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13일 파트2가 예고된 MBC 드라마 '연인' 포스터.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오는 10월 13일 파트2가 예고된 MBC 드라마 '연인' 포스터.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MBC 인기 드라마 ‘연인’이 오는 10월 13일 파트2를 예고했다. 최근 종영한 파트1에서는 종전의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전쟁 중 조선 여인들의 강인함이 매력적으로 그려져 파트2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드라마 ‘연인’은 병자호란을 겪으며 엇갈리는 연인들의 사랑과 백성들의 생명력을 다룬 휴먼역사 멜로드라마를 표방한다. 그런데 전체적인 인물 구성과 스토리 전개는 미국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40년 최초 개봉)’를 모티브로 했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시대 배경과 인물이 절묘하게 같은 플롯으로 표현되었다.

스칼렛 오하라를 열연한 비비안 리처럼 당차고 통통 튀는 매력의 주인공 길채(안은진 분)는 사실 조선 후기 경직된 유교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여성이다.

당차고 사랑에 진심인 조선여인 길채(안은진 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당차고 사랑에 진심인 조선여인 길채(안은진 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임진왜란, 정묘호란을 겪은 후 조선 사회에서는 왜병에 손목을 잡힌 것이 수치스러워 스스로 손목을 자르거나 목을 매고 강물에 뛰어든 행동을 열녀의 표본이자 모범으로 가르치던 시대였다. 조선 전기 삼강행실도의 후속 버전인 〈동국신속삼강행실도〉 열녀 편에는 구체적인 그림까지 적나라하다.

그러나 길채는 자신의 사랑에 매우 솔직하고 자신이 사랑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쳐흐른다. 온 동네 도령의 마음을 훔치고 밀당을 하지만 절친 은애와 연을 맺는 연준이 자신의 진정한 꿈의 낭군이고, 길채 자신을 사랑하는 걸 깨닫지 못할 뿐이라며 끝없이 도전한다.

21세기 매력을 지닌 길채는 병자호란 발발 후 피난 과정에서부터 시청자의 눈길을 더욱 사로잡았다. 청군에 쫓기는 중에 출산하게 된 방두네(권소현 분)의 아기를 받는 것도, 강화도에서 왕세손을 구출하여 자신의 일행이 탈출하는 배에 승선하기 위한 거래도 이루어낸다. 투덜거리고 때로 미운 소리를 하지만 끝내 내 사람들을 책임진다.

전란 후에는 제사 때 필요한 유기를 생산해 돈을 벌고, 기생의 마음을 사 청나라 상인이 필요로 하는 교역품을 알아내 부를 이룬다. 그리고 피난 중 벗의 죽음에 정신을 놓아버린 아버지를 비롯해 여동생, 남동생은 물론 친구 은애네 식솔과 하인들까지 살핀다.

양반댁 규수가 장사를 한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여동생이 부끄러워하자 “사람은 굶어서 죽지, 부끄러워서 죽진 않는다”며 가족을 책임지겠다는 굳은 의지를 불태운다.

길채가 뒤늦게 자신의 꿈 속 낭군임을 확인한 연인 장현(남궁민 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길채가 뒤늦게 자신의 꿈 속 낭군임을 확인한 연인 장현(남궁민 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그런 그녀가 무너진 때가 있다. 뒤늦게 이장현에 대한 사랑을 깨달았지만, 그의 물건이 유품으로 조선에 돌아왔을 때였다. 장현이 자신에게 준 조끼를 산 위에서 흔들며 “돌아오라”고 간절하게 외치며, 누구의 눈도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에 솔직한 진심을 토해냈다.

그리고 홀로 살기를 결심한다. 사회질서나 교육에 의한 열녀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것조차 따지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택했다.

후일 아버지를 구한 은인 구원무(지승현 분)의 끈질긴 청혼을 받아들인 후에야 돌아온 연인 장현과의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 떠날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떠난 후 조선 사회에서 손가락질받을 아버지와 동생들을 책임지기 위해 돌아선다.

길채와 장현의 처연한 이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길채와 장현의 처연한 이별. 사진 MBC 공식홈페이지.

장현이 길채의 거절 편지와 과거 약속했던 꽃신을 강물에 흘려보냈고, 길채가 멀리서 절망한 장현의 모습을 바라보는 이별의 순간은 애절했다. 자신의 농장 타라를 지키려는 스칼렛 오하라의 눈빛은 결연했으나 조선여인 길채의 눈빛은 처연했다.

한편, 드라마 ‘연인’에서 길채의 절친 은애는 당시 시대 질서에 철저히 순종하는 여성이다. 피난 길에 자신이 방두네의 출산을 돕겠다 용기내어 나서지만 기절했고, 청군에게 발각되어 옷깃이 젖혀졌을 때도 “오늘 내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절망하고 자결을 택할 뻔했다.

길채의 절친 은애(이다인 분)는 유약한 듯하나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강인한 인물이다. 사진 MBC 홈페이지.
길채의 절친 은애(이다인 분)는 유약한 듯하나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강인한 인물이다. 사진 MBC 홈페이지.

은애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나 때로 너무나 연약해 짐이 되고 때로 답답해보이지만 길채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장현에 대한 사랑도 먼저 눈치챌 만큼 영민하다. 극 중 은애가 꿈속의 낭군을 보지 못한 길채에게 ‘소원을 이루는 돌’이라며 건넸다. 방두네가 진짜 그런 돌이 있느냐 물었을 때 “세상에 그런 돌이 어디 있겠나?”라며 짓는 표정은 재치가 넘친다.

은애 또한 강인한 조선 여인이다. 옥에 갇힌 남편 연준을 구하는 용기가 있으며, 벗 길채가 장현을 따라 떠날 수 있도록 남모르게 돕는다. 하지만 결국 가족과 은인을 택하고 책임을 다하기 위해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준비하는 길채를 보는 눈빛은 안심하는 듯하기도, 사랑을 포기한 벗을 측은해하는 듯도 하다.

오는 10월 13일 시작될 드라마 ‘연인’의 파트2에서 예고된 복면을 한 청나라의 조선포로 사냥꾼 여인(이청아 분)는 어떤 여인일지 큰 궁금증을 안기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기대한다면 세자빈 강씨, 즉 강빈(전혜원 분)의 활약이다.

성리학에 기반한 군주의 도리에 충실한 소현세자를 곁에서 보필하면서 장현의 조언을 듣도록 한 현명한 여인 강빈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청이 준 황무지를 비옥한 농토로 만들어 운영하고, 교역을 주관하여 조선의 포로들을 구출할지 파트2에서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