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은 3.1운동이 일어난 지 95주년 되는 해입니다. 3.1운동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념일의 하나다. 1910년 일제 침략으로 국권을 빼앗긴 지 9년 만에 일어난 독립운동으로 기미만세운동이라고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름은 쓰지 않는다. 단순한 만세운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무제의 침략. 몽골군의 침략. 그리고 임진왜란 같은 큰일을 당해도 무기를 들고 적을 막아낸 민족이기 때문에 일제침략으로 국권을 잃은 것은 참으로 분한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독립운동의 역사가 있기에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만세를 불렀던 것이며 31운동이 그래서 인도의 시인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격찬했듯이 위대했던 것이다.

특히 3.1운동의 결과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대한>은 대한제국의 <대한>으로서 우리 국호를 회복한 것이다. 본시 <조선>이라 했던 것을 광무황제가 국호를 대한이라 바꾼 것을 잊지 않고 3.1운동의 최초의 독립선언을 대한독립선언서라 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 역사교과서 문제가 시끄러운데 좌우익이 싸우고 있다. 그러나 좌우익은 문제가 아니다. 친일 반일이 문제인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3.1운동이란 제사상을 앞에 놓고 먼저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후손이 형제간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상의 이름인 국호나 연호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이름은 아주 기본적인 문제인데 후손들이 조상의 이름도 모르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침략자들은 우리 대한을 조선으로 바꾸어 식민지로 삼았고 북한 또한 조선이 우리 국호가 아니란 것을 알고도 조선이라 하였으니 스스로 정통성을 잃은 것이다. 우리로서는 써서 안 되는 이름이 조선이다. 그러나 3.1운동의 최초 독립선언서가 대한이라 하였으니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대한독립선언이 1919년 2월 1일에 발표되고 일주일 후에 동경유학생들이 2.8독립선언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한 달 후, 세 번째로 발표된 것이 서울과 평양의  3.1독립선언서였다. 그러니 최초의 독립선언서만이 올바른 이름을 붙여 대한독립선언이라 하였다. 왜 그랬을까. 두말할 것도 없이 일제에 빼앗긴 우리나라 국호가 대한이란 사실을 선언서를 쓴 사람들이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유명한 미국독립선언서에는 애초 국호가 없었으니 새로 미국이란 이름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신생국가 아니지 않은가.
 
두말할 것도 없이 3.1운동은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교훈과 과제를 던져 주었다. 강도 일본에 대해 물러가라고 한 것이 선언서였으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발 싸우지 말고 갈라서지 말고 하나가 되라고 자기비판한 것이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분열하지 말고 하나로 뭉쳐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 소리 지른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동서남북 당쟁으로 세월을 보냈고 근대에 와서는 수구와 개화 그리고 친일과 반일로 갈라져서 서로 싸우니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외적보다 내적이 더 무섭다는 것은 손자병법 이전의 상식이다. 그러니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라. 이것이 3.1운동의 교훈이었고 지금의 우리 과제인 것이다.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엄청난 수난이 덮쳤다. 태양이 검게 변해 하룻밤 사이에 태양이 떠오르지 않고 온 천지가 암흑세계로 변했다. 그러나 그런 암흑 속에서도 사람들은 싸웠다.  그런 혼란 속에서 대동단결선선서(중국 상해)가 발표되었다. 이 선언문은 1917년 7월 해외의 독립운동지사 14명이 서명하여 나온 것이다. 
 
“대동단결, 우리가 나아갈 것은 이것밖에 없습니다. 이것만이 신한新韓의 광명입니다.” 
 
얼마나 중요한 말인가. 2년 뒤인 1019년 2월 1일에 다시 대한독립선언이 나오고 이어 동경유학생들의 2.8독립선언이 나왔다. 그러고 나서 마침내 3.1 독립선언이 나왔으니 해수로 2년 회수로 네 번 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3.l 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사교과서에 보면 미국대통령 윌슨이 3.1운동을 일으켜 준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물론 윌슨의 민족자결원칙론이 3.1운동 발발에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나 그러나 이것을 과장하여 마치 미국이 독립운동을 일으켜 준 것처럼 기술하면 되겠는가. 아무도 민족자결원칙이 무언지 모를 때 우리가 우리 힘으로 세 번 네 번 독립선언을 하고 행동으로 들어간 것이다. 대한 독립선언문을 읽어 보자.

“우리 대한은 무시無始 이래로 우리 대한의 한韓이요 이민족의 한이 아니다. 하느님이 가림 즉 선택한 민족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제일가는 천민天民이다.

천민이란 우리 민족 지상에 내려와서 홍익인간 하나는 명을 받고 태백산 산마루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서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자신만만한 독립선언서가 어디 있는가. 이렇게 힘차고 씩씩한 독립선언은 다른 어느 나라에도 볼 수 없다. 그런데 우리 국사 교과서는 아직도 단군을 신화라 의심하고 있다.

대한독립선언에서는 무시無始이래 즉 태초太初부터 우리는 독립해야 할 운명의 민족이라 선언하고 있다. 대한독립선언서 서명자의 한 사람인 박용만朴容萬이 선언서 전문을 영역하여 세계에 알렸으니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박용만은 무시를 정확히 “세계 최초부터”(From the beginning of the world )라 번역하였다. 박용만은 조소앙이 기초한 선언문을 미국에서 즉각 영역하고 우리가 세계 제일의 나라 백성이라 선언했던 것이다. 그런 귀중한 대한독립선언서 영역본이 단 한 부 미국 죤스 홉킨스 대학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가1993년에야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런 귀중한 문서를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고 3.1절을 지내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게으른 민족인가. 가로 늦게나마 대한독립선언서의 내용을 영역본을 통해 소개한다.

대한독립선언서(Declaration of Independence) 1919년 2월  일
1) 한국은 한국인을 위한 나라다 Korea for koreans 2) 일본인은 한국인을 협박하고 있다. Japanese are Menace 3) 일제의 종말은 눈앞에 왔다 End is at hand 4) 일제는 인간성의 적이다. Adversary of humanity 5) 참회하라 일본인들아 Repentance urged 6) 절대주의는 죽어가고 있다. Absolutism dying 7) 우리의 요구조건은 간단하다 Policies declared 8) 완전한 평등 For full equality 그리고 9) 동양 평화다. For peace of Orient 10) 이것이 바로 우리의 독립정신이다. Directed spirit

이 선언문을 누구에게 보여주어야 하는가. 바로 일본총리 아베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아베는 조선총독을 마지막으로 지낸 자의 손자다. 그는 생사람을 죽여 가며 한국인과 중국인을 생체 실험한 371부대의 비행기(모형)를 타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천인이 공노할 짓을 연출해 보인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작금의 국제정세를 보면 100년 전의 일제침략 때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 때보다 훨씬 통일에 불리한 조건이 성숙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금년 3월 1일에는 단 하루만 만세를 부를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매일 만세를 불러야 할 것이다. 유태인이라면 아마 그럴 것이다. 우리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는가.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