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ing, 2022, Oil on canvas, 61x48cm. 이미지 서정아트
Balancing, 2022, Oil on canvas, 61x48cm. 이미지 서정아트

서정아트 강남이 9월 6일부터 10월 30일까지 조지아(예전 국명 그루지야) 여성작가 루수단 히자니쉬빌리(Rusudan Khizanishvili)의 개인전 《Velvet Armor》를 개최한다.

루수단 작가는 조지아 건축, 신화, 자아 그리고 여성에 이르는 다양한 관심사를 소재로 작업을 한다. 루수단의 작업에 등장하는 도상은 인간과 괴물, 여성, 혹은 성별을 구분할 수 없는 생명체다. 작가의 회화에는 항상 어떤 이야기가 있고 작가는 특정 서사에 대해 시리즈를 만든다. 루수단은 신화, 종교 시리즈, 또는 꽃의 묘사 등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주인공은 항상 인간이다.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과 동물이 끊임없이 등장함으로써 작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위치에서 상호작용하는지에 주목하며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이 주변 세계에 의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반대로 그 세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인간의 역할을 탐색한다.

The Armor, 2022, Oil on canvas, 145 x 130 cm, 이미지 서정아트
The Armor, 2022, Oil on canvas, 145 x 130 cm, 이미지 서정아트

탈식민주의에 관한 작업을 이어왔던 작가의 관심사는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의 역할, 부드러움 안에 내재한 강력한 힘에 머문다. 루수단이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 《Velvet Armor》 전시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부드럽지만, 강한 여성의 힘’을 은유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여성을 강력하고 때로는 기이하게 보일 정도로 다채롭게 그들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이는 작가가 거의 모든 작품에서 강조해 온 여성의 힘에 관한 주제의 연장선이며, 그에게 Armor, 즉 갑옷은 적으로부터 나를 분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포용하는 수단임을 보여준다.

The Ring armor and The Star, 2022, Oil on canvas, 80 x 70 cm. 이미지 서정아트
The Ring armor and The Star, 2022, Oil on canvas, 80 x 70 cm. 이미지 서정아트

1921년 코커스에 있는 작은 나라 조지아는 소련에 병합되어 크렘린의 지배를 받아오다 1991년에 독립했다. 소비에트연방은 붕괴하기 전 10년 넘게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 시기 조지아도 고통을 겪었다. 1979년 태어난 루수단은 그 무렵 트리빌리시 국립 예술 아카데미 학생이었다. 한 인터뷰에서 루수단은 “난방, 가스, 전기, 심지어 물도 없이 지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어려운 시기를 보냈지만 루수단의 작품 대부분이 매우 화려하다. 이는 조지아 민족예술과 전통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Observatory, 2023, Oil on canvas, 80 x 70 cm. 이미지 서정아트
Observatory, 2023, Oil on canvas, 80 x 70 cm. 이미지 서정아트

전시장 한편에 루수단의 작품과 함께 설치하는 박생광(朴生光, 1904-1985)의 작품이 이채롭다. 강렬한 오방색으로 한국의 토속성과 무속성을 표현한 박생광의 작품에서 루수단은 자신의 작업과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박생광의 작품은 조지아와 한국의 연결고리를 찾게 하는 장치다.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소재를 담은 한국 작가와 조지아의 전통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는 루수단의 작업 사이를 잇는 지점은 관람자에게 서로 다른 문화권이 어떻게 융합할 수 있는지, 예술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생각하게 한다.

Sibilla and The Star, 2023, Oil and Colour pencil on paper, 61 x 48 cm. 이미지 서정아트
Sibilla and The Star, 2023, Oil and Colour pencil on paper, 61 x 48 cm. 이미지 서정아트

루수단은 니콜라제 아트 스쿨(J.Nikoladze Art School)과 트빌리시 국립 예술 아카데미(Tbilisi State Academy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동 대학원에서 영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조지아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전시를 개최하였다. 2015년 조지아의 대표 예술가 다섯 명 중 한 사람으로 뽑혀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했다. 2021년 독일의 콘펠트갤러리를 통해 서울에서 열린 KIAF에 이어 아트페어대구에 작품을 선보였다. 2022년에도 아트 부산, KIAF에 참가했고, 그해 11월 아트페어대구에는 서정아트를 통해 참가했다.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 거주하며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한다.

서정아트는 “조지아 작가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는 다소 낯설 수 있는 코커스 문화권인 조지아의 강렬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담아내고자 한다. 한국 특유의 분위기와 새로운 문화권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너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