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국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에 살다보면 곰탕이나 설렁탕에 익숙하지 경상도 음식, 돼지국밥을 먹을 기회가 흔하지 않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이다.

돈도 없고 학벌도 없는 고졸 출신 송우석(송강호 역)에게 돼지국밥집은 유일한 백이다.

그는 어느 날 막노동을 마치고 혼자서 돼지국밥을 먹는다. 그런데, 돈은 있지만 낼 수가 없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김영애 역)가 없는 사이에 도망치다 아들(임시완)의 눈에 딱 걸린다.

송우석은 멈칫하다가 이내 도망치듯 식당을 나온다. 그가 달려간 곳은 어느 책방이다. 그곳에서 맡겨둔 헌법 관련 책을 돈을 주고 돌려 받는다.

송우석은 독학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판사에도 오른다. 대전지법 판사를 하던 그는 변호사로 직종을 바꾸고 부산에서 변호사업을 시작한다.

그는 가족과 함께 돼지국밥집을 다시 찾는다. 이제는 고시생이 아니라 변호사로 돌아왔다. 식당 주인에게 밀린 밥값을 내민다.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는 돈을 받지 않는다. 둘은 뜨겁게 포옹할 뿐이다. 두 눈에 눈물이 맺히고 가난의 설움은 씻겨져 나간다.

송우석은 부동산등기, 세무업무 관련 업무로 변호사업계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다. 부산변호사협회에서 만난 변호사들이 뷔페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그는 전과 다름없이 국밥집에서 밥을 먹는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국밥집으로 출근할 정도다. 가끔 밖에서 배달시키는 것도 자장면 한 그릇이다. 고등학교 동창생 모임도 국밥집에서 한다. 송우석에게 돼지국밥은 초심이다. 돈이 없어서 국밥을 먹는 것이 아니다. 그를 막노동꾼에서 변호사로서 인생을 바꾼 음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송우석을 국밥집에 내버려두지 않는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의 대학생 아들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가 속한 독서모임 회원들이 영장도 없이 잡혀가 불법 감금된다. 2개월 동안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언론은 침묵했고 변호사들은 몸을 사렸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부산 지역 지식인과 학생들 22명의 독서모임을 국가전복을 꾀하는 반국가단체로 조작하여 실형을 선고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송우석은 식당 주인과 아들을 위해 변호를 자처한다. 세속적인 성공을 발로 걷어차고 바위를 깨는 계란이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그때부터 송우석은 개인이 아니라 공헌하는 삶으로 바뀐다. 하지만 바위에 부딪힐수록 고통은 커진다. 그럴수록 송우석은 외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에 국가란 국민이라고.

법원에서 나온 송우석은 돼지국밥집에서 밥을 먹는다. 그는 무표정하지만 맛이 다르다. 돈도 백도 없는 서민들의 삶이 녹아서 그랬을까?

[사진=영화 <변호인> 포스터]

변호인|양우석 감독|송강호, 김영애, 곽도원, 임시완, 이성민, 조민기| 127분|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