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암국민학교

 

                                                                                   시인 조재도

 

 

 

운동장도 철봉도 미끄럼틀도 교실도 교무실도 교무실 밖 쇠종도 이승복 어린이 동상도 국기 게양대도 독서 하는 소녀상도 연못도 수도꼭지도 변소도 축구 골대도 화단의 장미도 있던

봄이면 뒷산 뻐꾸기 앞 논 개구리 개굴개굴 뻐국뻑국 우는 소리에 둘러싸인 학교

산골짜기 사는 애들이 겨울이면 언 발로 고개를 넘고 논밭을 지나 볼때기 빨갛게 얼어 오던 곳

노동자도 여공도 미장이도 농사꾼도 장사치도 월급쟁이도 광부도 사기꾼도 소 장사도 경찰도 선생도 건달도 배출한

지금은 폐교된
온암국민학교.

이미지 조재도
이미지 조재도

 

출처 : 조재도 시집 《어머니 사시던 고향은》(열린서가, 2023)에서.

 

 

저자 조재도 시인 소개

 

시인 조재도는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서 청양으로 이사해 그곳에서 성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 가 홍익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7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다. 1981년 졸업과 함께 대천고등학교에서 근무한 이후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에 이어 1989년 전교조 결성으로 두 차례 해직되었다. 1994년 복직 후 2012년 조기 퇴직하기까지 충남의 여러 학교에 근무하면서, 15권의 시집과 다수의 책을 펴냈다.

조재도 시인은 시간이 갈수록 사라져가는 농촌의 생활 문화와 정서를 시와 그림으로 표현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고향 시편’ 연재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아무리 기계문명의 시대를 산다고 해도 마음 깊은 곳에는 우리가 살아온 지난날의 삶의 자취가 애틋하게 남아 있다.

조재도 시인은 이 연재가 앞서 살다 간 사람과 뒤따라 오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