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의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놀랄 사람이 없다. 일본 러시아 미국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는 나라는 없는 것일까. 현재로서는 그러하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일을 달성한 독일의 경우는 참으로 기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서독의 통일은 주변국보다 당사국인 서독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여야 할 것 없이 통일정책을 추진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남북한의 경우는 6.25남침에다 남북 간 대립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독일통일 같은 기적을 바라기 어렵게 되었다. 주변국들은 조용히 남북이 이대로 그냥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들의 속마음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요번 중국의 속셈을 본다면 북한은 본시 우리 땅이라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작년 말 미국 상원이 조사한 문서『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간섭 가능성』(CHINA’'S IMPACT ON KOREAN PENINSULA UNIFICATION AND QUESTIONS FOR THE SENATE (20012년 12월 11일)에 의하면 최근 김정은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반도도 정세가 위태롭다. 그러니 독일처럼 통일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변수는 중국이다. 중국이 만일 북한에 대한 역사상 연고권을 주장한다면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 된다. 그러니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미 상원이 위의 문건을 만든 것이다.

우리로서는 대한민국 주도 하의 통일을 당연시하고 있으나 중국의 속셈이 다르다 보니 통일에 대한 이해당사국들의 감각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서의 말미에 보면 더욱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는데 현재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이지만 고조선 이후 국경선의 역사를 점검해 보면 한․중 간의 국경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이 아니라 그 이남이었다.

백두산의 예를 들어보면 청나라 말년에 세운 백두산경계비가 백두산 정상의 천지가 한국 땅이 아니라 중국의 호수가 되어 있다. 그러면서 서울대학교 규장각도서로 보관된 고지도를 예로 들고 있다. 누가 제공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엉터리 지도를 미국 측에 넘겨주었으니 만일 이런 고지도를 근거로 한중 국경선을 정한다면 백두산 천지는 물론 압록강 두만강은 우리 강이 아닌 것으로 된다.

제대로 된 고지도에 의하면 백두산 천지는 물론 천지에서 흐르는 여러 강 중 하나가 두만강이 아니라 도문강이었다. 도문강은 현재의 송화강이다.

백하가 송화강이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고지도에는 백하 말고 천지 남쪽에서 북으로 돌아 송화강으로 합류하는 또 다른 강줄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강 줄기가 바로 도문강이다. 이 도문강이야말로 백하와 같이 넓고 넓은 만주 땅을 적셔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상원 조사에 제시된 고지도를 보면 도문강의 상류가 지워져서 두만강이 도문강처럼 되어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흐르는 강물은 현재의 송화강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흐르는 압록강 두만강 그리고 송화강인데 송화강이야말로 도문강인 것이다.

서울대 도서관 사서는 이 부분을 지워 버린 고지도를 미국 측에 넘겨주었으니 만주 땅을 고스란히 중국에 넘겨 준 것이다. 도무지 애국심이라고는 티끌만치도 없는 사서가 서울대 도서관 규장각 도서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만일 다른 나라 같다면 이런 지도는 외국인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중국 동북 삼성을 관통하여 현재 조선족 자치주를 감싸고도는 강줄기가 바로 송화강이다. 서울대 도서관장은 무얼 하고 있는가. 도문이란 도시는 현재 두만강 하류에 자리하고 있으나 그것은 청나라가 후일 위작한 지명이다. 그 근거가 바로 도문 뒷산에 고려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고려산에서 홍범도 장군이 독립군을 이끌고 일본군을 무찔렀고 청산리가 그 옆에 있다.

이 전투가 유명한 봉오전 전투였다. 두만강 이북의 고려산이 만일 옛날에도 중국 땅이었다면 왜 도문 이북의 산 이름이 고려산인가. 고려란 이름은 고구려를 말한다. 만주 땅에 수많은 고려산이 있는데 고구려가 싼 산성들이다.

우리나라는 산성의 나라다. 한반도에만 2000이 넘는 산성이 있다. 만주에는 백암성 안시성을 비롯한 수많은 고구려 산성이 있는데 이것을 우리 학자들이 우리 산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만주는 물론 북중국 땅에도 우리 고조선과 고구려 신라 백제의 산성이 널려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학자들만 우리 산성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자들은 오로지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리고 『제왕운기』만을 믿는다고 하면서 『삼국사기』의 다음 구절은 인정하지 않는다.

첫째 신라를 건국한 진한육부 사람들이 조선유민이라 한 기록은 믿을 수 없다. 둘째 고구려 백제가 전성기에 북중국 땅을 점령하여 중국 제후들을 떨게 하였다는 최치원 선생의 말도 믿을 수 없다.  이렇게 금과옥조로 믿는다는 『삼국사기』까지도 왜 그들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것처럼 부정하는가.

『삼국유사』의 곰과 호랑이 쑥과 마늘을 먹으면 즉사한다는데 이것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믿으면서도 고조선과 부여와 삼국이 만주와 북중국을 침략하여 점령했다는 기록은 왜 믿지 않는가. 압록강과 두만강은 중국과 한국을 가르는 국경선이 아니었다. 북경 근처에 20곳이 넘는 고려진이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중국의 중원 땅은 우리 영토였다.

위의『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의 간섭 가능성』말미에 보면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국경선을 시대별로 비교하고 있다.

즉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왕조의 북방 경계선이 고조선 부여를 제외하면 모두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그어져 있으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구실로 북한 땅을 당연히 자기 땅이라 우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 결론이다.

만일 북한이 망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을 주장할 것이며 대한민국 주도 하의 통일을 반대할 것이라는 예측이 미국 상원의 조사에서 얻은 결론이었다.

그러니 북한이 망하면 통일된다는 우리의 생각은 헛꿈이 된다는 것이다. 북한이 망한다면 당연히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가운데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며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 상원의원의 조사 결과를 보니 우리의 역대왕조는 북한 땅을 완전히 영유하지 못하고 한漢 당唐 원元 등의 역대 중국왕조가 차지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우리나라 유관기관들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의 남북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설혹 지금 북한이 망한다 해도 우리나라 땅이 된다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만일 북한이 망한다면 일․중․러․미 4강이 한반도를 놓고 어떻게 나누어 먹을 것인가 저울질하고 있으니 우리 정부는 물론 관계기관이 상관할 일이 아니란 말인가. 

중국은 분명히 한사군설(漢四郡說)을 근거로 북한을 영유하려고 들 것이고 일본은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을 트집잡아 남한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것이다. 우리의 역사전쟁은 다른 나라의 전쟁과 그 성격이 다르다. 국운이 걸린 전쟁인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웃으면서 놀이 개 싸움 하듯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우리의 역사전쟁은 한중일 간의 전쟁과 남북 간의 전쟁만이 아니요 교과서를 놓고 좌우익이 싸우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김정일 사후의 북한이 언제 망할지 모른다는 예측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고 있고  중국은 아차 할 경우에 대처하여 발해만 상륙작전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눈앞에 보고서도 시진핑의 웃는 얼굴만 믿고 여야 정쟁에만 열을 올리면 되겠는가.

거듭 말하지만 지금 세계는 역사전쟁시대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누가 말했던가. 우리는 지금 수천 년의 상고사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머리와 팔다리가 잘린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은 불과 1400년의 역사를 2600년 역사 위작하여 아시아를 온통 집어삼키려다가 실패하고 난 뒤 또 다시 일제의 해묵은 황국사관을 내세워 동북아시아를 지배하려고 들고 있다. 중국도 중화사관을 총칼로 알고 동북아를 석권하려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도사盜史  당한 나라로서 우리 상고사를 되찾아야 한다. 우리 역사는 중국과 일본 여사의 뿌리요 시원이다. 이것을 버리다 보니 지금 우리는 영원한 소국이 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살고 있으나 상고사를 갖고 있는 민족은 없고 상고사를 갖고 있는 나라의 대다수는 망하고 없다. 상고사가 없는 열강들은 식민지의 상고사를 훔치거나 남의 역사를 빌려 마치 자기 역사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도사(盜史) 또는 차사(借史)라고 한다.

우리와 이웃한 일본과 중국이 그러하고 성양의 역사가 그러하다. 남의 역사를 훔쳐서 자기 역사처럼 위장하고 있는 것이다. 즉『일본서기』가 그러하고 사마천의 『사기』가 그런 것들이다. 남의 나라 문화재를 훔치다가 자기 나라 박물관에다 전시하고 있는 일본과 영국과 프랑스가 다 그런 나라들이다. 우리나라에는 보배와 같은『환단고기』가 있다. 이것을 잊으려 하고 있으니 절대 안 될 일이다.    

 

▲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박성수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학과,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문과대 부교수와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실장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편찬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독립운동사 연구」,  「역사학개론」,「일본 역사 교과서와 한국사 왜곡」, 「단군문화기행」, 「한국독립운동사론」, 「독립운동의 아버지 나철」 ,「한국인의 역사정신」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