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오래전의 이야기인데 프랑스의 미소 연구가가 한국을 방문하여 전국의 절과 박물관을 찾아 다면서 부처님의 미소를 감상하였다고 한다. 그 사람이 한국을 떠날 때 기자들이 김포공항으로 몰려가서 소감을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한국 부처님의 미소가 세계 제일이다”라고 대답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당신네 나라 프랑스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의 미소>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거기에 비해서도 한국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제일이라 보십니까?”하고 되물었다. 그러나 프랑스 연구가의 대답은 달랐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음탕한 미소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어느 날 남편이 죽어서 그를 공동묘지에 장사지낸 뒤 돌아서면서 살짝 웃은 것입니다. 모나리자 미소는 그러기에 복잡한 웃음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감정이 담긴 미소를 다빈치는 잘도 객관적으로 그려낸 것입니다.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배경에 어두컴컴한 공동묘지가 보이고 모나리자 머리에는 검은 수건이 씌워져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남편을 공동묘지에 묻고 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것입니다. 그러니 그 미소를 신비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나는 그 미소를 음탕한 미소로 봅니다.”

한국에도 모나리자 미소에 해당하는 웃음이 있다. 아내가 죽었는데 상주인 남편이 자꾸 우스운 것이다. 그러나 남들이 볼까 두려워서 화장실에 가서 혼자 실컷 웃었다는 속담이 그것이다. 다빈치가 모나리자의 그런 묘한 웃음, 비밀스러운 웃음을 잘 그렸다하여 프랑스사람들은 흥분하고 있는데 그것은 한국에서 부도덕한 웃음이다. 그런 웃음이 어떻게 세계적인 웃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루브르 박물관 제일가는 명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단 말이가?

필자는 그때 비로소 웃음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크게는 파안대소에서부터 이가 보일까 말까 하는 미소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웃음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웃음을 짓는 본인의 마음뿐만 아니라 그 웃음을 보는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한국인은 매우 무뚝뚝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의 시골에 가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인은 어릴 때부터 밖에 나가서는 함부로 웃지 말라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래서 평소 길에서 웃지 않는 것이 한국인의 생활습성이었다. 이유 없이 웃는 것은 미친 사람이 아니면 남을 비웃는 불쾌한 일로 여겼다. 그래서 진정성이 없이 함부로 웃는 것을 버릇없는 일이라 하여 조심하라고 일렀다. 요즘에는 겉으로만 웃는 버릇이 일반화되어 있으나 본시는 잘 웃은 민족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 속에 진한 웃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아주 기쁘면 울고 반대로 아주 슬프면 기가 차서 우는 법이다.

전라남도 대흥사에 가보라. 거기 보살을 새벽에 가서 촛불을 켜고 보면 울고 아침 햇살을 받으면 활짝 웃는다. 이런 웃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한국의 웃음은 외지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요 외지에서 들어온 불교에 묻어 들어온 문화가 아니라 우리 고유의 문화요 웃음인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남들은 왜 한국인은 진선미眞·善·美가운데 <진>을 제일로 치느냐 그 이유를 모른다고들 말한다. 그들은 삼진三眞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한국인의 웃음을 잘 모른다.

일본인들은 진·선보다 미를 제일로 꼽는다. 그래서 역사를 왜곡해도 아름답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보다 소설을 더 좋아한다. 역사보다 소설을 더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은 아무리 아름다워도 진실성이 없고 진정성이 않으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RO(혁명조직) 라는 비밀단체를 조직하여 국회 일각을 차지하더니 그들은 기묘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웃음은 선량한 국민을 속이는 웃음이다.

그들의 RO는 어디서 온 것인가. 일제강점하에서 김일성이 조직했다는 지하조직 ㅌ.ㄷ당 이름을 영어로 바꾼 것이다.  ㅌ.ㄷ란 타도제국주의의 머리 글 자를 딴 지하 단체였다. 그러나 ㅌ.ㄷ당이란 실재하지 않은 지하단체이었다. 해방 후에 북한정권이 만들어낸 김일성의 조작된 소설 속의 단체였다. 그런 단체 이름을 도용하여 장차 남한을 적화통일하려 한 것이 RO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RO 일당의 웃음에는 증오심이 가득 차 있다. 그 웃음에 진실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미소로부터는 한참 비껴간 모나리자의 미소이다. 그래서 종북파 두 남녀의 거짓된 웃음을 보고 모든 국민이 지금 침을 뱉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의 표정관리는 유교 사상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어떤 문화는 웃음과 울음을 엄격히 통제한다. 우리나라 유교문화에서도 웃음을 통제하였으나 이상하게도 남의 집 장사 지내는 데서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노름하는 것을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슬퍼하여야 할 곳에서 웃는 것이다. 유교와는 아무 관계 없는 웃음이다. 알고 보니 죽은 분이 좋은 저승으로 갔으니 웃어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이다. 우리에게 고유의 웃음과 울음의 역사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00년 전에 사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모두 긴장하고 있다. 사진기란 이(異)문화가 들어와서 서라고 하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사진기 앞에서 긴장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 고유의 웃음 즉 미소를 잊은 탓이다.

19세기 말 미국을 방문한 대한제국 특사들이 워싱턴에 가서 미 대통령이 웃자는 데도 웃지 않았다. 방 안에 들어가서도 모자(갓)을 벗지 않았고 가슴팍을 들어내어 놓고 웃는 대통령 영부인 앞에서도 웃기는커녕 고개를 돌려 내외했다. 민망해서 놀란 것이다. 만일 100년 전의 우리 선조들이 살아서 서울 거리를 걷는다면 다리를 다 내어놓고 다니는 여자들을 볼 것이다. 두말할 것 없이 기겁하고 넘어질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실성한 지 지금의 우리가 실성한 지 묻는다면 당연히 지금의 우리가 정신 나간 사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디를 보나 영어인지 불어인지 모르는 이름을 붙여 놓고 장사를 한다. 우리는 지금 우리말과 글을 잊고 우리 역사과 문화를 빼앗긴 상태에서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웃음의 시원은 미소였다. 그 한 증거가 사찰의 불상과 보살상이다. 한국 부처님과 보살들은 모두 신비스런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미소를 불교에서 깨달음(覺)의 미소라고 말한다. 도대체 이 미소는 어디서 온 것일까. 멀리 인도에서 불교에 묻어서 들어온 것일까. 아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들어와서 우리 장인들이 창작한 미소이다. 대웅전은 본시 환웅전 즉 대웅전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만 부처님을 앉혀놓고 대웅이라 한다. 어느 나라에서도 부처를 대웅이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부처님만 미소를 짓고 있다. 중국의 부처나 일본의 부처를 보면 웃지 않는다. 무표정하거나 화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 불상은 웃어도 이빨을 들어내고 파안대소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사람이건 모두 웃는다. 그 웃음 속에 보이지 않는 심성心性이 감추어져 있다. 그런데 그것은 안동이나 양주의 탈춤 가면이 시원이다. 안동과 양주 별산대 놀이는 불교가 들어오면서 중과 양반이 연잎을 탈취하려고 하는 악역을 담당하고 있다. 아마 프랑스 연구가는 연잎이 웃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연잎의 미소에는 우리 고유의 심성이 들어 있다. 그 심성은 초상집에 문상 간 손님들의 웃음에도 들어있다. 왜 한국인은 초상집에서 웃는가. 그것은 한국인만이 아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필자도 어릴 때 어른에게 듣고 안다. 한국인은 죽으면 반드시 돌아가셨다고 한다. 왜 죽은 것을 돌아가셨다고 하는가. 어디로 돌아갔다는 것일까. 모두 성통공완하여 참 사람(眞人)이 되라고 격려하는 웃음이다. 그것은 한국인만이 아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필자도 안다.

험한 세상을 90평생 살다가 떠나는데 웃음과 눈물 그리고 죽음과 새 탄생 <천부경의 마지막 일一>까지 가지고 가니 얼마나 기쁜일 인가.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