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시인 조재도

 

 

어머니, 하면
눈물부터 난다

눈 뜨면 허리 굽은 흙 노동에
헐렁한 몸뻬바지
온종일 종종걸음치시던

 

일평생 병신 자식 끌어안고*
다글다글 속 썩으며
볏짚처럼 마르신

 

어머니
이따금 안부 전화하면
걱정 마, 여긴 아무 일 읍써
니들만 잘 있으면 되여
전화기 너머
갈라진 쉰 목소리에
얼른 끊어, 전화세 많이 나온다

 

어머니
제가 처음 배운 엄마라는 말은
제 시의 근본이 되었고
이 세상의 모든 말과 연결되었어요

들일 산일 집안일에
손마디 휘도록 일하시다
잠시 허리 펼 짬이 나면
조미미의 바다가 육지라면도
구성지게 부르시던

어머니, 지금은 시골 원태비 밭에 묻혀
앞산 머리 비쳐오는 환한 햇살에
애잔한 슬픔으로 남은

 

어머니
고마워요
죄송해요
사랑해요

이미지 조재도 시인
이미지 조재도 시인

 

* 큰아들이 중증장애인이어서 52년 동안 돌보심.

 

 

저자 소재도 시인 소개

 

 

 

 

 

 

 

 

조재도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대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후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에 이어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두 차례 해직되었다. 1994년 복직 후 2012년 조기 퇴직하기까지 충남의 여러 학교에 근무하면서, 15권의 시집과 다수의 책을 펴냈다.

시인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농촌의 생활 문화와 정서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고향 시편’ 연재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무리 기계문명의 시대를 산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삶의 자취가 애틋하게 남아 있다.

조재도 시인은 이 연재가 앞서 살다 간 사람과 뒤따라 오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