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음반 '관산융마' '수심가'. 이미지 국립국악원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음반 '관산융마' '수심가'. 이미지 국립국악원

'서도소리'의 유지숙(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 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 명창이 서도소리의 정수로 꼽히는 '관산융마·수심가' 음반을 제작했다.

유지숙 명창은 '관산융마'와 '수심가'를 각각 한 장의 음반에 담아 사재를 털어 총 3년간의 제작 기간을 거쳐 이번 음반을 완성했다.

유 명창은 “서도소리의 대표 악곡으로 꼽히는 두 곡을 올곧게 음반으로 남겨 우리 소리를 지키고 전승하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번 음반을 제작했다”고 음반 제작 배경을 밝혔다.

또한 유 명창은 스승인 오복녀 명창의 호흡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이전 음반에 기록된 스승의 노래 시간에 맞춰 한 곡 한 곡 음반에 담아 원곡의 미를 최대한 살렸다. 유 명창은 “비슷한 선율에 다른 가사를 이어 부른 것이 아니라, 각 가사 내용에 맞춰 섬세한 음악적 표현을 하는 데 집중했다”라면서 “육상의 단거리 경기와 장거리 경기가 다르듯 오랜 그리움이 가득한 실향민의 심정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고자 힘썼다”라고 밝혔다.

유지숙 명창은 이번 음반 제작과 관련하여 "서도소리 인생길에 접어들면서 언젠가는 완수해야 할 큰 과업이자 숙명이라고 생각했다"라면서 "이제 그 큰 과업을 위한 첫발을 떼었고, 앞으로도 남은 소리 인생에도 서도소리를 올곧게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가 안팎으로 서도소리의 멋을 알리고 명맥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관산융마' 공연 장면. 이미지 국립국악원
서도소리 유지숙 명창 '관산융마' 공연 장면. 이미지 국립국악원

황해도와 평안도 지방의 민요나 잡가를 일컫는 서도소리는 남도소리와 경기민요와 다른 음계를 사용하고 음을 떨면서 내는 가창 기법 또한 독특하다. 그래서 서도소리를 내려면 '대동강 물을 먹어보고 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르기 어려운 소리로 꼽힌다.

서도소리의 정수를 담은 대표 악곡은 '관산융마'와 '수심가'로, '관산융마'는 총 44구로 된 신광수(1713-1775)의 한시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嘆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관산의 전쟁을 탄식해 북쪽의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내용)'를 창으로 부르는 유일한 서도 시창으로 고도의 기교를 요한다. 슬프고 근심하는 마음이 가득한 노래 '수심가(愁心歌)'는 서도소리의 섬세한 감정과 호흡을 담은 서도민요의 대표곡이다.

총 44구로 된 '관산융마'는 창법의 난이도와 곡의 분량 등을 고려해 대개 공연과 음반에서는 4구까지 부른다. 현전하는 음반 중 관산융마의 44구를 모두 수록한 음반은 1972년 오복녀, 김정연, 김수영, 박윤봉 명창의 LP음반 '서도소리대전집'이 유일하다.

유지숙 명창은 이번 음반의 14구 녹음을 시작으로 남은 30구의 관산융마도 음반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수심가는 대개 수심가를 부른 뒤 박자와 음계의 변화를 통해 엮음 수심가로 이어 부르는 데, 간혹 이어지는 가사 내용이 서로 조화롭지 않은 경우가 있다.

유 명창은 이번 음반에서 수심가와 엮음 수심가의 유사한 노랫말의 정서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해 음반에 담았다. 세월의 아쉬움, 젊은 날의 회한, 임에 대한 그리움 등 수심가의 주요 가사를 중심으로 새롭게 구성해 수심가 본연의 멋을 더욱 살렸다.  "한탄하는 마음을 담은 수심가는 인민의 감정을 북돋는 데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현재 북에서는 '수심가' 본연의 정서를 담아 부르기가 어렵다"라면서 유 명창은 "노랫말의 정서에 맞춰 수심가를 재구성하여 수심가의 정서가 짙게 드러나도록 음반에 담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음반의 유일한 기악 반주자로 참여한 최경만 명인은 민속음악계의 대부로 꼽힐 만큼 탁월한 연주와 표현으로 이 시대 최고의 피리 연주자로 꼽힌다. 유 명창의 배우자이기도 한 최경만 명인은 누구보다도 유 명창의 소리를 잘 이해해 이번 음반에서 서도소리의 매력을 한 층 높였다.

'관산융마'에서는 정악에서 사용하는 세피리를 활용하면서도 짙은 성음과 묵직한 저음을 담고, 선율 또한 민요적 감성으로 풀어내 노래의 중심을 지켰다. '수심가' 연주에는 향피리를 활용해 노래와 어울리는 해석을 더했다. 대개 두 곡의 선율 악기 반주는 단소나 무반주로 하는데, 피리 반주로 녹음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최 명인은 두 곡의 연주에 '간주 겸 전주' 같은 선율을 추가해 하나의 긴 노래처럼 구성해 곡 전반의 정서를 최대한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