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물과 백두산이! 동해 물과 백두산이!"

 '2012 바른 역사 정립과 평화통일기원 전국 달리기' 대회가 열린 9일 대전시청 남부광장에서는 가수 김장훈의 '독립군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좀 더 가까이 가보니 하얀색 셔츠에 주황색 스카프를 곱게 맨 학생들이 단체로 율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꼭짓점 댄스'였다.

 학생 스스로가 주인이 되어 학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 학생들이었다. 초등학생부터 중학생까지 모인 20여 명의 아이들은 일사불란하지는 않았지만(?) 무더운 날씨에 땡볕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홍익하는 좋은 학교 만들기 위해 모인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입니다!"

▲ 사진 왼쪽부터 김정은 양, 김동현 군, 김희윤 양

 공연을 준비한 아이들 중 김희윤 양(청주 성화중 3), 김동현 군(대전 관평중 3), 김정은 양(대전 삼천중 1) 세 친구를 만났다. 연습할 때도 제일 앞줄, 공연할 때도 제일 앞줄에 서 있었던 것을 보면 모임의 핵심인가 보다. '홍익스카우트'로 활동 중인 이 세 친구가 공연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동현 군 / 지난달에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가 만들어졌는데요, 그 이후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인터넷으로는 카페를 통해 서로 왕따 문제 해결도 하고 관심사도 공유하면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뭘 할 수 있나 고민하다가 달리기 행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난달 시작한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cafe.naver.com/brainbreath)' 인터넷 카페에는 벌써 회원이 2,000명이 넘게 등록했다. 왕따 문제, 학교생활 고민거리, 진로 상담 등 학생들끼리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대학생 언니 오빠들, 직장인들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김희윤 양 / BR뇌교육 수업을 받고 있는데요 수업은 물론, 방학 때 열리는 캠프에서도 역사와 관련된 시간이 꼭 있어요. 뇌를 잘 써서 인생을 잘 사는 것도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선 자기 뿌리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고 배우거든요. 더 재미있기도 하구요.
 그런데 학교에서 하는 국사 과목은 어려워요. 사건도 많고 사람도 많으니까 외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중3인 희윤 양의 '국사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동현 군도 맞장구를 치며 나섰지만 정은 양은 조용했다. 정은 양에게 국사가 쉬우냐고 물으니 "중1은 아직 안 배워요. 국사는 2학기 되어야 나와요"라고 답했다.

 홍익을 학교생활에서 실천하고자 모인 친구들인 만큼, 최근 심화된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서도 개념 찬 발언들을 쏟아냈다.

희윤 양 / 중국이 지금 그 땅 위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 역사인 고구려, 발해사를 '다 내꺼'라고 말하는데 정말 화나요. 그런데도 우리는 제대로 된 대응은 안 하고 그저 '우리 역사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니 답답하죠.

동현 군 / 어이가 없는 거죠. 옆집 마당을 자기 땅이라고 말하면서 호시탐탐 어떻게 뺏어올까 기회만 보는 거잖아요.

정은 양 / 있는 대로 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중국이나 일본은 자기들도 좋은 것 많이 갖고 있으면서 어떻게든 우리 역사, 우리 땅 빼앗으려고 하는데 정말 화나요.

▲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 학생 20여 명은 9일 대전지역 전국달리기 첫번째 주자로 나서 대전시청 남부광장에서 0.9km를 뛰었다. 가장 앞 선두에 김동현 군이 섰다.

 세 친구의 눈에서 분노의 레이저가 나오는 듯했다. 나라만 답답한 것이 아니라 학교도 답답하다.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기저기서 해결책이라고 발표를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그래서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는 특별하다. 학생들이 직접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희윤 양 / '좋은학교'는 왕따 없고 모두가 친구 되는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어요. 그 안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친구들과 학교에 '홍익정신'을 알리기로 한 아이들이 모인 것이 바로 '홍익스카우트'에요.

동현 군 / 홍익스카우트를 더 많은 친구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지금 저희 반에 왕따는 없지만 학교 폭력 문제는 아직 남아 있거든요.

정은 양 / 저희 반은 아직 왕따가 있어요. 사실 '홍익하자' '서로 돕자'라는 말만 하기는 쉬워요. 그런데 그게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게 어렵잖아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서 '홍익'을 제대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홍익스카우트예요. 정말 다 같이 즐거운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이런 친구들이 있는 대한민국 미래는 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이렇게까지 아이들 스스로가 서로 위하고 행복한 세상을 간절히 바라게 만든 그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기에 미안한 마음도 함께 했다.

 정은 양의 이야기처럼 '좋은학교 홍익스카우트'가 만들어 갈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