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하고 싶다면,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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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만금 기자
  • sierra@ikoreanspirit.com
  • 승인 2013.11.15 0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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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학문화마당 [14] 영화 - <디스커넥트> 진짜 '커넥트'하기 위한 '디스커넥트'

 영화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이야기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것과 다르지 않다. 영화를 구성하는 세 가지 이야기는 고스란히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도 버젓이 일어나는 일이다. 보이스피싱, 인터넷을 통한 미성년자 성매매, 그리고 익명성에 의한 죽음.

 언뜻 보기에 이 영화는 유명한 배우 한 사람 나오지 않고 오락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영화'로서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게다가 소재는 영화보다 다큐멘터리에 더 어울릴 법하다. 이미 관객들은 시사다큐멘터리, 뉴스를 통해서 비슷한 사례들을 숱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소개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그저 하하호호 웃고 지나갈 영화가 아니다. '스릴러'에 걸맞게 심장이 쫄깃해지는 대반전이 당신을 기다리는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포스터처럼 'SNS를 통해 당신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있다'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영화도 아니다. 하지만 <디스커넥트(Disconnect)>를 통해 볼 수 있다. 무엇을? 바로 나 자신을 말이다.
 

▲ 사진 왼쪽부터 마이크(제이슨의 아버지), 신디, 리치(벤의 아버지), 데릭, 니나, 카일

 세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야기 하나, 아이를 잃고 남편 데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신디는 상처받은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채팅 사이트에서 한 남자와 채팅을 하다가 전 재산이 그에 의해 피싱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재산을 찾기 위해 경찰을 찾고 고군분투하지만 신디와 데릭을 도와주는 이는 없다.

 이야기 둘, 지방 방송국 기자 니나는 불법 성매매 사이트에서 화상 채팅으로 돈을 버는 18세 미성년자 카일에게 접근해 인터넷 성매매의 실상을 알리는 인터뷰를 한다. 이 방송은 전국 방송을 타면서 큰 화제를 모은다. 그런데 방송을 본 FBI가 니나를 찾아와 "이는 범죄 행위"라며 비밀로 하기로 한 취재원, 카일의 정보를 요구하며 곤경에 처한다.

 이야기 셋, 왕따인 벤은 음악을 친구 삼아,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간다. 그런 벤이 못마땅한 제이슨은 벤을 골려주기 위해 '제시카'라는 가상의 인물로 SNS에서 벤에게 접근한다. 늘 혼자였던 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제시카에게 털어놓지만 이 일이 화근이 되어버린다.

 세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인터넷 속 SNS에 접속한다. 데릭은 해병 전역 후 잃어버린 자신감을 채우기 위해 인터넷 도박에 빠진다. 첫 아이를 잃은 신디는 슬픔을 가진 다른 이와의 채팅으로 허한 마음을 채운다. 니나는 성공을 위해 인터넷에서 만난 취재원을 속인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인터넷 성매매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카일은 꿈이 없다. 친구가 없는 벤은 자신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 제시카에게 모든 것을 내보이며, 제이슨은 엄마의 빈자리를 어긋난 놀이로 풀어낸다.
 

▲ 벤의 가족들

 인간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인간은 나 아닌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나의 결핍을 채우고 또 상대의 결핍을 채워준다. 우리네 삶 자체가 그 결핍을 채워가는 과정의 연속이기도 한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인터넷을 통해 그 결핍을 더 잘 해결하려던 것이 엇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공간이 실제(오프라인)에서 가상(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결핍을 채우는 방식 또한 180도 달라졌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상처도 주고받을 수 있는 현실 속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인터넷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이들에게서 위로받고 위안을 받고 있다. 현실 속 스트레스 역시 가상 공간 속 정교하게 마련된 게임, 관계 속에서 날려버린다.

 더 잘 통하기를 바라며 만들어진 채팅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소통에 서툰 이를 위한 SNS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왜곡된 상황이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통하고 싶다면, 결핍을 해결하고 싶다면, 잠시 끄자.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톡'도 잠시 멀리 두고, '좋아요'를 눌러준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도 잠시 미뤄 두자. 그리고 가상이 아닌 실제 공간에 함께 하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해보자. 그에게서는 모니터나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온기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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