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살갗 아래의 해변, 2021-2022, 연마기로 갈아낸 갤러리 벽, 120x244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김도희, 살갗 아래의 해변, 2021-2022, 연마기로 갈아낸 갤러리 벽, 120x244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사람을 향한 예술을 지향하는 ‘마인드붐 2023: 입 없는 저 사람 말문 열기 전(MINDBOOM 2023: Before a Word Spoken 이하 마인드붐 2023)’이 오는 10월 1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 아트라운지 선선에서 개최된다.

‘마인드붐 2023’에는 김도희와 김신일, 서해영, 오카베 마사오, 이장욱, 메모리얼샤워X임흥순, 정정엽, 조기현, 좌혜선, 최서진 등 각자만의 절실한 이야기로 관객을 성찰의 장으로 이끌어온 예술가 10인이 참여한다.

오카베 마사오, 네무로 마키노우치 구 해군비행장 활주로에 새겨진 발자국, 2008-2011, 총 40점 종이에 흑연,  55x19.5,  55x38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오카베 마사오, 네무로 마키노우치 구 해군비행장 활주로에 새겨진 발자국, 2008-2011, 총 40점 종이에 흑연, 55x19.5, 55x38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50여년간 프로타주로 세계 각지를 기록,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대표 작가였던 오카베 마사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정정엽 작가는 제주 4·3 당시 희생자 3만명을 콩으로 표현한 <3만개의 별>로, 좌혜선 작가는 <냉장고 여자> 시리즈와 <몬스터> 시리즈로 관람객을 만난다.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이매진) 저자인 조기현 영화감독은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삶과 돌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출품한다. 전시 현장에는 미장공이었던 아버지의 신체에 남아있는 노동의 기억에 기대어 함께 벽돌을 쌓는 설치 작업이 설치될 예정이다.

조기현, 1포 10kg 100개의 생애, 2020, 다큐멘터리 70.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조기현, 1포 10kg 100개의 생애, 2020, 다큐멘터리 70.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올해 전시는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객 참여 워크숍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먼저 고영 음식문헌학자의 진행으로 밥 한 공기가 식탁 위에 오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과정을 인문학적·역사적 시선으로 살펴보는 워크숍을 비롯해 전시 작품을 모티브로 이화수 미술치료사와 함께하는 미술치료 프로그램, 해질녘 전시장 루프탑에서 최운지 요가 강사가 진행하는 힐링 요가 워크숍 등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좌혜선, 냉장고, 여자#2, 2010, 장지에 분채 채색, 116x91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좌혜선, 냉장고, 여자#2, 2010, 장지에 분채 채색, 116x91cm.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도 시민들과의 만남을 위한 워크숍에 나섰다. 임흥순X메모리얼샤워 팀은 항일운동가의 자손이자 제주 4.3 당시 연락책으로 활동했던 고(故) 김동일 할머니가 유품으로 남긴 옷을 리메이크하는 “고치글라 Run with Me” 워크숍을 진행한다. 촉각으로 현재화되는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이 워크숍은 제주4.3기념관을 중심으로 개최되는 메모리얼샤워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이장욱 작가는 글자와 단어의 모양과 의미를 ‘달달하게’ 나눠보는 달고나 워크숍을 준비했다. 이 워크숍은 아티스트 토크와 함께 진행되며 글자와 단어를 색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이장욱, Sediment0, 2022, 가변사이즈, 가변설치 스테인리스, 혼합재료.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이장욱, Sediment0, 2022, 가변사이즈, 가변설치 스테인리스, 혼합재료. 사진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예술감독 김신일은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는 말이 있다. 말하는 순간 바로 표현하려 하는 현상으로부터 멀어져 버림을 뜻하는 선구(禪句)로, 어떤 작가들은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자기만의 질문이나 절실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개념화로는 이를 담을 수 없고, 어떤 과거의 미술이나 철학 사조에 기댈 일도 적다”라며 “이러한 제한적 상황에서도 내면의 절실함은 나름의 방식으로 말하기를 시도한다. 이번 ‘마인드붐 2023’은 입 없는 저 사람 말문 열기 전, 절실한 이야기가 다시 주인이 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번 전시가 많은 관객의 삶에 멈춤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마인드붐 2023: 입 없는 저 사람 말문 열기 전(MINDBOOM 2023: Before a Word Spoken)' 포스터. 이미지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마인드붐 2023: 입 없는 저 사람 말문 열기 전(MINDBOOM 2023: Before a Word Spoken)' 포스터. 이미지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

 

‘마인드붐 2023’은 사단법인 글로벌평화예술문화재단이 주최·주관하고, 사단법인 아시아명상협회와 ㈜마인드디자인, ㈜마인드그라운드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서울시가 후원한다.

 한편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마인드붐 2023’은 휴무일인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하고, 전시 기간 내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워크숍 프로그램은 주말에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