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춤은 내적인 춤이에요. 자기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자기도 무아가 되고 보는 사람과도 같이 소통하는 것이죠. 저는 이것이 우리의 천지인天地人과 같다고 봅니다. 땅을 딛고 있지만, 하늘의 기운을 받아 나를 통해서 신명을 내는 것이죠. 그런 단계에 가기까지 쉽지 않은데 예전에는 춤추는 사람들이 수련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한독 수교 140주년, 파독 60주년을 맞아 지난 12월 1일 독일 본(Born)한인회와 주독한국대사관 본분관 초청으로 열린 전통춤 공연에서 김혜란 감독은 승무를 추었다. 사진 우리뉴스 갈무리.
한독 수교 140주년, 파독 60주년을 맞아 지난 12월 1일 독일 본(Born)한인회와 주독한국대사관 본분관 초청으로 열린 전통춤 공연에서 김혜란 감독은 승무를 추었다. 사진 우리뉴스 갈무리.

지난 1일 한독 수교 140주년, 파독 60주년 기념으로 독일 본(Bonn)대학교 아울라에서 열린 초청공연 무대에 선 김문애무용단 김혜란 감독. 그는 공연 중 하얀 고깔 속 처연한 표정으로 아름다운 승무 춤사위를 추고 힘찬 타고打鼓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명상하는 춤꾼 김혜란(61세) 씨는 “평소 절명상을 좋아하는데 1천 배를 하면 마음이 단단해지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브레인명상을 시작한 이후 15차례 천 배를 했다”라고 했다. 요즘도 공연 일주일 또는 열흘 전부터는 절과 명상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보살핀다.

명상하는 춤꾼 김혜란 씨.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로 전통춤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사진 강나리 기자.
명상하는 춤꾼 김혜란 씨.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로 전통춤에 대한 열정이 뜨겁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그는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이수자로 검무와 교방굿거리춤, 소고춤 등을 열 살 이후 평생 연마해오며 한순간도 춤이 없는 삶을 상상해 본 적 없었다.

“친가나 외가에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 없다는데 전 TV에서 한국 무용만 나오면 그렇게 좋았어요. 수건을 들고 따라 추고, 무용학원에 보내 달라고 엄마를 졸랐죠. 어릴 적 언니가 '넌 사람들을 잘 웃기고 흉내도 잘 내고 춤추는 걸 좋아하니 코미디언이 되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하하”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 춤에 푹 빠져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그제서야 아버지도 그의 열정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학에서 배운 신무용은 그에게 잘 맞지 않았다. 신무용은 전통춤이 근현대에 들어 무대화되는 과정에서 변화된 사조다.

교수를 꿈꾸던 그는 방향을 전환해 지방의 여고 무용선생님으로 4년간 재직하며 제자들과 작품활동을 하고 대학입시를 돕는 데 전념했다. 결혼 후 서울에 와서 아이를 낳고 나서는 경희대 무용단 '춤타래'에 소속해 수많은 국내외 공연을 했다.

지난 10월 3일 개천절 국학원에서 열린 단기 4356년 개천 전체 재현 행사에서 서막을 연 김혜란 씨의 진주교방굿거리춤. 사진 강나리 기자.
지난 10월 3일 개천절 국학원에서 열린 단기 4356년 개천 전체 재현 행사에서 서막을 연 김혜란 씨의 진주교방굿거리춤. 사진 강나리 기자.

그런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인격적인 수모를 겪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니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졌다. 그런 상황이 10년이 넘으면서 평소 무대를 장악하던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번도 무대에 올라 떨린 적이 없는데 점점 광장 공포증, 폐소공포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무대에 설 수 없더군요. 마치 몸과 마음이 해체된 것 같았죠.”

김혜란 씨는 슬럼프의 탈출구로 브레인명상을 선택했다. “굉장히 극한 상황에 처하니 살아내고 싶었죠. 어릴 적부터 몸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브레인 체조와 명상을 하면서 몸이 점차 회복되고 마음도 강해지는 걸 느꼈어요. 기운을 타고 절로 절로 추는 단무丹舞 수련을 할 때는 눈물이 많이 나더군요.”

그는 일반 수련과 함께 한 단계 의식성장을 위해 PBM(파워브레인 메소드), 마스터 힐러 과정을 밟았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스트레스도 있었지만 결국 제 자존심이 강해서 스스로를 망가뜨린 것도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죠.”

명상은 그가 사랑하는 춤의 기억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고 어떻게 춤을 췄고 무대에서 어떠했는지 예전 기억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었는데 수련하면서 점점 예전의 그 방향에 가까워지는 걸 느꼈죠. 그래서 더욱 열심히 했어요.”

그의 가슴에 열정이 다시 피어올랐고, 평생을 사로잡았던 한국 춤에 대한 자신의 공부를 끝까지 하고자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김혜란 씨는 전통춤의 뿌리에 관심이 많다. “예술은 저마다 자기 색깔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전통춤이 무대화되고 서양 춤의 영향을 받으면서 과거 신명의 춤이 아니라 몸을 물질로 쓰는 기술적인 춤 형태로 뿌리가 많이 흔들리고 있죠”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국 무용과 발레, 현대무용을 함께 배우다 보니 모두 바(Bar)를 잡고 발레식으로 몸을 풀죠. 과거에는 '활개짓'이라고 해서 몸을 풀어내는 수련법이 있었다고 들었어요”라고 했다.

명상을 통해 자신감과 행복을 찾은 김혜란 씨는 매주 두 차례 단월드 경복궁센터에서 회원들에게 브레인 체조와 명상을 지도한다.

브레인명상 사범 과정을 마친 김혜란 씨는 매주 두차례씩 단월드 경복궁센터에서 회원들을 지도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브레인명상 사범 과정을 마친 김혜란 씨는 매주 두차례씩 단월드 경복궁센터에서 회원들을 지도한다. 사진 강나리 기자.

그의 지도를 받은 주영환 회원은 “한국무용을 전공하셔서 동작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도해서 몸을 풀어주니까 땀이 뻘뻘 납니다. 그러고 나면 몸이 편안하게 이완이 잘 돼서 명상할 때는 한숨 자고 나온 것 같죠. 한 10년은 젊어진 듯 합니다”라고 했다.

김순자 회원도 “예전에 키가 큰 게 싫어서 구부정하게 다닌 게 습관이 되었죠. 우리 강사님이 수련 때마다 어디에 힘 빼고 어디에 집중할지 잘 알려주면서 도움이 되었어요. 등이 펴지고 등에서 느껴지던 통증도 많이 나았어요”라고 감사를 전했다.

김혜란 씨는 인터뷰를 마치며 “제가 명상을 통해서 살아났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금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심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