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다수 16, 2024, oil on canvas, 193.8x130.4cm. 이미지 아르띠앙서울 갤러리
이탈다수 16, 2024, oil on canvas, 193.8x130.4cm. 이미지 아르띠앙서울 갤러리

소심해 타인을 대면하는 데 두려움이 있던 김봉각 작가는 고압전선 감전사고를 목격한 한 후 세상을 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으며 빨간색만 보면 식은땀이 흘렀다. 이는 작가가 선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길을 걸을 때 습관적으로 고개를 들어 전선을 관찰했고, 과거의 장면을 회상할 때 선으로 대상을 기억하게 됐다. 나는 주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얼굴을 기록한다. 다양한 표정에는 선이 있고, 다수의 선이 여럿 중첩되면 선은 면으로 분할하여 특정한 모양을 남긴다. 익숙하지만 낯선 타인의 얼굴을 보며 발생한 감정은 시선 앞에 대상으로부터 시작한다.

대상을 온전하게 '봄'으로 응시하고, 시선은 공간을 부유하며 탐닉한다. 나는 황홀경보다는 생경한 추함에 관심이 있다. 추함을 발현하는 불안, 공포, 우울 등은 불편한 시선과 서정(舒情)을 함축한다. 퇴근길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의 표정은 무감각하다. 일상의 회의감에서 오는 절제일까? 기계의 부속품처럼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색한 장면에서 따온 선을 기계류, 전선, 나뭇가지, 뿔, 잎사귀의 모양을 적용해 변형한다. 단단하고 뾰족함, 부드럽고 무딤의 형태는 여러 감정의 표상이다. 타인을 대면하며 오는 경계심이라는 커다란 분류는 재차 변형된 표상과 닮아있다. 작업은 감정을 내포한 표상을 조형 요소인 선으로 시각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김봉각 작가 '작업 노트')

김봉각 작가가 현대사회 속 일상을 선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린다. 아르띠앙서울 갤러리는 1월 31일부터 2월 8일까지 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를 개최한다.

김봉각 작가는 ’이탈다수‘라는 단어로 그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작가가 만들어낸 '이탈다수'란 다수의 이미지를 재구성한 선형의 세계이며,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포괄적 개념을 설명하는 합성어이다.

작품의 선은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지 않는 열린 곡선의 형태로 재구성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불안, 확인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공포, 일상의 강박을 형태학적으로 무질서하게 표현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불규칙한 선은 익숙하지만 때로는 낯설게 느껴진다.

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포스터. 이미지 아르띠앙서울 갤러리
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 포스터. 이미지 아르띠앙서울 갤러리

2023년부터 작가는 작품에 줄무늬를 넣기 시작했다. 다중의 이미지를 최소한의 도형으로 편집하여 대상체를 레이어화 하려는 의도다. 쌓아 올린 레이어는 2차원의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과거에 포착된 장면으로 연결되는 장치이다. 작품에 묘사된 선은 시작점과 끝점이 일치하지 않는 열린 곡선의 형태를 취하며, 형태학적으로 무질서한 방향으로 재구성된다.

작가는 타인에 대한 불안, 확인되지 않은 존재에 대한 공포, 일상의 강박에 관해 구체화한 라인을 사용하여 도식화된 일상의 장면은 관람자가 지극히 평범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반추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일상의 장면들, 빠르게 지나는 시간 안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수많은 궤적과 시선의 움직임, 공간의 변화, 불편한 감정들은 평범한 일상처럼 지나간다.

아르띠앙 서울 민혜성 큐레이터는 전시 서문에서 “이번 전시 《이탈다수》는 고요한 일상의 순간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수많은 궤적과 시선의 움직임, 공간의 변화, 불편한 감정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흘러가고 있다.  《이탈다수》 전시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한 선으로 재해석된 현대사회 속 일상을 감상해보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봉각 개인전 《이탈다수》는 아르띠앙서울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19-38 1층)에서 무료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