교육 운영이사가 사랑과 감사함을 표현하는 '러브핸즈'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직업 체험 활동 그리고 아르바이트

벤자민학교는 주 1회 진행되는 온라인 맞춤교육으로 진행되며 멘토링과 상담, 독서토론 등을 통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이끈다. 또한 매월 자발적인 사회참여를 유도하는 워크샵뿐만 아니라 민족관과 역사관, 인류애를 키우는 국학교육과 뇌교육 캠프, 국토순례 등을 한다.

또 자립심을 위한 아르바이트 및 직업 체험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도전했다. 현재 27명 중 23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편의점, 중화요리식당, 초등학생 과외 등 다양한 곳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해고되기도 했다. 하루 만에 혹은 3일 만에 그만둬야 했다. 나이가 어려서, 시간대가 맞지 않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잘렸다. 편의점에서 손님들에게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줘서 혼나기도 했다. 주방보조라 해서 시작했는데 음식 만드는 것 빼곤 다 했다. 식당 주방의 싱크대는 180cm가 넘는 키에 비해 너무나도 낮았고 종일 설거지를 하는 날에는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양파 썰고 다해요. 다행히 사장님도 주방장님도 너무 좋으세요. 그런데 일은 생각보다 힘들어요. 1년 동안 벤자민학교 생활을 하고 나서 일반학교에 가면 정말 공부가 잘될 것 같아요.” (김상훈·17)

“고깃집에서 일했는데 3일 만에 잘렸어요. 딱히 왜 잘렸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일하던 시간에 손님이 없기도 했구요. 사장님께서 저를 자를 때 상처 주지 않으려고 하시는 게 보여서 제가 더 죄송했어요.” (김희령·17)

▲ 김나옥 벤자민학교장이 '나만의 벤자민 프로젝트' 워크숍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윤한주 기자)

새로운 생활, 혼란과 적응

아이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금까지의 삶은 꽉 짜인 일정에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규칙이 늘 존재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완전히 달라진 생활패턴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볼펜으로 체크해도 돼요?"
"마킹해요? 체크해요?" 
"소속기관 어디로 해요?"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총장 이승헌)는 이날 워크샵에서 1년 간 학생들의 변화 과정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자 청소년 기질 및 성격검사(JTCI), 한국아동인성평정척도(KPRC), 강점특성(셀리그만), 자기주도 학습 준비도, 스트레스, 집중력 등의 6가지 검사를 진행했다.

점수를 발표하거나 등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테스트’라는 이름에 벌써 태도가 달라졌다. 나누어주는 검사지를 받아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흡사 모의고사 시험을 치르는 분위기였다.

과거의 생활습관이 몸에 밴 아이들은 갑자기 주어진 자유와 시간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생각보다 아르바이트를 빨리 구하지 못해 힘들어요.”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서 힘들어요.”
“왜 학교 안 가고 여기 있느냐는 사람들의 시선이 싫어요.”
“1년 동안 책임지고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벤자민학교에 입학하면 자신이 180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건 여전히 어렵고, 돈 버는 건 생각 이상으로 힘들다. 최저임금은 5,200원이라는데 왜 나는 4,500원밖에 받지 못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가는 친구들을 보며 뒤처지는 건 아닐까, 내 선택이 잘한 것일까 의심도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아이들에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그 일이 맞는지 직접 경험하고 싶다."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에서 잠시 벗어나 벤자민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알고 찾고 싶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직접 경험해 보고 싶어요. 학교에 다니며 수업 듣고 공부하다 보면 나를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김상훈·17)

상훈이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중화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한다. 그 후에는 수학과 기타를 배운다. 집 근처에서 뇌교육 수업도 받는다.

“예전에는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매일 게임만 했어요. 그런데 이제 알바하고 오면 피곤해서 못하겠어요. 그러면서 게임을 저절로 그만뒀어요.”(김상훈·17)

희령이는 고깃집에서 이유도 모른 채 3일 만에 해고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부터 매일 줄넘기 2천 번을 하고 있다.

“영어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제가 읽고 싶은 영어책을 시간을 두고 끝까지 읽을 수 있으니 좋아요. 올해 연말에 미국으로 볼런티어 활동을 하러 갈 계획인데 그때 필요하다는 생각에 영어가 더 이상 공부가 아닌 삶의 일부분이 되었어요.

벤자민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부모님과 대화가 되는 것 같아요. 벤자민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이 엄청나게 반대하셨는데 입학식 때 오셔서 다른 부모님들도 만나고 벤자민학교 멘토단들을 보시고 안심하셨어요. 늘 권위적이라고 생각했던 아빠와도 밤새워 이야기할 만큼 친해졌어요.”(김희령·17)

“소심하고 말을 잘 못했어요. 벤자민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좋은 서비스를 위해 손님들이 필요한 것을 살피고 말을 걸고 하며 성격이 밝아졌어요. 기숙사 학교에 다니는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언니 갑자기 왜 이렇게 말을 잘하느냐?’고 놀라더라고요.”(성규빈·17)

▲ 벤자민 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벤자민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있다.(사진=전은애 기자)

벤자민학교의 교육과정은 뇌운영시스템 BOS(Brain 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한다. 뇌교육과 뇌운영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연구·개발하여 학문으로 체계화한 학교 설립자 이승헌 총장은 인성영재는 새로운 시대의 홍익인간상이라 말한다.

학생들은 앞으로 1년 간 자기만의 학업계획을 세워 외국어를 비롯한 공부, 독서, 아르바이트, 자기만의 벤자민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50여 명의 전문 멘토 집단이 있다.

이 땅에 태어나 자라난 사람이라면 청소년이 할 일이라곤 '공부'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1년 후 학교에 다시 가면 적응하기 어렵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 어쨌든 17세 청소년 27명은 1천만 명의 청소년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했다.

김나옥 벤자민학교장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은 지구를 품은 아이들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매순간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고 있다. 앞으로 힘든 일도 겪을 것이고 예상하지 못한 고난도 만날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 멘토들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모두 전하며 적극 도울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